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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독후감/문학

전쟁이 파괴할 수 없는 것, 소설 《책 도둑(The Book Thief)》에 담긴 깊은 울림

by suis libris 2025.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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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제목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책 도둑(The Book Thief)》은 단순한 단어 조합이지만, 이 짧은 제목은 책과 도둑이라는 두 개의 상반된 개념을 절묘하게 결합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누군가 책을 훔친다는 것은 단순한 도둑질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을까?

이 소설은 한 소녀가 책을 훔치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단순한 성장소설에 머물지 않는다. 《책 도둑》은 전쟁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린 인간들의 삶, 그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희망과 연대를 조명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독특하게 만드는 요소는 ‘죽음(Death)’이 서술자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죽음이 인간의 삶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그 자체로 신선한 충격을 준다. 이 설정은 단순한 전쟁 이야기에서 벗어나, 우리가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2차 세계대전 시기의 독일을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한 소녀가 세상의 잔혹함을 목격하면서도 책과 단어를 통해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이 결합된 이 작품은, 단순한 픽션을 넘어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책을 훔친 소녀의 이야기”인 동시에, “단어의 힘을 빼앗으려는 시대 속에서 그것을 지켜 내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 도둑 》, 문학동네

 

나치 독일
그리고 ‘죽음’이라는 독특한 서술자

소설은 1939년부터 1943년까지,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독일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의 주 무대는 독일 남부의 작은 마을 몰힝(Molching)으로, 이곳은 실제 존재했던 뮌헨(Munich) 근처의 가상적인 장소이다. 뮌헨은 나치당이 성장한 중심지이자 히틀러가 정치적 기반을 다진 곳으로, 당시 독일 사회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도시이기도 하다.

이 시대의 독일은 철저한 전체주의 국가로, 히틀러의 선전과 검열이 모든 것을 지배했다. 유대인 박해, 전쟁 선동, 자유로운 사상의 억압이 일상이었으며, 국민들은 나치의 강요 아래 충성 맹세를 해야 했다. 특히 소설 속에서 강조되는 것은 책과 단어의 힘이다. 히틀러는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강력한 언어 선전을 사용했고, 반대되는 사상이나 문화적 요소는 무자비하게 검열되었다. 대표적인 예가 소설 초반부에 등장하는 책 화형식(Book Burning)이다. 이는 나치 정권이 불순한 사상을 제거하고, 오직 자신들의 이념만을 국민들에게 주입하려 했던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대 속에서도 소설의 주인공인 리젤 메밍거(Liesel Meminger)는 책을 훔치고, 단어를 배우며,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자유를 찾아간다. 나치가 단어를 무기로 삼아 세상을 조작하려 했다면, 리젤은 책을 통해 스스로 세상을 이해하고 진실을 찾으려 한다.

 

 

《책 도둑(The Book Thief)》

 

 

이야기의 화자가 '죽음'이라는 점에서 오는 독특함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화자가 죽음(Death)이라는 점이다. 보통 소설에서는 인간이 이야기를 서술하지만, 《책 도둑에서는 전쟁 속에서 많은 생명을 거두어야 하는 ‘죽음’이 직접 이야기의 전달자가 된다. 이러한 특별함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죽음(Death)은 단순한 존재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죽음’은 공포스럽거나 피해야 할 존재로 여겨지지만, 이 소설에서 죽음은 단순히 생명을 거두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을 관찰하고, 인간을 이해하려는 존재처럼 묘사되고 있다. 그는 인간들을 동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피곤해하며, 때로는 감정을 느낀다. 이러한 설정은 독자들에게 ‘죽음’을 단순한 종말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죽음이라는 화자는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냉정하면서도 감성적인 시선을 제공한다. 죽음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이야기의 전개를 미리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가령, 누가 죽을지, 어떤 비극이 다가올지를 앞서 말해버린다. 이런 방식은 일반적인 소설 구조(긴장감을 유지하고 결말을 숨기는 방식)와 다르다. 그러나 이러한 서술 방식이 오히려 독자들에게 더 깊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비극이 닥칠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찾고 싶어진다. 그리고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 안에서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책 도둑(The Book Thief)》 일러스트

 

 

전쟁은 엄청난 죽음을 낳았지만, 죽음은 단순히 전쟁의 공포를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고통을 나누고, 작은 순간들에서 행복을 찾는지를 이야기한다. 죽음은 인간이 가진 양면성을 보며 감탄하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에 대해서는 아이러니를 느끼기도 한다.

