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위험한 사랑 이야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걸까?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아니라, 광기와 집착, 복수로 뒤엉킨 사랑이 우리를 더욱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의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은 바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집착과 증오, 계급과 운명의 얽힌 실타래 속에서 점점 파멸로 치닫는 한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부터 깊이 연결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은 운명적이지만, 그들의 선택과 욕망은 서로를 극단으로 몰아간다. 사랑은 구원이 아니라 파괴의 도구가 되고, 그들의 관계는 폭풍처럼 거칠고 격렬하다.
소설은 출간 당시부터 논란과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지나치게 거칠고 원초적인 감정을 담고 있어 충격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이 소설은 단순한 연애소설에서 인간 본성의 어두운 깊이를 탐구한 문학적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에게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음악과 예술 작품에 영감을 주고 있다.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
《폭풍의 언덕》을 탄생시킨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는 19세기 영국 문학사에서 가장 신비로운 작가 중 한 명이다. 그녀는 한 편의 소설만을 남긴 채 짧은 생을 마감했지만, 그 한 편의 작품이 문학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그녀의 삶은 마치 그녀가 창조한 히스클리프처럼 고독하고 격렬했으며, 그녀의 글에는 거친 자연과 강렬한 감정이 깃들어 있다.
에밀리는 1818년 영국 요크셔의 작은 마을 손튼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문학적 재능을 가진 가족 속에서 성장했는데, 언니 샬럿 브론테(《제인 에어》의 저자)와 동생 앤 브론테(《애그니스 그레이》의 저자) 역시 훌륭한 작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브론테 자매의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났고, 언니들도 어린 나이에 병으로 사망했다. 이러한 상실과 고독은 그녀의 작품 세계에 깊이 영향을 미쳤다.
어린 시절, 브론테 자매는 함께 공상적인 이야기들을 만들며 문학적 재능을 키웠다. 그러나 에밀리는 타인과의 교류를 피하고 자연 속에서 홀로 있는 것을 즐겼다. 그녀는 요크셔의 황량한 황무지를 거닐며 자연의 거친 아름다움을 체험했고, 이러한 경험이 작품의 배경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에밀리는 내성적이었으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그녀는 잠시 교사로 일하기도 했지만,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사는 것이 힘들어 곧 그만두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가족과 함께 조용한 삶을 살면서 글을 쓰고 시를 창작하는 데 몰두했다.
그녀의 문학적 재능은 시에서도 두드러졌는데,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강렬하고도 섬세한 언어로 표현했다. 1846년, 브론테 자매는 남성 필명(커러, 액턴, 엘리스 벨)으로 시집을 출간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경험은 에밀리에게 소설을 집필할 용기를 주었고, 마침내 그녀의 유일한 소설 《폭풍의 언덕》이 탄생하게 되었다.
《폭풍의 언덕》과 에밀리 브론테의 유산
1847년, 《폭풍의 언덕》이 엘리스 벨이라는 필명으로 출간되었을 때, 당대의 독자들은 충격을 받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도덕적으로 불완전하며, 이야기는 전통적인 연애소설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지나치게 어둡고 거칠다고 평가하며 혹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일부 평론가들은 이 작품이 독창적인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고 보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은 영문학에서 가장 위대한 고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에밀리 브론테는 소설 출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건강이 악화되었고, 1848년 30세의 나이로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생전에 자신의 성공을 목격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작품은 세대를 거쳐 꾸준히 읽히며 문학사에 깊이 남아 있다.
오늘날 《폭풍의 언덕》은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니라 인간의 본질, 사랑의 광기, 자연과 운명의 힘을 탐구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에밀리 브론테는 단 한 권의 소설로 문학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으며, 그녀의 강렬한 필치는 여전히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작품 개요 및 줄거리
작품은 열정과 복수, 집착과 광기가 얽힌 비극적 서사로, 두 세대에 걸쳐 펼쳐지는 복잡한 인간관계를 그린다. 요크셔의 황량한 황무지를 배경으로,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리지만 결국 서로를 파멸로 몰고 가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소설은 처음부터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외부 인물인 록우드(Lockwood)라는 신사가 폭풍의 언덕이라는 황량한 저택을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그곳의 주인 히스클리프를 만나고, 밤중에 이상한 꿈을 꾸게 되는데, 그 꿈에서 그는 창문을 두드리는 유령 같은 존재, 캐서린의 환영을 보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록우드는 폭풍의 언덕과 그곳의 주민들에게 얽힌 비극적인 과거를 알게 된다.
그는 저택의 가정부인 넬리 딘(Nelly Dean)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관계가 드러난다.

