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독후감/문학166

영화 원작 소설, 《길 위에서(On the Road)》 줄거리 및 완벽 리뷰 살 파라다이스는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삶 속에 있었다. 전쟁 후의 허무감, 글은 잘 써지지 않았고, 도시의 공기는 무거웠다. 그렇게 무기력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던 어느 날, 딘 모리아티라는 존재가 뉴욕에 나타난다. 거칠고 자유롭고, 전기처럼 불규칙한 에너지를 가진 남자였다. 딘은 단순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속도’였다. 살은 그 속도에 끌렸다. 그리고 마침내, 함께 길 위로 나서기로 한다.소설 《길 위에서(On the Road)》는 단순히 히피 문화나 비트 세대의 상징으로만 기억된다면, 그건 너무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소설은 자유에 대한 이야기이자,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살 파라다이스와 그의 친구 딘 모리아티는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며 끊임없이 움직이.. 2025. 6. 17.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 줄거리 및 리뷰 사이버 공간은 이제 더 이상 낯선 개념이 아니다. 때로는 물리적 세계보다 온라인 세계에서 더 많은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다. 하지만 이런 풍경이 낯설고 두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절, 누군가는 이 미래를 이미 상상하고 있었다.《뉴로맨서(Neuromancer)》는 그런 상상에서 시작된 소설이다. 낡은 모뎀 소리가 배경음이던 시절에, 윌리엄 깁슨은 ‘매트릭스’라는 단어를 처음 문장으로 옮겼다. 누군가의 뇌가, 누군가의 몸이, 그리고 누군가의 감정이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조각나고 다시 이어지는 세계에서 해커 케이스의 복귀와 재접속, 상실과 망각, 존재와 소멸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다. 네트워크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인간의 불안과 욕망, 그리고 그 안에 스며든 외로움에 대해 말한다.소설은 지금.. 2025. 6. 16.
낯설지만 너무도 익숙한 세계,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 줄거리 요약 및 리뷰 어떤 이야기는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처음부터 마음을 붙잡았다는 걸 깨닫게 한다. 카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가 바로 그렇다. 이 소설은 독특한 설정이나 극적인 반전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한 인물의 조용한 회고 속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삶의 의미와 인간다움에 대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 캐시의 목소리는 따뜻하고 차분하다. 그녀는 과거를 조각조각 꺼내어 들려준다. 친구들과의 우정, 첫사랑, 질투, 후회, 그리고 어딘지 설명하기 어려운 이질감. 처음에는 마치 평범한 기숙학교 소설처럼 보인다. 그러나 페이지를 넘길수록,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조금씩 이상한 기운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익숙한 감정들 속에 스며든 낯선 현실. 알고 나면 너무 늦어버린.. 2025. 6. 3.
한 시대가 연주한 소리, 《래그타임(Ragtime)》 줄거리 요약 20세기 초, 미국은 요동치고 있었다. 산업이 팽창하고, 자동차가 거리를 채우며, 유럽의 이민자들이 자유의 꿈을 안고 엘리스 아일랜드를 통과하던 시대였다. 누군가에겐 기회의 땅이었고, 누군가에겐 차별과 불의의 무대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리듬처럼 겹쳐지고 충돌하며, 하나의 멜로디로 흘러간다. 그것이 바로 《래그타임(Ragtime)》이다. E. L. 닥터로의 《래그타임》은 역사와 허구, 유명 인물과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치 한 곡의 래그타임 음악처럼 교차하고, 겹치고, 흔들리며 만들어낸 거대한 앙상블이다. 이름 없는 백인 중산층 가족, 존엄을 잃지 않으려 싸우는 흑인 피아니스트, 벼랑 끝에서 혁명을 꿈꾸는 이민자 아버지와 어린 딸, 그리고 해리 후디니, J. P. 모건, 에블린 네스빗 같은 .. 2025. 6. 2.
가족이라는 퍼즐, 다시 맞춰볼 수 있을까?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 수정》 리뷰 크리스마스 저녁 식탁에 모인 다섯 개의 균열가족은 언제나 우리 삶의 중심에 있다. 사랑과 갈등, 희망과 실망이 가장 진하게 오가는 곳. 하지만 그 중심이 흔들릴 때,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조너선 프랜즌의 《인생 수정(The Corrections)》은 미국 중서부의 평범한 한 가족을 통해, 전통적 가족의 붕괴와 재구성을 놀라운 서사와 통찰로 그려낸다. 아버지는 병들고, 어머니는 고립되어 있으며, 세 자녀는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방향을 잃은 채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어느 날, 어머니는 말한다. 이번 크리스마스엔,모두 집으로 와줬으면 좋겠어 각기 다른 도시와 삶에서 분투하던 자녀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 하지만 이 식탁 위에 놓인 건 단지 칠면조 요리가 아니다. 그들의 .. 2025. 5. 28.
2023 공쿠르상 수상작,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그녀를 지키다》 리뷰 무력한 시대를 살면서도, 한 남자는 붓 대신 정을 들고, 말 대신 침묵을 선택한 채 자신의 모든 시간을 단 한 사람에게 바쳤다.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소설 《그녀를 지키다(Veiller sur elle)》는 거대한 전쟁도, 화려한 반전도 없지만 한 문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를 깊이 가라앉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지켜낸다는 것, 기다린다는 것,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작품은 우리는 누구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가?그리고 그 존재를 위해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는가? 줄거리 요약소설은 20세기 중반 이탈리아, 한 수도원의 병실에서 시작된다. 침대에 누워 있는 노인의 이름은 미켈란젤로 비탈리. 그의 곁에는 말없이 앉아 있는 수녀들이 있고, 언젠가부터.. 2025. 5. 26.
