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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독서는 어떻게 바뀔까?

by suis libris 202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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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으로 문학을 창작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면 글을 읽는 환경은 어떻게 변화할까?

출근길 지하철에서 AI 성우의 목소리로 소설 한 편을 듣고, 퇴근 후엔 추천 알고리즘이 골라준 뉴스를 스크롤하며 읽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독서의 풍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읽을지 인간 대신 AI가 제안해 주고, 두 손은 자유롭게 둔 채 귀로 책을 듣는 독서도 흔해졌다.

한편으로 종이책을 곁에 두고 한 줄 한 줄 꼼꼼히 읽는 전통적 독서도 여전히 가치를 지니지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읽기 습관과 태도는 예전과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본 칼럼에서는 AI 시대에 달라진 독서 방식과 그 영향에 대해 살펴보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독서가 가지는 인간적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책을 읽는 소녀

 

 

기술이 바꾸는 독서 경험

AI 기술은 우리의 독서 경험을 개인 맞춤형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가령 대형 온라인 서점이나 전자책 플랫폼에서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독자의 취향을 분석해 책을 추천해 준다. 아마존의 오디오북 서비스 오더블(Audible)은 AI로 수많은 독자 리뷰를 분석해 감동적인 로맨스, 공감되는 이야기 등 책의 특성을 태그로 보여주고, 이에 기반한 맞춤 추천을 제공하는 기능을 도입했다. 독자들은 일일이 리뷰를 읽지 않아도 AI가 요약한 책의 매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더블

 

 

또한, AI 음성 합성 기술의 발전도 독서 방식을 넓혀 주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녹음한 오디오북을 듣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유명 성우의 목소리를 본뜬 AI 내레이터가 책을 읽어 주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애플은 지난해 일부 도서에 AI 음성 낭독을 도입했고, 아마존 역시 인기 낭독자의 목소리를 학습시켜 오디오북을 자동 생산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그 결과 오디오북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미국의 경우 2023년 오디오북 매출이 전년 대비 9% 증가한 약 20억 달러에 이르렀고 성인 절반 이상이 한 번 이상 오디오북을 들어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제 눈으로 읽는 책뿐 아니라 귀로 듣는 책도 독서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AI는 텍스트 요약을 통해 독서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해 주기도 한다. 방대한 분량의 책이라도 핵심만 뽑아주는 AI 요약 서비스를 이용하면, 불과 몇 분 만에 주요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서비스는 수 시간의 독서를 건너뛰고 핵심만 즉시 파악할 수 있다고 광고하기도 한다. 독자가 직접 책 한 권을 정독하지 않고도 AI가 제공하는 줄거리 요약이나 중요 정보만 훑어보는 식의 소비가 가능해진 것이다. 과연 이것을 독서라고 부를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AI 덕분에 지식 습득의 효율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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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커플

 

전통적 독서와
디지털 시대 읽기

디지털 독서 환경은 전통적 종이책 읽기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선 매체의 차이가 크다. 종이책은 특유의 질감과 책장을 넘기는 촉감을 통해 독서에 몰입감을 주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같은 스크린으로 읽을 때는 터치 한 번으로 다른 앱이나 인터넷으로 산만해지기 쉽다.

한 연구에 따르면 종이로 읽을 때가 이해도와 기억력이 높고, 화면으로 읽을 때는 조금 덜하다는 결과도 있다. 이는 디지털 기기가 제공하는 편리함 이면에 즉각적인 알림, 하이퍼링크 등 방해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종이책이 오로지 글과 나만 마주하게 해주는 반면, 디지털 기기는 끊임없이 딴생각을 불러일으킬 창들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읽는 방식의 차이도 눈여겨볼 만하다. 전통적으로 책을 읽는 행위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며 작가의 사상이나 이야기 흐름에 깊이 잠기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를 거치며 우리는 필요한 정보만 쏙쏙 골라 보는 스크롤 독서나 발췌 독서에 익숙하다.