 

나는 인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작품은 마지막에 "나는 인간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죽음이 인간들을 지켜보며 내리는 결론처럼 들리기도 한다. 전쟁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고 사랑하는 인간들의 모습은 죽음에게조차 이해할 수 없는 신비로운 현상이다. 즉, 죽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삶을 가장 깊이 들여다보는 존재가 된다. 

‘죽음’을 화자로 설정한 것은 단순한 문학적 장치 이상으로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쟁 속에서 삶을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는 메시지, 말과 단어의 힘을 전달한다.

전쟁 소설은 보통 인간의 입장에서 잔혹함과 생존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소설은 죽음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삶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죽음은 전쟁 속에서도 인간들이 보여주는 작은 따뜻함, 희망, 그리고 책과 단어를 통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또한, 소설 속에서 죽음은 군인, 유대인, 독일 시민, 심지어는 어린아이의 목숨도 차별 없이 거두어간다. 이는 전쟁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잔혹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죽음은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데려가지만, 그 과정에서 **각각의 생명이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를 이야기한다. 

히틀러는 단어를 통해 사람들을 조종했고, 수많은 전쟁과 죽음을 일으켰다. 반면 리젤은 책을 통해 희망을 찾고,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다시 말해, 같은 ‘단어’라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강고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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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둑(The Book Thief)》

 

줄거리 요약

소설은 1939년 독일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리젤 메밍거(Liesel Meminger)는 아버지를 잃고, 나치 정권에 의해 공산주의자로 낙인찍힌 어머니에 의해 양부모에게 맡겨지기 위해 기차를 타고 가는 중이다. 하지만 여정 중 리젤의 어린 동생이 열차 안에서 사망하게 된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놓는다.

동생을 묻는 장례식장에서, 리젤은 눈 속에 떨어진 한 권의 책을 발견하고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줍는다. 그것은 『무덤 파는 사람의 안내서(The Grave Digger’s Handbook)』라는 제목의 책으로, 장례를 치르던 인부 중 한 명이 흘린 것이다. 아직 제대로 글을 읽지 못하는 리젤이었지만, 그 책은 그녀가 ‘책 도둑’이 되는 첫걸음이 된다.

리젤은 독일 남부의 작은 마을 몰힝(Molching)으로 가서 양부모인 한스 허버만(Hans Hubermann)과 로사 허버만(Rosa Hubermann)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한스는 온화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로사는 겉으로는 거칠고 퉁명스럽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리젤은 이 새로운 가족과 점차 정을 쌓아간다.

특히 한스는 리젤에게 문자와 단어를 가르쳐 준다. 그는 그녀와 함께 밤마다 벽에 종이를 붙이고, 한 글자씩 읽는 연습을 하면서 그녀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은 리젤에게 단순한 읽기 연습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시작한다. 전쟁과 공포가 짙게 드리운 세상 속에서, 책은 그녀에게 피난처이자, 현실을 이해하는 수단이 된다.

리젤은 동네에서 루디 슈타이너(Rudy Steiner)라는 소년과 친구가 된다. 루디는 리젤과 늘 함께하며 장난을 치고, 모험을 즐기는 단짝 친구가 된다. 그는 한때 올림픽 선수였던 제시 오언스(Jesse Owens)를 동경하는 활발한 소년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소설 내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소설을 주제로한 일러스트, 리젤

 

 

전쟁이 점차 격화되면서, 나치는 사회 전반을 강력하게 통제하기 시작한다. 그중 하나가 책 화형식(Book Burning)이다. 몰힝에서도 히틀러 탄생일을 기념하는 대규모 집회에서 검열된 책들이 불태워지는 장면이 나온다. 리젤은 그 장면을 보며 책이 불타는 모습에 충격을 받는다.

불길이 꺼진 뒤, 재 속에서 아직 타지 않은 책 한 권을 발견한 리젤은 그것을 몰래 집어 든다. 그 장면을 시장의 아내였던 일사의 부인(Ilsa Hermann)이 목격하게 된다. 그녀는 이후 리젤을 조용히 집으로 초대해, 자신의 집 서재에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허락한다. 하지만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그녀의 남편이 리젤이 집에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자, 리젤은 시장 부인의 집에서 책을 훔치는 행위를 계속 이어가게 된다.

책 도둑이 된 리젤에게 책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자신이 빼앗긴 것들을 되찾는 행위와 같았다. 전쟁과 억압 속에서도, 그녀는 책을 통해 자신만의 자유와 정체성을 지켜 나가는 수단이었다.

