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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추천

프랑스 문학 입문자를 위한 추천 작품 및 독서 가이드

by 장래희망 책방주인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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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들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들

 

프랑스 문학은 어렵고 멀게 느껴지기 쉽다. 위고, 플로베르, 사르트르, 카뮈 같이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왠지 그들의 책, 고전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괜찮다 고전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일상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손이 잘 가지 않는 것이 고전, 특히 프랑스 고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천천히 다가가 보면, 프랑스 문학이 우리 삶의 복잡한 감정과 질문들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이 온다. 사랑, 고독, 자유, 상실, 희망—이 모든 감정들이, 언어의 정교함과 사유의 깊이를 통해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프랑스인들은 책을 통해 삶을 배우고, 문학을 통해 사람을 이해합니다. 일상 속에서 시를 읽고, 논쟁 속에서도 문학 인용을 곁들이는 그들의 문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사유의 유산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프랑스 문학을 읽는 행위는 단순히 책 한 권을 넘기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과 사고방식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 만남의 첫걸음을 도와주기 위해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도 프랑스 문학 특유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각 시대와 장르별로 나누어 소개한다. 고전 단편부터 시작해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 현실을 직시한 사실주의, 철학과 맞닿은 문학까지,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프랑스 문학과 가까워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1. 프랑스 고전 단편

프랑스 문학에 입문할 때, 처음부터 두꺼운 고전을 들이대면 누구라도 겁을 먹기 마련이다. 하지만 프랑스에는 짧지만 강렬한 단편들이 특히 많이 분포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짧은 분량 안에 삶의 본질과 인간의 심리를 날카롭게 담아내고 있어 문학적 깊이를 체험하기에 좋다.

프랑스 문학의 첫 문을 여는 데에 있어 단편은 최적의 조건이다. 짧은 분량 덕분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다양한 작가들의 문체와 사유 방식을 비교해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 작품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짧고도 인상적인 방식으로 전달한다. 독서 후 여운을 남기며, 다음 책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기 드 모파상의 단편집
기 드 모파상의 단편집

 

기 드 모파상의 단편 『목걸이』, 『비곗덩어리』

모파상은 프랑스 단편소설의 대가로 불리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글은 단순하면서도 날카롭고, 풍자와 반전으로 가득하다. 특히 그의 작품 『목걸이』는 허영심이 낳은 오해가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명품 목걸이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주인공은 그것을 갚기 위해 10년 동안 고생한다. 하지만 마지막 한 줄의 반전은 독자에게 강렬한 충격을 안기기도 한다.

또 다른 작품 『비곗덩어리』는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을 배경으로, 애국심이라는 이름 아래 인간이 얼마나 위선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짧은 이야기 속에서 사회 계층의 이중성과 인간 본성의 복잡함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지금 읽어도 유효한 윤리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La derniere classe)』
알퐁스 도데 『마지막 수업(La derniere classe)』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전쟁 이후, 알자스 지방에서 프랑스어 수업이 마지막이 되는 날의 이야기를 그린다. 짧은 이야기지만, 언어와 정체성, 교육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소년의 시선을 따라가며 교실 안에 번지는 감정의 파동은 묵직하게 다가온다.

이 작품은 특히 지금처럼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언어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시대에 내 언어가 나의 집이라는 감각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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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our

 

2. 사랑과 낭만을 다룬 프랑스 낭만주의 작품들

프랑스 문학을 처음 접할 때, 사랑 이야기는 가장 매혹적인 입구가 되어준다. 특히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은 감정의 진폭이 크고, 운명적인 사랑과 그로 인한 고통을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들이 특히 많다. 감성적인 몰입이 쉬우면서도 프랑스 문학 특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두 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춘희 (La Dame aux Camélias)』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춘희 (La Dame aux Camélias)』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의 『춘희 (La Dame aux Camélias)』

『춘희』는 실존 인물이었던 고급 창녀 마리 뒤플레시를 모델로 쓴 작품으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의 전형인 작품이다. 아름답고 고귀한 여인 마르그리트 고티에는 젊은 귀족 아르망과 사랑에 빠지지만, 신분 차이와 사회적 시선, 가족의 반대로 인해 결국 사랑을 포기하고 만다. 그녀는 사랑을 위해 희생하고 떠나는 길을 택하고, 아르망은 모든 진실을 너무 늦게서야 알게 된다.