뇌과학자 메리언 울프는 스크린 기반의 읽기가 스킴(skim), 즉 훑어보기식 읽기를 부추겨 깊이 있는 사고와 공감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표면만 빨리 읽고 지나치면 생각하거나 느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디지털 환경에서 학생들의 이해도 저하가 관찰되는데도, 우리는 빠르게 많은 글을 소비하는 것을 능률로 착각하곤 한다. 반면 종이책을 읽을 때는 속도보다 음미하는 읽기가 자연스럽다. 이처럼 깊이 있는 독서와 단편적 읽기 사이의 간극이 디지털 시대에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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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소녀

 

독서 습관과 집중력

이러한 변화는 우리의 독서 습관과 집중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대인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텍스트에 노출되지만, 한 자료에 오래 집중하기는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많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읽을거리를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정작 책 한 권을 붙들고 깊이 파고드는 경우는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수시로 울리는 알림, SNS 피드의 홍수는 책에 집중해야 할 주의력을 분산시키고, 결과적으로 읽기의 질과 깊이를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울프 교수의 말처럼 디지털 문화는 우리의 주의 지속 시간을 좀먹고 있어, 몰입해서 읽는 즐거움을 누릴 기회를 줄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독서 중간중간 딴생각이나 다른 콘텐츠로의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일부러 스마트폰을 다른 방에 두고 책을 읽는 사람이 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독서량 추이
출처: KBS

 

독서량 자체도 달라지는 추세이다. 정보는 넘쳐나는데 정작 책 읽는 시간은 줄어드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6명은 지난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결과가 있다. 1년간 읽은 책이 평균 3.9권에 불과하니, 예전에 비해 책과 멀어진 삶을 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이다. 놀라운 점은 책을 읽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23.4%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이나 다른 매체를 이용해서라고 답했다는 사실이다. 유튜브나 기사 요약본, 각종 온라인 콘텐츠가 책을 대체하면서 독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북, 오디오북 등 다양한 형태의 독서가 전통적 종이책 독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측면도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한 권 책 읽기에 온전히 시간을 내는 성인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독자(讀者) 정체성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을 흔히 애서가(愛書家)라 부르며 하나의 정체성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자신을 책 마니아라고 생각하는 인구도 줄어든 듯 보인다. 대신 오디오북 애플리케이션의 구독자나 요약본으로 지식을 얻는 사람들도 스스로를 독서 생활을 한다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책을 반드시 종이로 읽어야만 독서로 인정받던 시대에서, 듣거나 요약을 소비해도 독서 경험의 일부로 포용되는 시대로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다.

다만 기계가 짚어준 것만 따라가는 수동적 독서에 그칠 위험도 지적되고 있다.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범위 내에서만 책을 접하면 독서 편식이 생길 수 있고, 스스로 책을 찾고 사고를 확장하는 능력은 약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독자 정체성의 변화란, 한편으로는 매체가 무엇이든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을 폭넓게 독자로 인정하는 흐름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독자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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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할아버지

 

변화하는 독서의 의미

읽기의 의미 자체도 기술과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독서가 삶의 한 장면을 깊이 체험하고, 저자의 생각과 교감하는 행위로 여겨졌다. 한 권의 책을 완독 한다는 것은 그 속에 담긴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었고, 지식을 쌓는 동시에 정서적 울림을 얻는 과정이었다.

그러나 요즘 많은 이들에게 읽기는 필요한 정보를 재빨리 얻는 수단으로 인식되곤 한다. 바쁜 현대인은 소설 한 권을 느긋하게 읽기보다는 요약본으로 빨리 줄거리를 파악하거나, 긴 보고서를 통째로 읽기보다는 핵심만 발췌하려 한다. 정보 과잉 시대에 효율이 강조되면서 독서의 의미도 정보 습득 쪽으로 기울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독서는 단순한 정보 수집 이상으로 우리 내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특별한 활동으로 여겨진다. 긴 시간을 들여 한 권을 읽어나갈 때 느끼는 감정적 몰입과 지적 자극은 다른 미디어 체험과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명작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주인공의 여정에 함께 울고 웃는 경험은, 줄거리만 들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이 깊은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다.

