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반쪽 가면을 쓴 남자, 거대한 샹들리에, 지하 호수와 검은 망토.
우리가 생각하는 『오페라의 유령』은 대부분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뮤지컬을 먼저 떠올린다.
화려한 음악과 무대 장치 속에서 팬텀은 크리스틴을 사랑하지만, 끝내 그녀를 보내주어야 하는 비극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가스통 르루가 1910년에 발표한 원작 소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뮤지컬보다 훨씬 어둡고 기묘한 분위기를 바아낸다. 살인과 실종, 협박 편지, 비밀 통로와 고문실이 등장하고, 이야기는 오페라 극장에 숨어 사는 한 남자의 정체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실제로 존재했다.
가스통 르루는 소설의 첫머리에서 유령의 실제로 존재했다고 선언하듯 말하며 시작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단순한 괴담이 아니라, 유령으로 불렸던 한 인간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증명하려는 기록 형식의 추리소설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오페라의 유령』 원작 소설의 전체 줄거리와 결말을 살펴본다.

원작의 시작은
오페라 극장을 떠도는 소문
이야기의 무대는 파리 오페라 극장이다. 오늘날 팔레 가르니에로 불리는 거대한 극장에는 오래전부터 기묘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무용수와 무대 뒤 직원들은 얼굴이 해골처럼 생기고 눈에서 노란빛이 나는 남자를 보았다고 말한다. 그는 아무도 모르는 통로에서 갑자기 나타났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무대 장치 담당자인 조제프 뷔케가 목을 매단 채 발견된다. 공식적으로는 자살로 처리되지만, 극장 사람들은 그가 오페라의 유령에게 살해당했다고 믿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퇴임하는 극장장들은 새로 부임한 극장장들에게 몇 가지 이상한 조건을 전달한다.
유령을 위해 5번 객석을 비워둘 것,
매달 일정한 금액을 지급할 것,
그리고 가수 크리스틴 다에에게 중요한 배역을 맡길 것
새 극장장들은 이를 황당한 장난이나 사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유령의 요구를 무시하기 시작하면서 극장 안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건이 잇따르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원작 초반부가 공포소설이면서도 극장 풍자극처럼 읽힌다는 것이다. 돈이 사라지고, 빈 객석에서 목소리가 들리고, 공연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극장장들은 유령보다 서로를 먼저 의심한다.
가스통 르루가 묘사한 오페라 극장은 예술의 성전만은 아니다. 출연진의 질투와 극장장의 욕심, 관객의 허영과 노동자들의 미신이 뒤섞인 복잡한 세계인 것이다.
에릭은 바로 그 복잡한 극장의 틈과 어둠 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살아간다.

크리스틴 다에와 음악의 천사
크리스틴 다에는 아직 이름을 널리 알리지 못한 젊은 소프라노 가수이다. 하지만 어느 날 무대에 오른 그녀는 이전과 전혀 다른 목소리를 들려준다.
관객들은 갑자기 놀라운 실력을 갖게 된 크리스틴을 보며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예감하게 된다. 그러나 크리스틴은 자신의 성공이 혼자 이룬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녀에게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벽 너머에서 목소리로만 음악을 가르치는 스승이 있었다. 크리스틴은 그 목소리를 음악의 천사라고 믿게 된다.
그 믿음은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시작된다.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크리스틴의 아버지는 자신이 죽은 뒤에도 음악의 천사를 보내 딸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아버지를 잃은 크리스틴은 깊은 슬픔에 빠졌고, 어느 날 나타난 신비로운 목소리를 아버지가 보내준 천사라고 받아들인다.
에릭은 바로 그 기억을 이용한다. 그는 크리스틴에게 음악을 가르치지만, 동시에 그녀의 인간관계와 무대, 사랑까지 통제하려 한다.
크리스틴의 어린 시절 친구인 라울 드 샤니는 그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와 대화하는 것을 목격한다. 그러나 분장실 안에는 크리스틴 외에 아무도 없다.
라울은 처음에는 크리스틴에게 다른 연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건이 거듭될수록 그 목소리가 평범한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카를로타의 목소리와
추락하는 샹들리에
오페라의 유령은 극장장들에게 크리스틴을 『파우스트』의 마르그리트 역에 세우라고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극장장들은 유령의 명령을 무시하고 유명 가수 카를로타를 무대에 올린다.
공연이 시작되자 카를로타는 평소처럼 노래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는 두꺼비 울음처럼 기괴한 소리로 변하게 된다.
관객들이 술렁이는 바로 그때, 극장 천장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샹들리에가 객석을 향해 추락하는 일이 일어난다.
뮤지컬에서도 잘 알려진 장면이지만, 원작에서는 유령의 요구를 거부한 선택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에 가깝게 묘사하고 있다. 사고로 실제 희생자까지 발생하면서 극장장들은 자신들이 단순한 장난에 휘말린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에릭은 무대 뒤에 숨어 음악을 만드는 예술가만이 아니다. 극장의 구조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 구조 자체를 무기로 바꿀 수 있는 인물이었다.

