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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15

에세이를 가장 처음에 쓴 작가, 미셀 드 몽테뉴 미셀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는 프랑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 중 한 명이다. 그가 유명한 이유는 명백하다. 바로 《에세이Essais》라는 작품을 썼기 때문이다. 그는 문학뿐만 아니라 철학, 교육, 그리고 인간 이해에 있어 혁신적인 접근을 제시하며 오늘날까지도 광범위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몽테뉴의 《에세이Essais》는 자기 성찰과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자신과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개발하도록 도전한다. 이 작품은 개인적 사색을 통한 지식의 탐구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의 탄생을 알렸으며, 오늘날 우리가 읽고 있는 대표적인 장르 '에세이'라는 용어 자체가 몽테뉴의 작품에서 유래되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그의 영향력을 증명한다. 프랑스 르네상스 시대를.. 2024. 2. 29.
에세이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리뷰 박물관 경비원으로 보낸 10년 동안의 실제 일상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책《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의 평범한 일상으로 책을 시작한다. 갤러리의 외관부터 방문객의 모습, 그리고 그들과의 상호 작용까지. 예술 작품과 박물관 환경이 경비원의 관점을 심오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주인공이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겪게 되는 경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예술과 삶에 대한 통찰력 있는 성찰은 이 책이 개인의 스토리텔링과 사회와 개인의 삶에서 예술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혼합하는 풍부한 계층의 내러티브를 제공한다. 에세이는 예술에 대한 관조적인 탐구, 개인적인 상실, 평범해 보이는 삶의 측면에서 의미 추구하려 노력하낟.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박물관 경비원으로 일.. 2024. 2. 3.
요제프 괴벨스의 개인 비서, 브룬힐데 폼젤의 '어느 독일인의 삶' 리뷰 홀로코스트 시대, 나치의 나팔수 노릇을 한 요제프 괴벨스의 속기사 겸 개인 비서로 일했던 여인의 삶은 어떠했을까? 가장 끔찍했던 시대를 가장 화려했던 시대로 기억하고 있지는 않을까? 마치 선택받은 이들처럼 정부로부터 받는 특혜를 누리며 정권의 말단 직원이었던 시절을 추억할지도 모른다. 《어느 독일인의 삶Ein deutsches Leben》은 괴벨스의 개인 비로 근무했던 브룬힐데 폼셀의 인터뷰를 기반으로 쓰인 책이다. 2016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 뒤에 책으로 발간된 책으로 105세였던 브룬힐데 폼셀의 삶을 재조명한다. 책은 그녀가 겪었던 1차 세계 대전 이후부터 나치 정권이 막을 내린 1945년 8월 수용소 수감, 1950년 수용소에서 풀려나 집으로 돌아오기까지를 이야기한다. 처음부터 정치에는 관심이 .. 2021. 8. 30.
박완서 에세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리뷰 한때 작가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다. 마치 화면 속 연예인을 보듯이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들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아주 잠깐, 글을 쓰는 작가가 나의 이상형 대열에 들기도 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눈과 삶을 대하는 깊이는 이과와 공대를 나온 이를 충분히 매료시키고도 남았다. 시간이 흐르다 보니 작가도 연예인도, 평생을 바쳐도 오를 수 없을 것 같은 위치에 있는 이들의 삶도 나름 소박하고, 애환이 있고, 삶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눈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국 근현대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여성 작가, 박완서 작가의 삶은 소박하기만 했다. 마흔이 되어서야 잡지사 (여성동아) 를 통해서 등단한 박완서 작가는 일찍이 여성으로 세상을 대하는 주체적인 작품을 다수 펴냈다. 이미 10년 전.. 2021. 4. 15.
김겨울님의 에세이 '책의 말들' 리뷰 언젠가 책을 읽으면서 책과 함께 했던 순간들과 추억들과 생각들을 글로 엮어낸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권 쯤은 소장하고 싶은 그런 책. 이런 마음이 있었기에, 읽다가 멋대로 남깁니다나 ㅇㅁㅌ ㄷㅅ 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이 많이 담긴 형식으로 책에 대한 나만의 애정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요즘 같은 시대에 책에 대한 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실은 글을 어디에 쓰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읽다가 남기는 일은 잠시 멈추었다. 책에 대한 얘기가 재미가 없고,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북튜버이자 진성 책덕후(?) 김겨울님의 《책의 말들》을 보고 무참히 깨졌다. 책을 읽고 사유하는 일에도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과 그 추.. 2021. 3. 10.
나해석님의 에세이 '꽃의 파리행' 리뷰 누구나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도시, 프랑스 파리. 100년 전 파리의 모습은 어땠을까? 100년 전 파리에서 열린 만국 박람회의 사진을 보면 사진 속 에펠탑의 전경은 지금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놀란다. 어릴 적 살던 동네는 몰라보게 바뀌었고, 추억 속 장소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세상에서 유일하게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도시가 있다면 그곳은 왠지 파리가 될 것 같다. 파리에 관한 책들은 수없이 많다. 파리를 여행한 책이라면 더욱 다양하다. 파리는 그 역사만큼이나 방대하고 다양한 문헌이 존재할만큼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중에 100년 전 여성의 신분으로 파리를 다녀온 여행기가 있다면 어떨까? 일제 강점기에 어느 것 하나 자유롭지 못한 시대에 한 여성 화가.. 2021. 2. 22.
