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랑스 문학/17세기 프랑스 문학 - 클래식주의

세계 최초의 공상 과학 소설, 달의 국가와 제국, 그리고 태양의 국가와 제국

by suis libris 2025. 3. 6.
728x90
반응형

공상과학(SF) 소설이라고 하면 아마 우주를 가로지르는 로켓, 외계 생명체와의 접촉, 또는 최첨단 과학 기술을 가장 처음 떠올린다. 우리가 흔히 현대의 발명품이나 20세기 초의 쥘 베른, H.G. 웰스 같은 작가들로부터 SF가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공상과학 소설의 기원은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놀랍게도,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 중 하나는 무려 17세기 프랑스에서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사비니앵 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Savinien de Cyrano de Bergerac). 많은 사람들이 그를 로스탕의 희곡 속에서 낭만적인 검객으로만 기억하지만, 실제 시라노는 뛰어난 작가이자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이었다.

 

 

사비니앵 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소설, 프랑스어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는 『달나라 왕국 이야기(Histoire comique des États et Empires de la Lune)』와 『태양 제국 이야기(Histoire comique des États et Empires du Soleil)』를 통해 달과 태양을 탐험하는 놀랍고 기상천외한 상상력을 발휘했다. 이 두 작품은 우리가 SF로 분류하는 요소인 우주 여행, 외계 생명체, 미래 사회의 모습을 상세히 그리고 있다. 더불어 당시 사회를 비판하고 인간의 본성을 통찰하는 날카로운 풍자적 메시지까지 담고 있다.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우리는 흔히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를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속 낭만적인 검객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실제 사비니앵 드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1619-1655)는 훨씬 더 복잡하고 다재다능한 인물이었다. 그는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태어난 귀족 출신으로, 검술과 문학, 철학, 과학에 모두 능했던 르네상스적 지식인이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초상화

 

 

시라노는 젊은 시절 군인으로서 명성을 얻고, 특히 뛰어난 검술 실력과 용감한 성격으로 유명했다. 그러나 그는 군대 생활에 만족하지 않고 학문과 문학에 몰두하게 된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정신을 가진 사상가로서, 권위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통해 당시 사회의 위선을 고발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였다.

또한, 시라노는 자연 과학과 철학 분야에서도 상당한 지식을 갖추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천문학과 물리학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당시 과학적 이론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소설에 접목해 상상력 넘치는 작품들을 집필했다.

그의 대표작인 『달나라 왕국 이야기(Histoire comique des États et Empires de la Lune)』와 『태양 제국 이야기(Histoire comique des États et Empires du Soleil)』는 이런 그의 다재다능한 재능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단순히 환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당시의 과학적 발견을 기반으로 한 심도 있는 철학적 사유와 사회적 풍자를 담고 있다.

 

 

반응형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작품들이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가 시대를 앞서간 독특하고 혁신적인 상상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17세기라는 시대적 한계 속에서도 그는 우주여행, 중력의 개념, 외계 문명과의 소통 등 현대 공상과학 소설의 필수 요소들을 이미 묘사했다. 

 

 

태양 제국 이야기 속 일러스트

 

 

그의 두 작품 『달나라 왕국 이야기』와 『태양 제국 이야기』는 인간이 우주로 여행하여 새로운 세계와 생명체를 만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로켓 추진 장치와 같은 혁신적 아이디어를 통해 우주 비행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특히, 달과 태양의 문명과 문화를 섬세하게 창조하여 현대적인 SF 장르의 특징을 구현했다는 점이 놀랍다.

그는 작품 속에서 당시 사회의 위선과 불합리를 외계 문명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봄으로써, 문학적 상상력과 날카로운 사회적 풍자를 결합시켰다. 요즘 SF 작품들이 사회적 문제와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한 면을 보인다.

 

 

반응형

 

 

달나라 왕국 이야기

 

작품 속 일러스트, 하늘로 날아 올라 달로 올라가는 장면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대표작인 『달나라 왕국 이야기』는 지구에서 달로의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은 달로 향하는 여행에서 놀라운 모험과 다양한 외계 생명체를 만나게 되는데, 그로 인해 달나라에 존재하는 독특한 문명과 사회구조를 경험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시라노는 현대적인 우주 여행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주인공은 로켓 추진 원리와 유사한 방법으로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달에 도착하는 방식을 선보였다. 더불어 달나라 사람들의 기이한 풍습과 사회제도를 통해 당시 프랑스 사회의 부조리와 종교적 독단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다.

 

 

태양 제국 이야기

『태양 제국 이야기』는 『달나라 왕국 이야기』의 속편으로, 이번에는 주인공이 태양을 향한 새로운 여정을 떠나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은 태양에 도착하여, 태양 제국이라는 이상적이고 진보된 사회를 경험하게 된다.