거울 뒤에 숨겨진 지하 세계
샹들리에가 추락한 밤, 크리스틴은 극장에서 사라진다. 에릭은 분장실 거울 뒤에 숨겨진 통로를 열어 그녀를 극장 아래의 세계로 데려간 것이다.
크리스틴은 어두운 복도를 지나 흰 말을 타고 이동한 뒤, 배를 타고 검은 지하 호수를 건너게 된다. 호수 너머에는 에릭이 만든 집이 있었다.
지상과 완전히 단절된 그곳에서 에릭은 자신이 작곡한 오페라 『승리한 돈 주앙』을 들려준다. 그는 크리스틴이 자신의 음악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게 된다.
처음에 에릭은 크리스틴에게 친절하게 행동한다. 좋은 음식을 주고 음악을 들려주며 자신과 함께 있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크리스틴이 그의 가면을 벗기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된다.

뮤지컬의 팬텀은 얼굴의 절반을 가리는 하얀 가면을 쓰지만, 원작의 에릭은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검은 가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도 단순히 한쪽이 일그러진 모습이 아니다. 코는 거의 없고 피부는 누렇게 말라붙어 있으며, 움푹 들어간 눈과 드러난 뼈는 살아 있는 인간보다 해골을 떠올리게 한다.
에릭이 분노한 이유는 얼굴을 들켰기 때문만은 아니다. 자신의 음악을 이해했던 크리스틴마저 얼굴을 본 순간 자신을 괴물로 바라볼 것이라는 두려움이 폭발한 것이다.
그러나 에릭이 겪은 상처가 크리스틴을 속이고 납치한 행동까지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에릭은 사회에서 버림받은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자유를 공포와 폭력으로 빼앗는 가해자이기도 했다.

