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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독후감/문학

기술 발전이 화두가 되는 요즘 읽어야 하는 소설, 책임 없는 창조와 그 비극의 서사 《프랑캔슈타인》 리뷰

by suis libris 2025.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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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The 1818 Text)》

 

 

살아 있는 존재를 내 손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이 단 한 문장에서 시작된 상상이 인간 문명에 던지는 질문은 놀랍도록 깊고, 섬뜩하다. 생명의 비밀을 파헤치고 신의 영역에 도달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과학이 빛을 밝히는 만큼, 그 뒤에 드리우는 그림자는 또 얼마나 짙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인공 장기… 인간은 여전히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려는 꿈을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동시에, 이 모든 진보 뒤에 감춰진 책임과 윤리, 고립과 소외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그런 점에서, 두 세기 전에 쓰인 한 소설이 여전히 우리를 매혹시키고 경고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바로 메리 셸리 (Mary Shelley)의 《프랑켄슈타인 (Frankenstein: The 1818 Text)》이다. 한 젊은 과학자의 손에서 탄생한 생명체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비극, 그리고 인간이 감당하지 못한 선택의 결과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프랑켄슈타인》 초판본 표지

 

작품의 줄거리 요약

이야기는 북극을 향해 항해 중인 영국 탐험가 로버트 월턴(Robert Walton)의 편지로 시작된다. 그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북극 탐험에 나섰고, 그 길 위에서 눈보라 속을 떠도는 한 남자를 구조하게 된다. 이름은 빅터 프랑켄슈타인(Victor Frankenstein). 초췌하고 지쳐 있는 그 남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반드시 기록해 달라며 한 인간의 야망이 부른 파멸의 서사를 털어놓는다.

빅터는 젊은 시절부터 자연과학에 깊은 흥미를 느꼈고, 생명의 원리를 탐구하는 데 집착해 왔다. 결국 그는 금기를 넘어서, 죽은 신체 조각들을 이어 붙여 하나의 존재, 하나의 생명을 창조해 낸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그 존재가 눈을 뜨는 순간, 빅터는 공포와 혐오에 휩싸여 피조물을 외면하고 도망친다.

 

 

《프랑켄슈타인》

 

 

버려진 피조물은 세상의 따뜻함을 갈망하며 인간 사회로 다가가지만, 그 흉측한 외모 때문에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는 인간에게 배척당하고 학대당한 채 방랑하며, 몰래 숨어 한 가족을 관찰하며 언어와 감정, 인간애를 배워간다. 하지만 결국 그조차도 받아들여지지 못하자, 절망에 빠진 그는 자신의 창조자, 빅터에게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피조물은 빅터를 찾아가 자신의 고통과 외로움을 호소한다. 그리고 자신과 함께 살아줄 짝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빅터는 두 번째 생명체의 탄생이 더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을 두려워해 그 요청을 거절하고, 피조물은 이에 분노하여 빅터의 가장 소중한 이들을 하나씩 앗아간다.

가족과 친구, 사랑하는 연인을 모두 잃은 빅터는 피조물을 쫓아 북극까지 이르게 되고, 그 끝에서 월턴의 탐험선에 구조된 것이다. 이야기는 피조물이 마지막으로 등장해 자신이 저지른 고통의 흔적을 돌아보며 사라지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죽음과 복수, 창조와 파괴의 궤적 속에서 남은 것은 오직 고요한 눈밭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질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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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일러스트

 

작품의 현대적 의미

1. 인간의 욕망과 과학 윤리의 문제  

《프랑켄슈타인》은 과학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욕망과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가능성만을 바라봤지, 그 끝에 닿았을 때 발생할 결과에 대해 준비하지 않았다.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인공 생명체 개발 등 빅터가 꿈꾸던 세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런 현실 속에서 작품은 과학이 윤리와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만든다. 단지 할 수 있는가 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언제나 해야 하는가라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려주고 있다.

 

2. 고립과 소외, 인간 존재에 대한 탐구

피조물은 인간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결국 세상을 향해 복수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는 악하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외로움과 거절이 괴물을 만든 것이다. 이는 단순히 픽션 속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현대 사회 속에서도 외모, 출신, 성 정체성, 경제적 조건 등 다양한 이유로 소외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때로 사회가 만들어낸 또 다른 괴물로 낙인찍힌 채 살아간다.

작품은 괴물은 만들어지는 것이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지금의 세대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경고인 것이다.

 

3. 책임과 죄의식의 문제  

빅터는 생명을 창조했지만, 피조물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는 끊임없이 죄책감에 시달리지만 끝내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지 못한다. 이 이야기는 단지 과학적 창조물에 대한 책임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며 타인에게 끼치는 영향과 그에 대한 도덕적 책임에 대해 묻게 된다.

우리가 무심코 내린 결정, 혹은 회피한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실은 책임을 피한 결과는 언젠가 우리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되새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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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초판본

 

1818년 초판본의 특성과 후대 개정판과의 차이점

작품은 1818년 초판본과 1831년 개정판이라는 두 가지 주요 버전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접하는 버전은 1831년판이지만, 원작자의 본래 의도를 더 생생히 느낄 수 있는 텍스트는 1818년 초판본이다. 이 두 판본 사이에는 단순한 문장의 수정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창조의 동기의 차이

1818년판의 빅터는 스스로의 지식에 대한 욕망과 야망으로 생명 창조에 도전한다. 그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지적 호기심에 사로잡힌 주체적 인물이다. 하지만 1831년판에서는 그의 행동이 보다 운명론적으로 그려진다. 그는 자연의 힘에 이끌려 생명을 창조하게 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인간의 자유의지보다는 숙명에 가까운 톤으로 바뀐다. 이러한 수정은 작품에 대해 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 시기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피조물의 성격과 묘사  

1818년판의 피조물은 인간적인 감정과 논리를 지닌 복잡하고 사유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철학적이며, 인간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반면 1831년판에서는 그의 야성적이고 본능적인 면이 강조되어 있다. 좀 더 전통적인 괴물의 이미지에 가까워 보인다. 이 변화는 독자의 공감을 유도하는 방향에서 보다, 경계와 공포의 대상으로 피조물을 강조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개입  

초판본에서는 독자의 해석에 많은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소설은 이야기 자체에만 집중하고 작가의 판단은 거의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1831년판 서문에서는 그녀가 왜 이런 이야기를 썼는지,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작가 자신의 의도를 명확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은 작가의 해석이 작품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사례이기도 하다.

결국 1818년판은 Shelley의 가장 원초적이고 날것 그대로의 메시지가 담긴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초판본을 읽는 것은 단순한 고전 읽기를 넘어 작가의 내면과 시대적 맥락까지 엿보는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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