[책리뷰] 과학 에세이 '칼 세이건의 말' 리뷰 열 살이 되도록 산타가 실존한다고 믿고 있는 순수 ‘소년은 산타는 없다’는 주변 친구들의 말에도 자신만의 주장을 이어나가기 위해 증거와 논리적 근거를 수집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 명백하지는 않지만 여러 정황적 증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논리를 이어갔다. 이를 옆에서 보고 있던 소년의 엄마는 아들이 굳게 믿고 있는 산타의 존재가 모두 자신들의 순수한 마음에서 만들어낸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알리기가 두려웠던 것일까? 아들의 희망을 꺾고 싶지 않아 이어온 자신들의 거짓말 때문에 덜컥 겁이 났던 게 틀림없다. 아니면 진짜로 산타가 나타나 주기를 바랐을지도. 이야기를 듣고 열 살 소년의 논리적 사고 능력이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산타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내고 싶은 그의 노력은 상상.. 2020. 12. 11.
[책리뷰] 토드 메이의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리뷰 누구나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진리를 실천하면서, 닮고 싶은 위인이나 멘토의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혹은 가까운 부모님이나 학교에서 배웠던 교육에 맞춰 살아간다. 더 나은 사람이란 어떤 모습일까? 조금 더 괜찮은 삶이란 어떤 삶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 명확하지도 않은, 그렇다고 어떤 종류의 답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막막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받는다. 특히 환경이나, 질병, 난민, 인권과 같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는 더욱 도전적으로 묻는다. 답을 내놓으라고. 도덕적 생활의 한 가지 방식으로 ‘품위decency’라는 말을 사용했다. 내가 말한 품위는 의무, 옳음, 공리, 선과 같은 도덕철학의 전통적 개념들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대부분의 사.. 2020. 11. 18.
'사람에 대한 예의' 책 리뷰 4주 후에 다시 보자는 말로 끝나던 〈사랑과 전쟁〉은 어머니의 최애 프로였다. TV를 거의 시청하지 않던 어머니는 내가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낼 때는 남의 집 막장 스토리를 틀어 놓으셨다. 그 기가 막힌 얘기들이 진정 어머니의 흥미를 끌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른다. 세상 물정에 어두운 나이만 가득 찬 당신 아들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는 매번 막장으로 치닫는 스토리가 보기 거추장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불편한 얘기들을 왜 계속 보고 있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둡고 더럽고 아픈 다른 이들의 각색된 드라마를 굳이 TV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방영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추잡한 사실을 마주한 불쾌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 2020. 11. 16.
토드 메이의 '부서지기 쉬운 삶' 책리뷰 상처를 잘 극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웬만한 일에는 그저 초연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녀)는 분명 어지간히 크고 작은 상처에는 이골이 날 만큼 긴 시간을 보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상처를 즐기는 사람은 없다. 쓰라린 고통을 느끼는 과거의 상처는 들추고 싶어 하지 않고, 상처를 준 이들에게는 어금니에 힘이 들어갈 만큼 분통을 느낀다. 상처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처를 피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거나, 진심을 다 하지 않거나, 마음을 열지 않는다. 지긋지긋해진 상처의 고통을 다시 겪지 않으려는 나름의 노력이다. 진정 상처 받지 않는 삶을 원하는 것일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어기제가 동작하기도 하지만, 이내 다시 예전의 모습을 찾는다. 마음에도 탄성.. 2020. 11. 8.
로런 엘킨의 '도시를 걷는 여자들' 리뷰 나는 작품을 대할 때 작가가 여성인지 혹은 남성인지 의식하며 작품을 감상한 기억이 없다.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빛나고, 작가가 누군지에 상관없이 작품은 어느 정도는 독자에 따라 해석되고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성 작가의 문학을 별도로 분류하진 않지만, 여성 문학은 구분한다. 여성의 삶을 적나라하게 파헤친 작품이고,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불합리에 대한 고발이고, 알게 모르게, 우리 삶에 깊숙하게 드리워진 선입견에 대한 경적을 울리는 작품이다. 그 작품 안에서 한쪽으로 기울어진 불평등에 대한 목소리를 낸다. 여성 운동이나 여성 권위 신장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지만, 문학 작품을 통해서 당시 그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졌던 여성에 대한 시선은 가끔은 참혹할 만큼 답답할 때가 많다. 누군.. 2020. 11. 3.
린다 개스크 '당신의 특별한 우울' 리뷰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너무나도 익숙한 그 이름 ‘우울증’. 가끔 기분이 몹시 가라앉거나 기분이 무척 안 좋을 때 ‘혹시 나도 우울증인가?’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렇지만 한 번도 나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이해하려고 시도해본 적이 없었다.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혹시 나도 과거 한때 앓고 지나갔을지 모를 그 흔하디 흔한 우울을 나는 멀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지하 깊숙이 가라앉은 것 같은 감정을 감히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냐고 겁을 집어먹고, 의례 포기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나는 우울에 대해서 무지했고, 그게 어떤 것인지 너무 몰랐다. 정신과 의사로서 우울증을 극복한 린다 개스크의 《당신의 특별한 우울》은 나에게 우울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었.. 2020. 10.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