작품은 순수한 사랑과 희생, 사회적 위선과 여성의 위치 같은 클리셰한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동시에 낭만주의적 감정의 과잉과 운명적 비극을 보여주면서, 가슴 한쪽 구석에 잊혀졌던 감정을 되살리기도 한다. 특히 입문자에게는 드라마틱한 서사와 문장 속 감정의 밀도가 감정 이입을 쉽게 만들어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다른 글에서도 몇 번 언급한 『레 미제라블』은 말할 것도 없이 유명한 작품 중에 하나이다. 단지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지만, 사랑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작품이다.

장 발장의 헌신적 사랑, 코제트와 마리우스의 순수한 사랑, 에포닌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등장한다. 동시에 신념, 용서, 혁명, 정의 등 인간 사회를 관통하는 거대한 주제를 끌어안으며 독자의 정신을 자극한다.

다양한 경로로 줄거리를 확인할 수 있고, 영상으로도 감상이 가능한 작품이지만 글로 읽는 원작은 줄거리를 즐기는 것만으로는 줄 수 없는 색다른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작품 자체가 매우 방대한 분량이기 때문에, 입문자라면 축약본으로 시작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주요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프랑스 대혁명 이후의 사회적 맥락과 인간 존재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다.

 

 

 

3.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사실주의 문학

사랑과 낭만을 넘어 문학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 문학에서 사실주의(realism)는 19세기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고, 인간의 욕망과 좌절, 사회의 부조리와 계급 구조를 냉정하게 묘사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낭만적인 환상을 걷어내고, 인간의 본성과 삶의 민낯을 드러내는 이 문학적 기조는 우리에게는 깊은 사유를 요구하지만, 동시에 강한 몰입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왜 사실주의인가?

사실주의 문학은 때때로 잔인하고 건조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히려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행동할까? 사랑은 왜 깨지고, 가족은 왜 갈라서는 걸까? 이 모든 질문들에 대해 낭만이 아닌 현실의 언어로 답하려는 시도가 바로 사실주의 문학이다.

프랑스 사실주의 작품을 읽는 것은 단지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인간 존재와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로 나아가는 문학적 여행과도 같다. 입문자에게는 조금 느리게 읽히더라도, 사색을 좋아한다면 작품 속 묵직한 질문들을 붙잡고 곱씹을 때 비로소 문학의 진정한 깊이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 자신한다. 물론 문학적 재미와 함께.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개인적으로는 특별하게 아끼는 작품이기도 한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는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로맨스 소설에 빠져든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그리고 있다. 엠마 보바리는 시골 의사와 결혼하지만, 단조롭고 감정 없는 일상에 지쳐 낭만적인 사랑을 찾아 끊임없이 도피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그녀의 욕망은 현실과 충돌하고, 결국 파국으로 이어지게 되는 작품이다.

플로베르는 이 소설을 통해 허위의 낭만과 소비적 사랑, 여성의 위치에 대해 깊이 있는 문제 제기를 했다. 동시에 치밀하고 균형 잡힌 문장 구성,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서술 방식은 사실주의 문학의 정점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받는 작품이기도 하다. 입문자에게는 다소 무거울 수 있지만, 문학의 언어가 얼마나 정확하고 정교할 수 있는지를 체험할 수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은 '인간 희극'이라는 방대한 문학 프로젝트의 한 일부이기도 하다. 파리의 하숙집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중심인물인 고리오 영감은 자신의 모든 것을 딸들에게 내어준 끝에 외면당하고, 젊은 법학생 라스티냐크는 파리 사교계의 권력과 돈에 매혹되어 점차 변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소설은 아버지의 헌신과 자식의 배신이라는 가족 관계의 비극을 통해 인간 본성의 이기성과 욕망을 날카롭게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당시 프랑스 사회의 계층 구조, 출세의 욕망, 도덕과 현실의 괴리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작품은 문장력 자체가 풍성하고 묘사는 무척이나 사실적이기 때문에 더욱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양한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실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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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생의 철학을 담고 있는 프랑스 에세이

