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아니 에르노의 《남자의 자리(La place)》 리뷰
누군가의 죽음은 문장을 만든다. 특히 그가 말없이 살아낸 삶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를 위해 남겨진 언어는 더더욱 조심스러워진다.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의 작품 《남자의 자리(La Place)》는 바로 그런 글이다.그녀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작가는 그의 생을 글로 남기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기억’의 서술이 아니다. 그것은 계급의 언어, 거리감, 부끄러움, 사랑, 그리고 작가가 된 딸의 복잡한 감정이 얽힌 기록이다. 작품은 단순한 회고록이 이상으로, 한 남자의 삶을 통해 프랑스 사회의 계층 구조를 해부하고, 동시에 글쓰기의 윤리를 묻는 에세이이다. “나는 그에 대해 너무 많이 알지도, 그렇다고 충분히 알지도 못한다”는 이 고백은, 작가 자신이 그와 어떤 ..
2025.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