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가면 꼭 책장을 이리저리 뒤지며 원하는 책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이 있다. 사서에게 묻기도 민망하고, 컴퓨터 검색대로 향해도 그 ‘청구기호’라는 숫자들은 암호처럼 낯설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생각한다.
도서관 책들은
왜 이렇게
복잡하게
책을 정리해 놓은 거야?
하지만 알고 보면, 이 복잡한 숫자들은 책을 찾는 데 있어 최고의 네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바로 듀이십진분류법(Dewey Decimal Classification, 이하 DDC) 덕분이다. 이번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더욱 쉽게 찾고, 분류 체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DDC의 원리를 아주 쉽고 실용적으로 소개한다.
듀이십진분류법
듀이십진분류법은 1876년 미국의 멜빌 듀이(Melvil Dewey)가 만든 책 분류 체계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도서관 분류 방식 중 하나이고, 대부분의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에서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핵심은 이렇다.
세상을 10개의 큰 주제로 나눈 후,
다시 세부적으로 나누는 방식
이 분류법의 ‘십진’이라는 말처럼, 10개의 주요 분류가 존재하고, 각 주제는 다시 10개의 하위 분류로 나뉜다. 그리고 이 하위 분류도 다시 10개씩 세분화할 수 있다. 책 한 권에는 이 숫자를 기반으로 한 청구기호가 붙고, 우리는 그 청구기호를 따라 책을 찾아가게 된다.
DDC의 10가지 기본 분류
우선, 세상의 모든 책을 다음의 10가지 주제로 나누는 것부터 시작한다.
번호 | 주제 |
000 | 일반총류 (백과사전, 컴퓨터, 정보) |
100 | 철학 및 심리학 |
200 | 종교 |
300 | 사회과학 (정치, 경제, 교육 등) |
400 | 언어 |
500 | 자연과학 (수학, 생물, 물리 등) |
600 | 기술과학 (의학, 농업, 건축 등) |
700 | 예술 (미술, 음악, 스포츠 등) |
800 | 문학 |
900 | 역사 및 지리 |
예를 들어, 시집은 800번대 문학에 속하고, 세계사 책은 900번대에 들어간다.
듀이십진분류법은 숫자가 길어질수록 구체적인 주제를 뜻한다.
예시를 들어 어린이를 위한 지구과학을 찾고 싶다면
500 : 자연과학
550 : 지구과학
551.2 : 기상학
이 책의 청구기호는 551.2가 될 수 있다.
그리고 피카소의 생애와 작품 같은 경우에는
700 : 예술
750 : 회화
759.6 : 스페인 화가
청구기호는 759.6. 피카소는 스페인 출신이니까 이곳에 분류된다.
도서관에서 책을 찾는 법
도서관에서 책을 쉽게 찾는 방법은
우선 검색 키오스크에서 책을 찾는다.
도서관 컴퓨터 검색대에서 책 제목이나 저자 이름을 입력하면, 책의 정보를 볼 수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청구기호이다.
청구기호: 813.6 HOU라면
813: 영어권 소설
.6: 2000년대 이후 작가
HOU: 작가 성(Housel)을 약어로 표시
로 책장 구성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숫자 순서대로 책장을 찾아간다.
먼저 800번대 책장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813 → 그 중에서 813.6 코너를 찾는다.
그 안에서 작가 성을 기준으로 정렬된 HOU 섹션으로 이동하면 된다.
이처럼 숫자와 알파벳을 따라 이동하면, 책을 정확히 찾을 수 있다.
청구기호를 쉽게 읽는 요령
청구기호는 도로명 주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예를 들어, 641.5 KIM이라면,
641: 요리
.5: 요리법
KIM: 저자 김씨
처럼 나누어서 분석이 가능하다.
이 책은 요리라는 큰 범주(600번대)에서, 더 구체적으로는 요리법에 관한 책이며, 김씨라는 저자가 쓴 것이다.
흥미로운 분류 체계
듀이십진분류법은 단순히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책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가치 판단이 개입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종교(200)는 기독교 중심으로 분류된 반면, 불교, 이슬람 등은 비교적 뒷번호에 몰려 있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여성학 서적은 300번대 사회과학으로 들어가 있는데, 이 역시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보다 포괄적인 분류 체계나, 주제 중심 분류법(예: BISAC)을 사용하는 서점도 많아졌다. 하지만 공공도서관에서는 여전히 DDC가 널리 쓰이고 있다.
도서관은 잘 정돈된 지식의 지도이자, 숫자로 구성된 세계의 축소판같은 곳이다.
주소로 집을 찾듯이 듀이십진분류법은 그 지도를 읽는 방법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제 도서관에서 책을 찾을 때, 청구기호가 낯설지 않길 바란다.
책 등 뒤에 붙은 숫자는 단순한 코드가 아니라, 지식으로 향하는 길잡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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