어린 시절, 집시 혈통의 고아였던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의 아버지에 의해 폭풍의 언덕 저택으로 데려와져 언쇼 가문에서 자라게 된다.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캐서린이 사회적 지위를 위해 부유한 린튼 가문의 에드거 린튼과 결혼을 선택하면서 히스클리프는 극단적인 분노와 복수심에 사로잡힌다.
히스클리프는 부유한 신사가 되어 돌아와 캐서린을 다시 차지하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결혼한 상태다. 두 사람은 여전히 강렬하게 서로를 갈망하지만, 결국 캐서린은 병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녀의 죽음 이후, 히스클리프는 점점 더 광기에 휩싸이며, 복수를 위해 캐서린의 남편과 그의 후손들에게까지 악랄한 행위를 저지른다.
그러나 이야기는 히스클리프의 복수로 끝나지 않는다. 캐서린의 딸 캐시(Cathy Linton)와 히스클리프의 양아들 린턴(Linton Heathcliff), 그리고 언쇼 가문의 후손 헤어튼(Hareton Earnshaw)로 이어지는 2세대의 등장인물들은 부모 세대의 비극을 반복하면서도, 결국 그 어두운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희망을 보여준다.

구조와 서술 방식
작품은 다층적인 액자 구조를 사용하여 서술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록우드라는 외부인의 시점에서 진행되지만, 핵심 이야기는 가정부 넬리 딘의 회고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복합적인 구조는 작품의 미스터리와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키며, 독자들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사건을 따라가도록 만든다.
또한, 소설 속에는 뚜렷한 선악의 구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히스클리프는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이며, 캐서린 또한 희생자인 동시에 스스로의 욕망에 충실한 인물이다. 이러한 도덕적 모호성은 폭풍의 언덕을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만든다.
소설에서 폭풍의 언덕이라는 배경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거칠고 황량한 환경 속에서 자유롭고 원초적인 감정을 상징한다. 히스클리프의 사랑과 복수심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공간이다. 반면 트러쉬크로스 그레인지(Thrushcross Grange)는 린튼 가문의 저택으로, 세련되고 문명화된 세계를 상징한다. 캐서린은 이곳에서 사회적 안정을 찾지만, 동시에 자유로운 본능을 억눌러야 했다.
이 두 공간의 대비는 단순히 환경의 차이를 넘어서, 작품이 다루는 본능과 문명, 야성과 사회적 규율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
작품의 인물들은 단순한 선악의 구도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내면을 지닌다. 이들은 강렬한 사랑과 증오, 욕망과 복수심 속에서 움직이며, 그들의 관계는 마치 폭풍이 몰아치듯 격렬하고 파괴적이다. 이러한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는 것은 작품의 핵심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다.
1. 히스클리프(Heathcliff)
: 야성적 사랑과 복수의 아이콘
히스클리프는 작품 속에 등장 인물 중에 가장 강렬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 고아로 폭풍의 언덕 저택에 들어와 언쇼 가문의 가장(캐서린의 아버지)에게 입양되지만, 이후 계부가 사망한 뒤 친아들 힌들리 언쇼의 학대를 받으며 성장한다.
히스클리프는 어린 시절에는 상처받기 쉬운 존재였지만, 캐서린과의 유대감 덕분에 희망을 품는다. 캐서린이 사회적 지위를 위해 에드거 린튼과 결혼하자, 그는 분노와 복수심으로 변모한다. 부자가 되어 돌아온 뒤, 복수를 위해 힌들리와 린튼 가문을 파멸시키려 한다. 캐서린이 죽은 후에도 그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그녀의 영혼과 재회하기를 갈망하며 생을 마감한다.
히스클리프는 사랑을 빼앗기고 모욕당한 피해자이면서도, 복수를 통해 자신을 스스로 파멸로 이끄는 가해자의 모습을 동시에 지닌다. 그의 광적인 사랑과 복수심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강렬한 힘이다.
2. 캐서린 언쇼(Catherine Earnshaw)
: 사랑과 사회적 욕망 사이에서의 갈등
캐서린은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인물로, 어린 시절부터 히스클리프와 깊은 유대감을 맺지만, 결국 사회적 야망과 현실적인 삶을 선택한다. 그녀는 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그와 결혼하는 것은 자신을 격하시키는 것"이라며 에드거 린튼과의 결혼을 결정한다.
캐서린의 내적 갈등은 극명하다. 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신분 상승을 위해 에드거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히스클리프를 잊지 못하고 그와 재회하며 고통스러워한다. 결국 정신적, 육체적으로 쇠약해지며 죽음을 맞이하고, 죽은 후에도 히스클리프의 영혼을 떠돌게 만든다.