AI가 제공하는 요약본은 결코 이런 감정의 결까지 전달하지는 못한다. 또한 책을 읽는 행위에는 사색의 시간이 포함된다. 문장을 곱씹으며 내 삶에 비추어 보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경험은 속도전의 AI 시대에 오히려 소중한 가치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이다. 결국 독서의 의미는 정보와 감정 두 가지 면모를 모두 지니는데, 기술 발전으로 정보 측면이 강화되더라도 인간이 책을 읽는 이유에는 타인의 생각과 이야기에 느리게 천천히 잠기는 경험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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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이 앉아 있는 모녀

 

독서 문화의 미래

독서 문화 역시 기술과 함께 진화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책 자체의 형태부터 살펴보면,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등장으로 책은 더 이상 종이 위의 글자에 국한되지 않게 되었다.

미래의 책은 글과 소리, 나아가 영상과 상호작용까지 아우르는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독자가 스토리에 따라 능동적으로 선택을 하거나, AI가 독자 개개인의 반응을 분석해 결말을 맞춤 제작해 주는 인터랙티브 소설이 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미 게임과 소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주얼 노벨이나, 독자의 결정에 따라 줄거리가 갈라지는 실험적 전자책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통적인 책의 개념을 넓혀주면서,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갈 것으로 생각된다. 과연 종이책의 정형화된 판형이 아닌 완전히 다른 모습의 책이 나온다면, 우리는 그것도 기꺼이 읽고 즐기게 될까? 기술 발전에 따라 책의 진화는 무궁무진해 보이는 이유이다.

 

 

미래의 독서

 

 

한편, 독서 공동체도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가며 새로운 활력을 얻고 있다. 과거에는 독서 모임이나 문학 동호회처럼 오프라인에서 소수와 나누던 감상이, 이제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전 세계 독자들과 실시간 공유되고 있다. 특히 Z세대를 중심으로 한 #북스타그램, #책추천 등의 해시태그 열풍은 책 읽기가 촌스러운 취미가 아니라 세련된 문화 활동으로 인식되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독서는 섹시하다”라는 문구와 함께 젊은 층이 책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것이 하나의 놀이로 자리 잡았고, 그 영향으로 영국에서는 2023년 한 해 실물 책 판매량이 약 6억 6900만 권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온라인상에서 독서 경험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종이책의 매력을 재발견하게 하고, 새로운 독서 붐을 일으키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앞으로도 독서 공동체는 유튜브의 북튜버, 팟캐스트의 책 이야기 등 다양한 형태로 디지털화되어 더 많은 사람을 책의 세계로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AI를 활용한 가상 북클럽이 만들어져, AI가 토론을 진행하고 요약을 제공하면서도 인간 독자들은 서로 감상을 교류하는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을 통해 혼자 하는 독서가 모두 함께하는 경험으로 바뀌어가는 미래가 펼쳐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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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시대에 따라 책 읽는 방법은 바뀌지만, 독서의 본질적 가치는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인공지능이 등장한 시대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책을 펼쳐드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AI 기술은 우리의 독서를 더욱 편리하고 다채롭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천천히 읽고 깊이 느끼는 즐거움을 위협하기도 하다. 그렇기에 오히려 AI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능동적인 깊이 읽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한 칼럼니스트는 “인공지능과 다른 지적·정서적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은 독서뿐이다”라고까지 말한다. 그만큼 책을 읽는 행위는 정보 소비를 넘어 사고력과 공감능력을 길러 주는 인간만의 특별한 수양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AI 시대의 독서는 단순히 기술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인간 고유의 읽기 가치를 지켜나가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개인 맞춤형 추천과 AI 낭독으로 더 많은 책을 접하게 된 점은 분명 축복이지만, 때로는 알고리즘을 벗어나 우연히 책을 발견하는 기쁨, 아무 목적 없이 한가롭게 활자를 탐독하는 행복도 누릴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 정보 혁명이 거듭될수록 신뢰할 만한 지식과 깊은 생각을 담은 책의 가치는 오히려 높아진다는 말이 있다. 기술과 함께 독서 문화가 변모해도, 책을 통해 새로운 자신을 만나고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경험은 언제나 유효할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독서의 힘을 믿으며, AI와 인간이 조화롭게 만들어갈 미래의 독서 문화를 기대해 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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