이야기 속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소설, 마거릿 애트우드의 《눈먼 암살자》 줄거리 및 리뷰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 《눈먼 암살자》는 이야기 안의 또 다른 이야기, 그리고 그 이면에 감춰진 또 다른 이야기. 이 소설은 한 여성의 회고록이자, 한 가문의 몰락기이며, 동시에 사랑, 배신, 권력, 침묵의 기록한 소설 같은 느낌이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그리고 누가 그 진실을 쓸 권리를 가졌는가?”마치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은 소설은, 다중 구조와 시간의 교차, 그리고 환상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를 만들어내면서 진실을 쫓게 만든다. 1. 소설의 시작소설의 화자는 아이리스 체이스(Iris Chase)라는 노년의 여성이다. 그녀는 20세기 초반, 캐나다 온타리오의 부유한 가문 출신으로, 언니인 로라 체이스(Laura Chase)의 비극적인 자살 이후 가문의 몰락과 개인적인 고통을 겪으며.. 2025. 5. 23.
두 연인의 숨겨진 사랑, 앤토니어 수잔 바이어트의 소설 《소유(Possession)》 리뷰 “사랑은 소유할 수 있는 것일까,아니면 추적하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미스터리인 걸까?” 앤토니어 수잔 바이어트의 소설 《소유(Possession)》는 이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을 하나의 문학 탐정극으로 초대한다. 현대의 두 문학 연구자가 19세기 시인들의 숨겨진 연애편지를 발견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사랑’과 ‘텍스트’라는 두 축을 따라 복잡하게 얽히고 교차하는 시간을 그리고 있다.소설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이상으로 문학사적 추리극이자 시대를 넘나드는 서간체 구성을 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집착, 자유에 대한 성찰이 겹겹이 덧입혀진 거대한 이야기는 줄거리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1. 편지 한 장에서 시작된 서사주인공 롤런드 미첼은 가난한 문학 연구자다. 그는 19세기 영국 시인 랜돌.. 2025. 5. 22.
사랑, 상처, 그리고 이별의 용기를 그린 소설, 콜린 후버의 《우리가 끝이야》 줄거리 리뷰 《우리가 끝이야(It Ends With Us)》를 펼쳤을 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를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로맨스, 주인공의 자립과 성장, 그리고 마음을 치유해 주는 따뜻한 서사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흔한 로맨스의 공식을 조용히 뒤엎으며 신선한 물음을 던진다. 사랑이 삶에서 전부일 수 없을 때,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설은 사랑에 대해 말하지만, 그것은 결코 달콤하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일어나는 상처, 그 상처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끝을 내야만 하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한다.주인공 릴리 블룸은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이다. 새로운 도시에서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그녀에게 사랑.. 2025. 5. 20.
테일러 젠킨스 리드의 소설 《에블린 휴고의 일곱명의 남편(The Seven Husbands of Evelyn Hugo)》 줄거리 및 리뷰 할리우드 아이콘의 고백, 누구를 위한 이야기인가?'에블린 휴고가 회고록을 출간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소식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미 은퇴한 지 오래인 전설적인 할리우드 여배우가 오랜 침묵을 깨고, 자신의 삶, 특히 일곱 번의 결혼과 헐리우드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테일러 젠킨스 리드의 소설 《The Seven Husbands of Evelyn Hugo(에블린 휴고의 일곱 명의 남편)》은 바로 이 한 문장에서 이야기가 출발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유명인의 회고록이 아니다. 화려함과 스캔들로 뒤덮인 할리우드의 뒷면, 그 안에서 한 여성이 스스로를 지키며, 사랑하고, 잃고, 다시 일어선 기록으로 읽힌다.주인공은 물론 타이틀의 에.. 2025. 5. 19.
고래 사냥이 아닌 자기 파괴의 이야기, 《모비 딕(Moby-Dick)》 줄거리 완벽 요약 바다, 고래, 그리고 집착의 항해에 대한 소설은 "나를 이슈메일이라 부르라(Call me Ishmael)."라는 문장으로 종결될 수 있다.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 중 하나로 시작하는 《모비 딕》은 단순한 고래 사냥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독자는 점점 더 깊은 바다로 끌려 들어간다. 그 바다는 실제의 바다이기도 하고, 인간 정신의 깊은 심연이기도 하다.소설은 주인공 이슈메일이 포경선 피쿼드호에 승선하며 겪는 여정을 따라간다. 선장 에이허브가 자신의 다리를 앗아간 하얀 고래 모비 딕(Moby Dick)을 쫓으면서 벌이는 집착의 서사이자,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자연과 운명에 맞서 싸우는 비극이 작품의 전체를 관통한다.소설에는 복잡한 철학, 종교적 상징, 자연에 대한 경외.. 2025. 5. 18.
기억 속에 감춰진 비극,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진실, 《우리는 거짓말쟁이》 줄거리 리뷰 누구나 한 번쯤은 잊고 싶은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 그러나 잊으려 애쓴다고 해서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E. 록하트의 《우리는 거짓말쟁이(We Were Liars)》는 상실, 사랑, 기억, 그리고 거짓말로 뒤얽힌 이야기를 통해 이러한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시너클레어 가문의 사유지, 비치우드 섬에서 여름마다 모이는 거짓말쟁이들의 우정과 사랑은 처음에는 찬란하게 빛난다. 하지만 어느 여름 밤, 돌이킬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캐디는 기억을 잃은 채 혼란 속에 빠진다.작품은 캐디가 잃어버린 조각들을 하나하나 맞추어 가는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들 역시 그녀와 함께 숨겨진 진실에 다가서게 만든다. 과연 그녀가 되찾은 기억 속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소설은 그 해답을 향해 조용하지만 무겁게.. 2025.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