캐서린은 사회적 야망과 본능적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며, 결국 두 가지 모두를 잃는다. 그녀의 선택은 비극을 초래하지만, 그녀 역시 당시 여성으로서 선택의 폭이 좁았다는 점에서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3. 에드거 린튼(Edgar Linton)과 이사벨라 린튼(Isabella Linton)
: 사랑의 순수성과 무기력
린튼 가문의 남매는 소설의 등장인물들 가운데 가장 온화한 성격을 지녔다. 에드거 린튼은 부유하고 세련된 가문의 후계자로, 캐서린과 결혼한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히스클리프와의 강렬한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며, 결국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 선량하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인해, 캐서린을 지키지도 히스클리프를 완전히 몰아내지도 못한다.
이사벨라 린튼은 히스클리프에게 매혹되어 그와 결혼하지만, 결혼 후 그의 폭력적이고 잔인한 본성을 깨닫고 도망친다. 히스클리프와의 사이에서 아들 린튼을 낳지만, 결국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다.
린튼 남매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과 대비되는 인물들로, 문명화된 사회적 가치를 대표한다. 그러나 그들은 격렬한 감정을 다루는 데 서툴러, 결국 비극 속에서 희생된다.
4. 2세대 인물들
: 반복되는 비극과 화해의 가능성
소설 후반부에서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다음 세대가 등장하며, 부모 세대의 비극이 반복되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캐서린(캐시) 린튼은 캐서린과 에드거 린튼의 딸로, 어머니와 닮았지만 더 온화하고 자애로운 성격의 소유자이다. 히스클리프의 아들 린튼과 결혼했으나, 그는 병약한 몸으로 오래 살지 못한다. 이후 헤어튼 언쇼와의 관계를 통해 비극을 극복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낸다.
헤어튼 언쇼(Hareton Earnshaw)는 힌들리 언쇼의 아들이지만, 아버지가 타락하면서 히스클리프에게 학대받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히스클리프와 달리 선한 본성을 유지하며, 캐서린(캐시)과의 사랑을 통해 어두운 과거를 극복한다.
린튼 히스클리프(Linton Heathcliff)은 히스클리프와 이사벨라 린튼의 아들로, 몸이 병약하고 나약한 성격을 보여준다. 히스클리프는 자신의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 아들을 이용하지만, 결국 린튼은 일찍 죽음을 맞는다.
다음 세대 인물들은 부모 세대가 남긴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캐서린(캐시)과 헤어튼의 관계는 작품 속에서 유일하게 화해와 희망을 보여준다. 이들은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이 남긴 잔해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폭풍의 언덕의 어둠을 걷어내는 역할을 한다.

작품 속 메시지
작품은 사랑과 증오, 복수와 운명, 계급과 자연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인간 본성의 복잡한 심리를 탐구한다. 등장인물들의 감정은 폭풍처럼 격렬하고, 그들의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폭풍의 언덕》에서 사랑은 아름답고 순수한 감정보다는, 집착과 광기에 가까운 형태로 그려진다. 특히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관계는 전형적인 로맨틱한 사랑과는 거리가 멀다.
운명적인 사랑, 그러나 파괴적인 결말이 인상적이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자신의 영혼과 같다"고 표현하지만, 사회적 지위를 위해 그를 떠난다. 히스클리프는 그녀를 되찾지 못하자 분노와 복수심에 휩싸여, 주변 사람들을 철저히 파괴한다. 캐서린의 죽음 이후에도 히스클리프는 그녀의 유령을 기다리며, 죽음을 통해서라도 그녀와 다시 만나고자 한다.
이처럼 소설에서 사랑은 단순히 두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다. 오히려 사랑은 인물들을 집착과 파괴로 몰아넣으며, 궁극적으로는 죽음과 고통을 초래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소설은 전통적인 사랑 이야기의 공식을 뒤집으며, 사랑의 어두운 본질을 보여준다.

복수와 증오가 남긴 상처
히스클리프의 삶을 관통하는 가장 강렬한 감정은 사랑뿐만이 아니다. 그는 캐서린을 잃은 뒤 복수심으로 모든 행동을 결정하며, 결국 자신의 삶까지 파괴해 버린다.
히스클리프는 어릴 적 자신을 학대했던 힌들리 언쇼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재산을 빼앗고, 그의 아들 헤어튼을 무지하게 키운다. 캐서린을 빼앗아 간 에드거 린튼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그의 여동생 이사벨라와 결혼하여 그녀를 학대한다. 캐서린이 남긴 딸(캐시)을 자기 아들(린튼)과 결혼시키고, 린튼이 죽은 후 그녀의 모든 재산을 차지한다.
