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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독후감/문학

별이 만든 결함 속에서, 빛나는 순간들을 그린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리뷰

by suis libris 2025.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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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때때로 우리에게 잔인한 질문을 던진다. 왜 어떤 사람들은 더 오래 살고, 어떤 사람들은 너무 일찍 떠나야 할까? 운명은 정해진 걸까, 아니면 우리가 만들어가는 걸까? 존 그린의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The Fault in Our Stars)는 이런 질문들 속에서 빛나는 한 청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의 대사에서 따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자신들의 별이 고장 났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사랑하고, 꿈꾸고, 서로에게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선물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청소년 소설이 아니다. 암을 앓고 있는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과 죽음, 운명과 선택, 유한한 시간 속에서도 영원을 찾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게 된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된 이 소설은 눈물과 웃음 속에서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만든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북폴리오

 

 

작품 줄거리

이야기의 주인공인 헤이즐 그레이스 랜캐스터(Hazel Grace Lancaster)는 16세 소녀로, 어릴 때부터 갑상샘암이 폐로 전이되어 오랫동안 투병 생활을 해왔다. 그녀는 치료를 통해 일시적으로 병의 진행을 막고 있지만, 완치 가능성은 희박하다.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 항상 산소통을 휴대해야 하는 그녀에게 세상은 마치 유리벽 너머에 있는 것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헤이즐은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보내고, 특히 피터 반 허텐(Peter Van Houten)이라는 작가가 쓴 장엄의 고뇌(An Imperial Affliction)』이라는 책을 사랑한다. 이 책은 암 환자인 한 소녀가 자신의 투병 과정을 이야기하는 내용이지만, 갑자기 문장이 중단된 채 끝이 난다. 헤이즐은 이 열린 결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항상 궁금해하지만, 작가는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다.

헤이즐의 부모는 그녀가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것을 걱정한다. 결국 헤이즐을 암 환자 지원 그룹(Support Group)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마지못해 참석한 지원 그룹에서 그녀는 운명적인 인연을 만나게 된다.

 

 

작품을 배경으로 한 일러스트, 어거스트와 헤이즐

 

 

지원 그룹에서 헤이즐은 어거스터스 워터스(Augustus Waters)라는 소년을 만나게 된다. 어거스터스는 과거에 골육종(Osteosarcoma, 뼈암)을 앓았지만, 한쪽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통해 병이 완치된 상태이다. 그는 자신을 “정말 멋진 삶을 살다가 떠나고 싶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깊은 철학적 사고와 유머 감각을 가진 인물이기도 하다.

어거스터스는 처음 본 순간부터 헤이즐에게 강한 관심을 보이고, 그녀 또한 어거스터스의 솔직함과 유쾌한 태도에 마음을 연다. 그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관심사와 인생관을 공유한다. 헤이즐은 어거스터스에게 장엄의 고뇌』를 추천하고, 어거스터스는 이를 단숨에 읽고 책의 열린 결말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이 너무나도 알고 싶어 하는 작가 피터 반 허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낸다. 놀랍게도 작가에게서 답장이 오고, 그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만나면 책의 결말을 설명해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헤이즐의 건강 상태로는 해외여행이 쉽지 않다.

그러나 어거스터스는 자신이 받은 위시 재단(Genies)의 소원권을 사용하여 헤이즐과 함께 암스테르담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소원권은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 평생 한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어거스터스는 자신의 소원을 헤이즐을 위해 쓰기로 한 것이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The Fault in Our Stars) 》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어거스터스의 부모님의 배웅을 받으며 네덜란드로 향한다. 여행 중 그들은 더욱 가까워지고, 헤이즐은 어거스터스가 단순히 유쾌한 사람이 아니라 삶을 깊이 고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이 기대했던 것과 달리, 피터 반 허텐은 친절한 작가가 아니었다. 그를 만나러 간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차갑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에게 크게 실망한다. 작가는 술에 취한 채 두 사람을 조롱하며, 책의 결말에 대한 어떤 답도 주지 않는다. 헤이즐은 충격을 받지만, 어거스터스는 그녀를 위로하며 오히려 그날 저녁을 특별한 데이트로 만들어준다.

그들은 안네 프랑크의 집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입을 맞춘다. 헤이즐은 비록 피터 반 허텐에게 실망했지만, 어거스터스와 함께한 시간은 그녀에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에게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한다. 사실 그는 네덜란드로 떠나기 전 암이 재발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은 이미 여러 곳으로 전이된 상태였고,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 사실을 들은 헤이즐은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느낀다. 그녀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어거스터스가 먼저 떠날 수도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어거스터스의 건강은 급격히 나빠지고, 그는 점점 쇠약해져 간다. 헤이즐은 매일 그를 보살피며 마지막까지 곁을 지킨다.  

 

 

작품을 배경으로 한 그림, 어거스트와 헤이즐

 

 

어거스터스는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준비하며, 헤이즐과 친구 아이작(Isaac)에게 자신의 추도사(Eulogy, 장례식 연설)를 써달라고 부탁한다. 헤이즐은 어거스터스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담아 진심 어린 연설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거스터스는 세상을 떠난다. 헤이즐은 그가 남긴 빈자리에 깊은 슬픔을 느끼지만, 동시에 그와 함께한 시간이 짧지만 무한히 소중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느 날, 헤이즐은 피터 반 허텐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그것은 어거스터스가 죽기 전에 작가에게 보낸 편지였다. 어거스터스는 헤이즐을 위한 마지막 편지를 작가에게 부탁했고, 편지에는 그가 헤이즐을 얼마나 사랑했는지가 담겨 있었다.  

