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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독후감/문학

[고전소설]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리뷰

by suis libris 2024.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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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은 전쟁의 비극, 인간의 존재 의미, 시간의 상대성과 같은 깊이 있는 주제들을 유니크하고 때로는 희극적인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1969년에 출판된 이 작품은 이후로 끊임없이 읽히고 연구되는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야기의 주인공, 빌리 필그림은 제2차 세계 대전의 병사이자 시간 여행자로, 그의 인생과 우주 전반에 걸친 여정을 통해 독자들은 삶과 죽음, 선택과 운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문학동네

 

 

소설의 작가 커트 보니것은 1922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작품은 종종 블랙 코미디와 사이언스 픽션의 요소를 결합하여, 사회적, 정치적 비판을 제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커트는 자신의 경험, 특히 제2차 세계 대전 중 드레스덴 폭격에서의 포로 생활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의 경험은 작품에 깊은 영향을 미쳤으며 인간의 잔혹성과 전쟁의 어리석음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작품은 비선형적인 서술 방식으로 유명하다. 이는 커트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방식과 인간 경험의 단편화를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은 "모든 순간이 영원히 존재한다"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주인공이 겪는 시간 여행과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한 그의 반복적인 방문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소설의 줄거리는 전쟁의 참상, 인간 존재의 복잡성, 그리고 시간의 유동성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와 함께 펼쳐진다. 주인공 빌리 필그림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미국의 병사로, 전쟁 포로로 잡혀 독일 드레스덴으로 보내지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드레스덴에서의 생활은 빌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특히 도시가 연합군의 공습으로 파괴되는 장면에서 그는 깊은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된다.

빌리 필그림은 평범한 인물이지만, 그의 인생은 극히 비범하다. 그는 시간을 통해 여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생애를 비선형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의 여행은 제2차 세계 대전 중의 경험에서부터 그가 결혼하고 평범한 안경 판매원으로 살아가는 평화로운 시기, 심지어 외계 행성에서의 시간까지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빌리는 외계인 종족인 트랄파마도리안에 의해 납치되기도 한다. 이 외계인들은 시간을 선형적으로 보지 않으며 모든 순간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 경험을 통해 빌리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며, 이는 소설 전반에 걸쳐 중요한 주제로 작용한다.

소설은 빌리의 여러 생애 단면을 교차하여 보여준다. 전쟁의 잔혹함, 죽음, 그리고 인간 조건의 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또한 전쟁의 무의미함과 인간 경험의 특이성을 탐구하면서도, 유머와 아이러니를 통해 이러한 주제를 경쾌하게 다루어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쟁의 비인간성과 무의미함

 

소설은 전쟁, 특히 제2차 세계 대전과 드레스덴 폭격의 참혹함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잔혹함과 전쟁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한다. 이러한 전쟁의 끔직함과 비인간성, 무의미함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소설 속에서 흘러가는 시간은 선형적이지 않다. 모든 순간은 동시에 존재한다. 이는 인생에서의 좋은 시간과 나쁜 시간이 공존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삶과 죽음이 순환적이고 불가피하다는 사상을 강조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빌리 필그림의 시간 여행은 우리가 자신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는지, 아니면 이미 정해진 경로를 따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그의 시간 여행을 보면서 역으로 개인적 의미에서 우리가 자신의 삶을 얼마나 주도적으로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또한 어떻게 우리가 처한 상황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남긴다.

마지막으로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So it goes"라는 구절이다. 그래 지나가겠지.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이 문장은  삶과 죽음이 불가피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거나 삶의 끝을 대면할 때,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삶의 순간마다 의미를 찾으려는 태도를 반영하기도 한다.

 

 

커트 보니것 《제5도살장》

 

 

《제5도살장》은 전통적인 선형적 서술 방식을 벗어나, 비선형적 구조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인공 빌리 필그림이 시간을 넘나들며 자신의 인생을 다양한 순간에서 경험하는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시간과 인생에 대해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전쟁 이야기를 넘어서, 인간 존재와 우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탐구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커트 보니것은 자신의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어리석음을 강렬하게 묘사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한 전쟁 비판을 넘어서 인간이 겪는 고통과 비극 속에서도 희망과 인간성을 찾아내려는 시도 또한 보여준다. 이는 전쟁 소설이자 철학적 탐구인 동시에, 인간 정신의 회복력과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작품은 자유 의지, 운명, 삶과 죽음의 의미 등 다양한 철학적, 윤리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트랄파마도리안 외계인을 통해 제시되는 시간에 대한 비선형적 관점은 존재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삶의 근본적인 질문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위로와 깊은 성찰을 가져올 수 있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제5도살장》 일러스트, So it goes

 

 

작품은 단순한 소설을 넘어서, 인간 경험의 복잡성과 전쟁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탐구하는 문학적 명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커트 보니것의 독특한 목소리와 그만의 비전은 이 작품을 통해 수준 높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운명과 자유 의지, 삶과 죽음에 대한 답은 들을 수 없었지만 우리는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만의 삶에 대한 우리만의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될 거라 믿는다. 이 책은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독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가치를 지닌 작품이 될 거라 믿는다. 《제5도살장》은 문학, 철학, 역사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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