그러나 복수는 히스클리프를 결코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는 복수를 완성한 후에도 허무함을 느끼고, 결국 캐서린의 유령을 기다리며 스스로 죽음을 맞이한다. 이러한 선택은 복수가 궁극적으로 허망한 것임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증오가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계급과 사회적 편견이 초래한 비극
작품의 주요 갈등 중 하나는 계급 차이에서 비롯된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과 동일한 가정에서 자라지만, 그의 출신이 불분명한 탓에 결코 그녀와 같은 사회적 위치를 가질 수 없다.
이러한 계급적 갈등은 캐서린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친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그와 결혼하면 자신이 몰락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에드거 린튼을 선택한다. 히스클리프는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분노를 복수로 승화하며, 부와 권력을 이용해 자신을 무시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한다. 헤어튼은 히스클리프의 복수로 인해 교육을 받지 못하고 하층민처럼 성장하지만, 캐시의 도움으로 계급의 장벽을 극복하려 한다.
작품은 계급과 사회적 편견이 어떻게 사랑을 방해하고, 개인의 운명을 결정짓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부모 세대에서 반복되던 계급의 굴레를 벗어나려는 2세대 인물들의 노력은 작품이 전하는 희망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심연,
그 이면의 희망
작품은 사랑, 분노, 복수, 집착과 같은 인간 본성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히스클리프의 광적인 사랑과 복수심은 우리가 가진 감정의 극단을 보여주고, 캐서린의 욕망과 갈등은 인간이 사랑과 사회적 현실 사이에서 얼마나 힘든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나타낸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 하지만,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면 결국 파멸로 치닫게 된다.
그럼에도 1세대 인물들이 사랑과 복수 속에서 스스로를 파괴한 것과 달리, 2세대는 그 비극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인다. 캐시와 헤어튼은 부모 세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며 관계를 회복해하고, 이들의 관계는 희망적인 결말을 암시하며, 과거의 증오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브론테는 인간의 감정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더라도, 결국은 화해와 회복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작품을 읽는 이유
《폭풍의 언덕》은 19세기 작품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강렬한 감동과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이 소설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 본성의 탐구이자, 사랑과 복수, 계급과 운명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담고 있다. 현대의 독자들은 이 작품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왜 여전히 이 소설에 매혹되는 것일까?
현대 사회에서 사랑은 이상화되거나,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작품은 사랑이 필연적으로 행복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동시에 집착과 파괴로 향하거나, 사랑이 구원이 아니라 오히려 고통과 복수의 원천이 되는 모습은 현대의 연애 서사와 비교할 때 신선한 충격을 준다.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는 과정과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변화는 오늘날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요소다.
이러한 요소들은 히스클리프를 단순한 악당으로 볼 수도 있고, 상처받은 피해자로 변모시키기도 한다. 캐서린 역시 사회적 욕망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그녀의 내적 모순은 오늘날의 인간관계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복수와 증오의 끝은 어디인가 ?
작품은 복수심에 사로잡힌 인간이 어떻게 자신과 타인을 파괴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현대 사회에서도 복수와 증오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정치적, 사회적 갈등 속에서 복수가 어떻게 세대를 거쳐 반복되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메타포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히스클리프의 복수심이 결국 허무함으로 끝나는 모습은, 증오가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다. 반대로, 헤어튼과 캐시가 과거의 갈등을 극복하고 화해하는 과정은 희망을 보여주며, 증오가 반드시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메시지는 개인적 관계뿐만 아니라, 전쟁과 분쟁이 계속되는 현대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사회적 구조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철저히 계급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히스클리프는 출신 불명의 고아로 태어나 사회적으로 무시당하지만, 나중에는 부를 축적하고 복수를 실행하고,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사회적 지위를 위해 에드거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 헤어튼은 교육받지 못한 하층민으로 전락하지만, 캐시와의 관계를 통해 사회적 위치를 회복하려 한다.
오늘날에도 계급과 사회적 지위가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 사회에서도 경제적 격차, 사회적 배경이 결혼이나 연애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크다. 계층 상승의 어려움과 사회적 차별 문제는 여전히 논의되는 주제이며, 작품 속 히스클리프의 고통과 분노는 현재에도 공감할 수 있는 문제다.
소설은 이러한 문제를 낭만적으로 미화하지 않고, 계급과 신분이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억누르고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다.

《폭풍의 언덕》은 현대의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다.
- 사랑이 정말로 절대적인 감정인가, 아니면 인간이 만들어낸 집착인가?
- 증오와 복수는 결국 인간을 파괴하는가?
- 사회적 지위와 계급이 개인의 선택과 감정을 어떻게 제한하는가?
- 감정과 이성의 균형을 찾는 것이 가능한가?
소설이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질문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폭풍의 언덕》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서,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사유를 던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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