음악가보다 더 위험한 인물, 에릭
뮤지컬에서 팬텀은 주로 천재적인 음악가로 그려진다. 그러나 원작의 에릭은 음악가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는 건축가이자 마술사이고, 복화술과 기계 장치에도 능한 인물이다. 사람들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유령의 소리라고 믿는 것도 에릭의 복화술 때문이다.
젊은 시절 여러 나라를 떠돌았던 그는 페르시아 왕궁에서 비밀 통로와 고문 장치를 설계했다. 사람을 죽이는 기술과 탈출 장치, 거울을 이용한 환영에도 익숙했다.
파리 오페라 극장이 지어질 때도 건축 과정에 관여했다. 덕분에 그는 극장 내부의 비밀 공간과 지하 통로, 아무도 모르는 방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에릭에게 오페라 극장은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다. 자신이 설계하고 지배하는 하나의 완전한 세계였다.
지상에서는 누구에게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남자가 지하에서는 목소리와 장치, 공포를 이용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라울과 페르시아인의 지하 추적
에릭에게서 잠시 풀려난 크리스틴은 라울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털어놓는다. 두 사람은 함께 도망칠 계획을 세우지만, 그들의 대화를 에릭이 듣고 있었다.
크리스틴이 다시 사라지자 라울은 그녀를 찾기 위해 극장 지하로 내려가게 된다. 이때 그를 돕는 인물이 원작의 핵심 인물인 페르시아인이다.
다로가라고도 불리는 페르시아인은 에릭의 과거를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다. 뮤지컬에서는 존재감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원작에서는 탐정과 안내자, 생존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라울과 페르시아인은 에릭의 집으로 향하다 거울로 만들어진 고문실에 갇히게 된다.
방 안의 거울은 끝없는 사막과 열대림의 환영을 만들어낸다. 실제로는 밀폐된 공간이지만, 갇힌 사람은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를 헤매는 듯한 열기와 갈증을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은 탈출을 시도하지만 결국 바닥 아래로 떨어지고, 서서히 물이 차오르는 공간에 갇히게 된다.
크리스틴에게 주어진 두 가지 선택
에릭은 크리스틴에게 자신과 결혼하라고 요구한다. 그녀가 거부하면 오페라 극장과 그 안의 사람들을 모두 파괴하겠다고 협박이었다.
크리스틴 앞에는 전갈과 메뚜기 모양의 장치가 놓여 있었다. 전갈을 선택하면 에릭과의 결혼을 받아들이는 것이고, 메뚜기를 선택하면 모두의 죽음을 불러오는 결과로 이어진다.
크리스틴은 결국 전갈을 선택한다.
그녀는 라울과 페르시아인, 그리고 극장 안의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에릭의 살아 있는 아내가 되겠다고 약속한다.
에릭은 그 약속을 듣고 크리스틴에게 다가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크리스틴은 그를 밀어내지 않고, 그의 눈물을 바라보며 함께 눈물을 흘리게 된다.
평생 누구에게도 다정한 접촉을 받아보지 못했던 에릭은 처음으로 자신이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느낀다.
어머니조차 그의 얼굴을 보려 하지 않았고, 아들에게 입 맞추기를 거부했다. 그런 에릭에게 크리스틴의 행동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종류의 연민이었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다
에릭은 왜 크리스틴을 놓아주었을까?
에릭은 라울과 페르시아인을 풀어준다. 크리스틴에게도 라울과 함께 떠나도 좋다고 말한다.
자신이 주었던 금반지도 돌려주며, 그것을 크리스틴과 라울의 결혼 선물이라고 말한다.
에릭은 처음에 크리스틴을 소유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를 지하로 데려오고,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하며, 자신과 결혼하도록 강요했다.
그러나 크리스틴이 자신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보여준 순간, 그는 사랑이 상대를 가두는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강제로 얻은 결혼보다 자발적으로 건네받은 한 번의 눈물과 입맞춤이 에릭에게는 더 큰 의미였다.
에릭은 크리스틴을 사랑했기 때문에 붙잡으려 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놓아주는 선택을 한다.
물론 이 선택만으로 그가 저지른 폭력과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크리스틴의 연민도 에릭의 과거를 용서한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인간으로 대우받은 경험이 그의 마지막 선택을 바꾸었을 뿐이다.