"헤이즐, 네가 나를 사랑해 줘서 정말 고마워. 우리는 우리만의 ‘작은 무한대’를 가졌어."

헤이즐은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인다.  
"Okay." (괜찮아.)  

이 말은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눌 때 자주 했던 말이었다. 이 마지막 장면은 헤이즐이 비록 슬픔 속에 있지만, 어거스터스와 함께한 시간과 사랑을 소중히 여기며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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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헤이즐』

 

 

자신들만의 ‘작은 무한대'

소설은 삶과 죽음, 사랑과 우정, 운명과 선택, 그리고 우리가 남기는 흔적에 대해 이야기한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자신들만의 ‘작은 무한대(little infinity)’를 만들어가며, 삶이 던지는 어려운 질문들에 맞선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암이라는 병을 통해 죽음과 늘 가까운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단순히 슬픔과 체념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헤이즐은 병으로 인해 항상 산소통을 메고 다녀야 하지만, “나는 시간이 정해진 폭탄과 같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반면 어거스터스는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이 ‘세상에 기억될 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보이기도 한다. 그는 무언가 위대한 일을 해야만 의미 있는 삶이라고 믿지만, 헤이즐과의 관계를 통해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도 가치와 의미를 찾게 된다.

이처럼 두 주인공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받아들이지만, 결국은 유한한 삶 속에서도 깊이 사랑하고,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영화 『헤이즐』의 한 장면, 어서트느와 헤이즐

 

 

한정된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관계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의 사랑은 서로에게 서로의 일부를 나눠주고, 함께 성장하며, 아픔을 견뎌내는 존재로써 작용한다. 이 둘의 관계를 보고 있으면 진짜 사랑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는 서로의 외적인 조건(병)보다,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한다. 한정된 시간을 공유하면서도 그 속에서 영원과 같은 순간들을 만들어낸다.

우정 속에서 드러나는 유쾌한 코드는 작품의 가치를 더한다. 어거스터스와 그의 친구 아이작(Isaac)은 서로 농담을 주고받으며 암이라는 현실을 이겨낸다. 특히 아이작은 시력을 잃었지만, 친구들과 함께하는 순간들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러한 유머는 작품 속에서 무겁기만 한 주제를 더욱 현실적이고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이 작품은 사랑과 우정을 통해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 싶다.

 

그럼에도 자아를 찾아야 한다

암 환자라는 정체성이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의 전부일까? 이 작품은 병이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헤이즐은 처음에는 “나는 그냥 아픈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세상과 거리를 두지만, 어거스터스를 만나면서 점점 자신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거스터스는 처음엔 ‘위대한 영웅’이 되고 싶었지만,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순간들 자체가 가장 가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두 주인공은 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하며,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만의
작은 무한대

 

소설에서 가장 유명한 개념 중 하나는 작은 무한대(little infinity)이다. 어거스터스는 헤이즐과의 시간을 작지만 영원한 무한대라고 표현한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도 길이와 상관없이 충분히 의미 있고 충만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무한이란 것이 크고 끝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무한도 크기가 다를 수 있다고 말한다. 헤이즐은 어거스터스와 함께한 시간이 짧았지만, 그 순간들이 누구보다도 깊고 소중했기에 '나만의 작은 무한대’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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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있음에도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

2014년 동명 (The Fault in Our Stars, 국내: 헤이즐)으로 영화가 개봉되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로 읽었을 때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우선 헤이즐의 내면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데, 영화는 시각적인 표현이 뛰어나지만, 소설 속 헤이즐의 1인칭 시점을 완전히 담아내지는 못한다. 소설을 읽으면 그녀의 감정과 철학적 고민을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작가 존 그린 특유의 문체와 대사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 존 그린은 대화 속에서 철학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문장을 많이 사용한다. 영화에서는 일부 대사가 변경되거나 삭제되었지만, 소설 속 원문을 직접 읽으면 더 강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

세부적인 이야기와 장면이 더욱 풍부하게 표현되어 있다. 영화에서는 시간 관계상 일부 장면이 축약된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헤이즐과 어거스터스가 책 장엄의 고뇌』를 두고 나누는 깊은 대화나, 아이작과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소설에서는 훨씬 더 상세하게 다뤄진다.

마지막으로 ‘작은 무한대’의 의미를 더욱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영화에서는 감정적인 장면이 강조되지만, 소설 속에서 헤이즐이 깨닫는 삶의 의미와 철학적 메시지는 더 섬세하게 전달된다. 직접 문장을 읽으며 ‘우리만의 작은 무한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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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간혹 암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어 읽으면서 감정적으로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소설의 다양한 부분을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소설을 너무 무겁지 않게 즐길 수 있다.

우선 소설에서 눈물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소설은 단순히 슬프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 유머와 따뜻한 순간들이 많다. 헤이즐과 어거스터스의 재치 있는 대화는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든다. 특히, 소설에서 “괜찮아.”라는 메시지는 슬픔 속에서 위로를 찾게 만든다. 헤이즐이 마지막에 남기는 “Okay.”라는 말처럼, 결국 우리는 사랑했던 순간들로 인해 더 강해질 수 있다. 이 작품이 주는 감동은 슬픔을 넘어서 삶을 더욱 사랑하게 만드는 힘을 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내 삶 속의 ‘작은 무한대(little infinity)’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은 독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일상의 행복을 더 깊이 느끼게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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