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서 형식은 단순한 틀을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프랑스 고전주의 문학에서 말하는 규칙은 문학을 하는 방식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한 정교한 장치로 작동했다. 질서와 윤리를 이야기하는 듯, 감춰진 욕망과 사회적 모순을 함께 말하고는 했다.
프랑스 고전주의 문학은 흔히 이성의 문학이라 불린다. 규범과 이상적인 모습을 강조했기 때문에 문학이라는 이야기 형식으로 대중적이면서 동시에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오히려 개인의 감정에만 호소했던 이전 시대의 문학보다 더 넓은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다.

고전주의 문학이 정말로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도덕적 교훈이라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구성이라는 형식적 틀을 빌려, 그 아래 숨겨진 인간의 모순, 위선, 욕망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쩌면 이러한 사람에 대한 탐구가 프랑스 고전주의 문학이 가진 가장 날카로운 시선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문학적 흐름 한가운데에는 두 명의 거장이 있었다. 인간의 허위와 위선을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린 몰리에르(Molière, 1622–1673)와 인간의 욕망과 죄의식, 그리고 내면의 흔들림을 집요하게 응시한 장 라신(Jean Racine, 1639–1699)이었다.
이 둘은 겉으로는 서로 다른 스타일을 추구했지만,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이성적 인간이 사회 질서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이었다.

몰리에르의 타르튀프
그중에 몰리에르의 《타르튀프(Tartuffe, 1669)》는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그런 작품이다. 겉보기에는 주인공의 무조건적인 믿음을 유쾌하게 비꼬는 희극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당시 프랑스 사회 전체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 있다.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부유한 귀족 오르공(Orgon)은 그럴싸한 말과 종교적으로 경건하게 행동하는 타르튀프(Tartuffe)를 무한정 신뢰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르공은 타르튀프의 고결함에 감탄해 막대한 재산을 넘기고, 심지어는 딸의 혼인까지도 진행하려 한다. 하지만 타르튀프가 거짓과 탐욕으로 가득 찬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모든 주변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오르공에게 이야기하지만, 오르공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 무조건적인 신뢰, 자신만이 옳다는 아집,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독선은 오르공 자신을 위태롭게 만든다. 결국 타르튀프의 위선이 드러나고, 극적인 반전으로 위기는 모면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르공은 이미 웃음거리가 된 뒤였다.
당시 프랑스에서 가톨릭 교회는 절대 권위를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경건하게 행동했고, 그래서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내려오던 전통을 무비판적으로 신뢰하고 또 따랐다. 의심할 줄 모르는 믿음은 스스로를 위기로 몰아가기도 했다.
몰리에르는 바로 이 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종교적 언어와 도덕적 외양 뒤에 감춰진 권력욕과 이기심을 들춰내면서, 외면의 거룩함이 내면의 진실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발한 것이다.

장 라신의 페드르
몰리에르가 웃음으로 사회의 위선을 해부했다면, 장 라신은 침묵과 고요한 절제로 인간 내면의 욕망을 드러냈다. 그의 대표작 《페드르(Phèdre, 1677)》는 자신들이 이성적이라고 믿고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시대에 가장 추잡한 비이성의 순간을 응시한 작품이다.
작품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배경을 차용하고 있다. 주인공 페드르는 그리스의 왕 테세우스의 아내이자, 그의 전처가 낳은 아들 이폴리트(Hippolyte)를 사랑하게 되는 여인이다. 의붓아들을 사랑하게 된 왕의 아내, 페드르가 겪어야 하는 욕망은 금기된 사랑이었고, 그 그릇된 갈망이 만들어낸 죄책감은 그녀 자신을 파멸로 이끌었다.
평소 자신의 의붓아들 이폴리트를 마음에 품고 있던 페드르는 남편 테세우스가 전쟁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하지만 이폴리트는 그녀의 고백을 거절한다. 이폴리트의 거절로 질투심에 휩싸인 페드르는 살아 돌아온 테세우스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다. 새어머니를 농락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쓴 이폴리트는 추방당하게 되고 결국 목숨을 잃고 만다. 마지막 순간, 모든 진실이 드러나지만, 이미 비극은 되돌릴 수 없는 상태였다.
장 라신의 작품은 내면에서 벌어지는 도덕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페드르는 처음부터 자신이 잘못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조절할 수 없는 감정 때문에 페드르는 끊임없이 죄책감에 시달리고, 흔들리고,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그를 사랑하면서도 피하고,
나 자신을 증오하면서 도망치게 됩니다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끝내 욕망에 굴복해버리고 만다. 이성의 장벽은 무너지고, 숨겨왔던 마음을 털어놓고 만다. 이성적이라고 자신하던 대중들에게 가장 감정적인 패배를 안겨준 작품인 것이다.
서로 다른 시선
하지만 같은 질문
몰리에르는 사회는 왜 이렇게 위선적이냐고 묻었다.
반면 장 라신은 인간은 왜 이렇게 나약하냐고 꼬집었다.
이 둘은 겉으로는 질서와 규범으로 단단해 보이는 지만 그 안에서 개개인들은 얼마나 많은 가식과 그럴싸한 위선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고전주의 문학은 무질서했던 문장을 틀 안에 질서 정연하게 바꾸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완벽해 보이는 격식의 이면에서, 그들의 가장 솔직한 얼굴과 마주하게 만들었다. 아닌 척 웃어넘겼던 위선, 그리고 드러내지 못했던 욕망을 날카롭게 집어낸 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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