프랑스 문학에는 생각의 힘이 담겨 있다. 문학이 단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관조하고 질문을 던지는 도구가 된다는 점에서 프랑스는 에세이 문학의 전통이 매우 깊다고 말할 수 있다. 에세이를 통해 우리는 작가의 목소리를 그대로 듣고, 문학이라는 렌즈로 세상을 사유하는 법을 배우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철학을 일상으로 끌어오는 글쓰기는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과거 몽테뉴에서 시작한 에세이적 글쓰기는 인간 본연의 불완전함에 집중했다. 프랑스 에세이의 강점은 철학적 사유를 일상 언어로 끌어낸다는 데 있다. 이러한 특징은 카뮈는 인간 존재의 부조리를 직면하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이러한 특징을 지속하고 있는 중이다. 프랑스 에세이는 모두 문학이라는 형태를 통해 살아가는 것 자체를 질문하고, 읽는 이와 함께 생각하려 한다.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단지 글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의 태도와 마주하는 일이다. 프랑스 문학 입문자에게 이 장르는 지적인 깊이와 인간적인 따뜻함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이야기보다 사유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프랑스 에세이에서 문학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미셸 드 몽테뉴 『수상록』
미셸 드 몽테뉴 『수상록(les essais)』

 

 

미셸 드 몽테뉴의 『수상록(les essais)』

책 제목 자체가 에세이(les essais)인 작품은 1580년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 16세기의 사상가인 몽테뉴는 『수상록(les essais)』을 통해 "나는 나 자신을 쓴다"고 선언하면서, 철학적 고찰을 개인의 체험과 감정 속에 녹여냈다. 작품은 특정한 주제를 설파하기보다는, 인간의 모순과 무지, 삶과 죽음, 우정과 고독 같은 다양한 주제들을 성찰하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개인적으로는 수상록 자체를 처음부터 읽는 선택을 그리 추천하지 않는다. 입문자에게는 전집보다 오히려 발췌본이나 주제별 선별판을 읽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몽테뉴의 문장은 겉보기에 단순하지만, 매 문단마다 질문이 숨겨져 있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같은 물음의 시작이 되었을 정도로, 조용히 귀 기울이며 읽는다면, 그의 글은 오래된 친구처럼 곁에서 삶을 응시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

 

알베르 카뮈의 『시지프 신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이자 작가인 알베르 카뮈는 문학과 철학을 경계 없이 넘나들었다. 그의 작품 『시지프 신화』는 부조리 철학의 결정판으로, '삶이 부조리하다면, 그래도 살아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시지프가 끊임없이 바위를 굴리는 형벌 속에서도, 자신이 그것을 선택했다는 자각을 통해 자유를 얻는다는 카뮈의 결론은, 읽는 이에게 삶의 태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입문자에게 이 책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짧은 분량과 명확한 구조 덕분에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카뮈의 글은 냉정하지만 결코 냉소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준다. 카뮈의 다른 작품들이 부담된다면, 카뮈를 느껴볼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5. 간결하지만 울림 있는 현대 프랑스 문학

현대 프랑스 문학은 더 이상 장황한 수사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간결하고 담백한 문장 속에 삶의 본질과 감정의 진동을 담아낸다. 이러한 현대문학의 흐름은 입문자에게 읽기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현대 프랑스 문학은 과장된 표현이나 긴 설명 없이도 인간의 깊은 감정을 건드린다. 특히 아래 소개할 두 작품들은 비교적 쉽고 빠르게 읽히지만, 그 속에는 '나는 누구인가', '감정이란 무엇인가', '타인과 어떻게 연결되는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이 고요히 숨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프랑스 문학을 향한 문턱을 낮추고, 동시에 그 깊이를 자연스럽게 체험하게 만드는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프랑수아즈 사강이 스무 살도 되지 않았을 때 발표한 데뷔작 『슬픔이여 안녕(bonjour tristesse)』은 젊은 세대의 감수성과 욕망, 도덕적 갈등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주인공 세실은 아버지의 자유분방한 삶에 익숙해진 열일곱 소녀로, 아버지의 연인이 된 안느의 존재에 불편함을 느끼게 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세실은 질투와 두려움, 혼란스러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단순히 낭만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 안의 이기심과 불안정성까지도 조명하기도 한다. 제목 속 슬픔은 단지 한 감정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를 감싸는 감정의 결로 다가온다. 짧은 분량과 간결한 문장은 읽기에 부담이 없지만, 읽고 나면 오히려 그 여백이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든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이방인』은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 인간이 사회의 규범과 감정적 기대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방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르지만, 그의 재판은 사건 자체보다도 그의 무감정함을 소설은 집중하고 있다.