태양 세계는 과학과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로 그려진다. 이곳에서는 과학적 지식이 종교적 맹신을 대신한다. 시라노는 이 작품에서 종교와 과학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루어 냈다. 무지와 편견에서 벗어난 이상적인 사회를 제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확실히 언제 쓰여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대략 1650년에서 1651년 사이에 쓰였다고 추측한다. 작품은 시라노가 사망한 후인 1662년에야 편지의 출판되었다. 실제로 작품의 마지막은 "끝"이라는 단어로 끝을 맺지만 미완성작이라고 평가받는다.

 

소설 줄거리

작품은 주인공 디르코나가 달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온 후, 툴루즈 근처에 사는 친구 콜리냑 백작(Comte de Colignac)의 환대를 받게 되면서 시작한다. 그는 친구에게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글로 기록하며, 콜리냑 백작과 그의 이웃인 쿠상 후작(Marquis de Cussan)과 함께 휴가를 즐기는 중이었다. 그의 이야기는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긴 가운을 입은 학자들(Barbes à longue robe)이 차례로 디르코나를 찾아와 그가 겪은 경험에 대해 심문하기 시작했다.

그는 결국 콜리냑의 신부에게 마법과 이단 혐의로 고발당하고 체포당하는 신세까지 전락한다. 감옥에 갇힌 신세가 된 디르코나는 그 안에서 여러 가지 발명을 하게 된다. 그중 하나가 여러 개의 포물면 거울로 이루어진 비행 장치였다. 그는 이 기계를 이용해 콜리냑 백작의 영지로 돌아가려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기계의 비행 능력을 잘못 계산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날아가게 된다. 

그는 이렇게 원치 않는 태양을 향한 여행을 떠나게 된다. 태양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는 이상할 정도로 행복감을 느끼게 되고, 더 이상 배고픔도 느끼지 않게 된다. 마침내 태양의 작은 위성이나 혹은 행성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한다. 그는 그곳에서 작은 남자를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내 디르코나는 그 언어가 현실 세계의 본질과 가까운 것이기에 금방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후 그는 다시 태양으로 향해 더욱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몸과 기계가 점점 투명해지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던 중 실수로 균형을 잃고 추락하면서 그의 비행 기계가 부서지고 만다. 디르코나는 태양 표면에 떨어져 이곳저곳을 탐험하다가 결국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그가 깨어나자, 눈앞에는 보석과 진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는 나무가 서 있었다. 그 나무 꼭대기에는 새 한 마리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나무가 여러 개의 조각으로 분해되더니 하나의 인간의 형체로 합쳐지더니, 이윽고 태양의 폴리모프(Polymorphe) 종족의 왕이 나타나 디르코나에게 새와 그의 민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이후 디르코나는 불사조(Phénix)를 만나 그를 따라 새들의 왕국으로 가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는 인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며 체포된다. 그는 곤충들(파리, 벌, 벼룩 등)에게 잡아먹히는 형벌을 선고받지만, 다행히도 과거 그가 대화를 나누었던 사촌의 앵무새가 나타나 간청한 덕분에 극적으로 사면된다. 이후 그는 숲으로 보내지는데, 그곳에서 나무들이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된다. 나무들은 자신들이 연인들이었으나 운명적으로 나무가 되어버린 존재들임을 알려준다. 이 연인의 열매는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힘을 지니고 있고, 자석과 철 사이의 끌림 현상도 여기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후 디르코나는 철학자이자 과학자인 캄파넬라(Campanella)를 만나, 함께 여행을 하며 태양 세계를 탐험한다. 철학자들의 지역(Province des Philosophes)에 도착한 그들은 잠의 호수(Lac du Sommeil), 다섯 가지 감각의 분수(Fontaines des cinq Sens), 그리고 기억(Mémoire), 상상(Imagination), 판단(Jugement)의 강을 감상하게 된다. 그는 철학자 왕국의 주민들이 소크라테스(Socrate)에게 정의를 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태양 세계의 질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디르코나의 태양에서의 여정은 새로운 지식과 철학적 성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다시 지구로 돌아갈 준비를 하게 되면서 소설은 마무리된다.

 

 

반응형

 

 

현대 SF에 끼친 영향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의 『달나라 왕국 이야기』와 『태양 제국 이야기』는 단지 시대를 앞서간 독특한 상상력의 작품일 뿐만 아니라 현대 공상과학 문학의 탄생과 발전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그의 작품은 이후 SF 장르의 필수적인 요소인 우주여행, 외계 문명과의 만남, 혁신적 과학 아이디어를 최초로 구체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특히 19세기의 80일 만에 세계 일주, 해저 2만 리』 등을 쓴 쥘 베른의 작품에서 또한 달 여행과 우주 탐험을 묘사한 시라노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비슷한 장면들을 선보인다.

또한 시라노의 접근 방식은 SF를 단지 환상적이고 공상적인 이야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인간과 사회, 과학과 철학을 결합하는 심도 있는 문학적 장르로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의 작품을 읽음으로써 우리는 현대 SF 장르의 탄생과 성장의 본질적 뿌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SF 작품을 즐기며 발견하는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의 원조를 찾고 싶다면, 시라노의 작품을 탐구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 거라 믿는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