원작의 마지막에서 에릭은 죽는다
크리스틴과 라울을 떠나보낸 에릭은 페르시아인을 찾아간다. 그는 자신이 곧 죽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크리스틴이 자신에게 입을 맞추어주었고, 자신과 함께 울어주었다는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에릭은 자신이 사랑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세 주가 지난 뒤 신문에는 짧은 사망 기사가 실린다.
에릭은 끝내 죽었다.
뮤지컬의 팬텀은 가면만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그가 어디로 갔는지, 실제로 죽었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에릭은 크리스틴에게 자신이 죽으면 돌아와 금반지와 함께 몰래 매장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작품의 에필로그는 크리스틴이 그 약속을 지켰을 여지만 남겨둘 뿐이다.
크리스틴과 라울은 사람들의 눈에서 사라진다. 두 사람이 북유럽 어딘가로 떠나 조용히 살았을 것이라는 추측만 남게 된다.
원작과 뮤지컬의 다른 점 7가지
1. 원작은 로맨스보다 추리소설에 가깝다.
뮤지컬은 팬텀과 크리스틴, 라울의 삼각관계를 중심에 두고 있다. 원작은 유령의 정체를 조사하는 기자의 기록처럼 구성되며, 살인과 실종, 협박 편지와 사라지는 돈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2. 에릭의 얼굴은 절반이 아니라 전체가 흉측하다.
뮤지컬의 팬텀은 하얀 반쪽 가면을 쓰지만, 원작의 에릭은 얼굴 전체를 가리는 검은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얼굴도 한쪽만 손상된 것이 아니라 전체가 해골과 시체를 떠올리게 한다.
3. 페르시아인이 핵심 인물로 등장한다.
페르시아인은 에릭의 과거를 알고 라울을 지하 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후반부의 사건도 상당 부분 그의 증언을 통해 전달된다.
4. 에릭은 음악가이면서 건축가와 마술사이다.
원작의 에릭은 작곡과 노래뿐 아니라 건축, 복화술, 기계 장치와 고문 기술에도 능숙하다. 극장 지하의 세계는 그의 음악적 재능만큼이나 건축적 능력을 보여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5. 샹들리에 추락의 과정이 다르다.
원작에서는 카를로타의 목소리가 두꺼비 소리로 변한 직후 샹들리에가 추락한다. 유령의 경고를 무시한 데 대한 처벌처럼 이어지는 장면이다.
6. 원작에는 거울 고문실이 있다.
라울과 페르시아인은 사막과 열대림의 환영을 보여주는 거울 고문실에 갇히게 된다. 뜨거운 열기와 물이 차오르는 공간은 원작 후반부의 긴장을 책임지는 핵심 장면이 등장한다.
7. 원작에서 에릭은 실제로 죽는다.
뮤지컬의 팬텀은 마지막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원작에서는 페르시아인에게 마지막 이야기를 전한 뒤 사망하고, 신문에도 그의 죽음이 짧게 보도되는 것으로 나온다.
에릭은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오페라의 유령』을 읽을 때 가장 어려운 문제는 에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외면 당했다. 어머니조차 아들의 얼굴을 보려 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를 인간이 아니라 구경거리나 괴물처럼 대했다.
그의 뛰어난 재능도 존중받지 못했다. 권력자들은 그의 건축과 마술 능력을 오락과 살인에 이용했을 뿐이다.
에릭이 세상에 대한 증오와 불신을 품게 된 이유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 해주는 않는다.
크리스틴을 속이고 납치하고, 사람들을 협박하고 극장에 재난을 일으킨다. 라울과 페르시아인을 고문실에 가두고 죽이려 하며, 여러 사람의 죽음에도 직간접적으로 연루되기도 한다.
에릭은 사회가 만든 괴물이면서,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괴물이 된 인물인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이 말하는 사랑
에릭은 오랫동안 사랑과 소유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에게 사랑은 상대를 자신의 세계에 가두는 일이다.
그는 크리스틴의 목소리를 완성해주고 무대에 설 기회를 만들어주지만, 그 대가로 그녀의 삶 전체를 요구했다. 자신이 위대한 음악을 가르쳤으니 크리스틴도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랑은 빚을 갚는 일이 아니다. 크리스틴은 에릭의 재능을 인정하지만,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은 라울이다.
그럼에도 크리스틴은 마지막 순간 에릭을 괴물로만 보지 않는다. 사랑받아본 적 없는 한 인간으로 바라보고,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연민을 건넬 뿐이다.
그 짧은 연민이 에릭의 과거를 지우지는 못한다. 다만 그의 마지막 행동을 바꾸어 놓는다.

뮤지컬보다 더 어둡고 복잡한 원작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은 에릭의 사랑과 음악을 아름답게 확대하고 있다. 팬텀은 위험한 존재이지만, 관객이 쉽게 연민을 느낄 수 있는 비극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가스통 르루의 원작은 그보다 훨씬 불편하고 복잡하다. 원작의 에릭은 뛰어난 예술가이면서 살인과 협박에 능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는 크리스틴을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돌려주고, 사랑을 얻기 위해 공포를 이용할 뿐이다.
그러나 바로 그 복잡함 때문에 원작의 에릭은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그는 선한 피해자도, 완전한 악인도 아닌 입체적인 인물이었다.
사랑을 원했지만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고, 누군가에게 인간으로 받아들여진 뒤에야 비로소 상대를 놓아줄 수 있었던 남자.
『오페라의 유령』의 진짜 비극은 누군가의 연민을 처음 받아본 순간,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을 상처 입힌 뒤였다는 데 있다.
소설은 “오페라의 유령은 존재했다”로 시작한다. 그리고 한 인간이 유령이라는 이름에서 벗어나는 바로 그 순간, 그의 죽음을 알리는 짧은 문장으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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