카뮈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부조리와 도덕의 상대성, 삶의 무의미함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진실을 묻는다. 『이방인』의 문장은 매우 건조하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적 의미는 무척이나 깊다. 입문자에게는 다소 낯선 분위기로 느껴질 수 있으나, 짧은 길이와 뚜렷한 메시지 덕분에 현대인의 감정과 잘 맞닿는 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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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책

프랑스 문학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이야기 너머에서 철학적인 질문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프랑스 작가들은 종종 인간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문학이 단지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체가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하나의 사유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한때, 철학적 사유를 문학으로 녹여내는 작품들이 유행했다. 줄거리보다는 감정과 사유, 질문에 중심을 두고 읽으면 좋은 작품들이 있다. 이야기 자체보다는 '왜?'라는 질문을 중심을 둔다면 새롭게 보이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어린 왕자』는 겉으로는 동화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 존재, 관계,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는 작품이다. 외로운 별에서 온 작은 왕자는 다양한 별들을 여행하면서 시작되는 어린 왕자의 여정은 세상의 어리석음과 어른들, 어쩌면 우리들의 실질적 모순을 보여주고 있다. 작품을 단순히 이야기의 흐름 대신 스스로 삶에 대해 묻고 사유하면서 읽는다면 색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라는 문장은 철학적 사유의 핵심을 간결하게 요약하고 있다. 사랑, 책임, 관계, 존재의 의미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친근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는 것도 작품이 오랫동안 읽히고 사랑받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작품은 모든 세대에게 다른 방식으로 읽히며, 문학이 어떻게 철학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말할 수 있다.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

사르트르의 『구토』는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작이기도 하다. 존재에 대한 자각이 한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철저하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주인공 로캉탱은 어느 날 문득 세상이 불편하게 느껴지고,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낯설고 이질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 감각은 곧 '구토'라는 형태로 표현되고, 존재 자체에 대한 깊은 회의로 이어지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품은 줄거리가 명확하거나 사건이 풍부한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철학적 독백과 일기 형식의 서술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쪽에 더 가깝다. 입문자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어려운 문장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실존적 불안과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하기에는 이보다 좋은 선택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살아 있는 것 그 자체가 얼마나 낯설고 무거운 것인지에 대해 사르트르는 예리한 문장으로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 선택과 독서의 팁

프랑스 문학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깊이 있는 세계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어려운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장벽은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된다. 독서를 즐기는 방식과 태도를 조금만 바꾸면 누구나 문학의 깊은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우선 책을 고를 때는 자신의 관심사에 맞춰 작품을 고르는 것이 가장 좋다.

프랑스 문학은 매우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사랑, 혁명, 일상, 철학, 계급, 종교, 가족, 자유 등 다양한 테마가 작품 속에 녹아 있다. 처음부터 유명한 책만을 기준으로 고르기보다는,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감정에 민감하고 섬세한 서사를 좋아한다면 『슬픔이여 안녕』이나 『춘희』가 적합할 수 있다. 인간 심리나 사회 구조에 관심이 많다면 『마담 보바리』나 『고리오 영감』을 추천한다. 철학과 인간 존재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이방인』이나 『구토』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문학을 독서한다는 행위는 영상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2배속으로 보는 시대에 조금은 천천히, 조금씩 읽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프랑스 문학은 문장이 때때로 길고 복잡한 경우가 많다. 감정을 정교하게 묘사하고, 철학적 성찰이 곁들여진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은 양을 읽기보다는, 매일 짧은 분량이라도 차분히 읽어가는 것이 좋다. 특히 처음 읽는 작가의 경우, 몇 쪽씩 나눠서 읽으며 낯선 문체에 익숙해지는 시간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중간중간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해두면 나중에 다시 읽을 때 큰 자산이 된다. 문학은 이해하는 독서보다 느끼는 독서에 가까우므로, 의미를 곱씹으며 느리게 읽는 것이 더 깊은 감동을 준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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