한스 허버만은 한때 유대인과 친분이 있었다는 이유로 나치에게 미움을 받았던 인물이었다. 그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친구 에릭 반덴버그(Erik Vandenburg) 덕분에 목숨을 구했고, 그에 대한 빚을 갚기 위해 에릭의 아들 맥스 반덴버그(Max Vandenburg)를 숨겨준다.

맥스는 유대인이었기 때문에 나치 정권 아래에서 도망자의 신세가 되었고, 허버만 가족은 위험을 감수하며 그를 지하실에 숨겨준다. 리젤과 맥스는 처음에는 어색한 관계였지만, 점차 책을 매개로 친밀한 유대감을 형성해 나간다.

맥스는 리젤을 위해 손수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한다. 그중 하나가 『입 속의 말들(The Word Shaker)』이라는 책이었다. 책은 단어의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리고 히틀러가 단어를 이용해 세상을 조종했다면, 리젤은 그 단어들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소설을 주제로한 일러스트

 

 

전쟁이 격화되면서 마을에도 공습이 시작된다. 리젤은 방공호에서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배운다. 하지만 한스 허버만이 유대인을 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강제 징집되어 전쟁터로 보내진다. 이후 나치는 집집마다 검문을 강화하고, 맥스는 결국 마을을 떠나 도망친다.

전쟁이 막바지로 향할 즈음, 몰힝 마을에도 큰 비극이 닥친다. 한밤중, 공습이 몰힝을 덮치며 리젤이 사랑했던 모든 이들이 목숨을 잃는다. 이 공습으로 한스 허버만과 로사 허버만이 사망하고. 루디 슈타이너도 폭격으로 인해 숨을 거두게 된다. 결국 리젤만이 살아남게 되고, 폐허가 된 거리에서 절망 속에 마지막 책을 남긴다.

폐허 속에서 리젤은 자신이 직접 써 내려가던 이야기 『책 도둑(The Book Thief)』을 남긴다. 그녀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단어와 글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남긴다. 그리고 죽음(Death)은 그 책을 발견하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한스의 친구였던 일사의 부인(Ilsa Hermann)이 리젤을 거두며 그녀의 새로운 삶의 시작을 암시하면서 끝이 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리젤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맥스 반덴버그와 다시 재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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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주요 테마

《책 도둑》은 전쟁의 어둠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단어와 책의 힘, 인간성, 사랑, 연대, 그리고 죽음과 삶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이 소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인간이 어떻게 희망을 발견하고, 서로를 지키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1. 단어와 책의 힘

소설 속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 중 하나는 어와 책이 가진 힘이다. 리젤이 책 도둑이 된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다. 그녀는 단어를 배워나가며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심지어는 생존까지 해낸다.

책과 단어의 위로는 혼돈 속에서의 피난처가 되었다. 리젤에게 책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어머니와 동생을 잃은 후, 그녀는 처음 훔친 책 『무덤 파는 사람의 안내서』를 통해 처음으로 읽기를 배우며 자신을 위로한다. 또, 한스 허버만과 함께 글을 배우는 과정은 그녀가 단어를 통해 세상과 연결되는 첫걸음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공습이 벌어질 때, 리젤은 방공호에서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두려움 속에서도 평온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녀에게 책과 단어는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전쟁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힘으로 인식되고 있다.

더욱이, 소설은 단어가 가진 힘이 양날의 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히틀러는 자신의 연설과 선전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조종하고, 전쟁을 일으키며, 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했다. 반면, 리젤은 책을 읽고 글을 배우면서 단어가 세상을 조작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진실을 찾는 수단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맥스 반덴버그는 리젤을 위해 만든 이야기 『입 속의 말들(The Word Shaker)』에서,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힘은 진짜 단어를 찾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즉, 단어는 사람을 속일 수도 있고,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리젤은 책을 훔치면서 단어의 진정한 힘을 배워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2. 전쟁 속에서도 피어나는 따뜻함

전쟁은 인간성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요소다. 하지만 소설은 그러한 잔혹한 상황 속에서도 인간들이 어떻게 서로를 사랑하고, 희생하며, 함께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한스 허버만은 전쟁과 억압 속에서도 도덕적 가치를 끝까지 지키는 인물이다. 유대인을 도운 과거 때문에 나치로부터 감시를 받지만, 그는 여전히 맥스를 숨겨주는 위험한 선택을 한다. 또, 리젤에게 책을 가르쳐 주면서 배움과 사랑을 나누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강제 징집을 당했을 때도, 그는 약자를 돕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처음에는 가혹하고 냉정해 보였던 로사는 사실 가장 강한 사랑을 실천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맥스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집에 숨겨주기도 하고, 리젤을 향한 엄격한 태도 속에서도, 전쟁이 깊어질수록 그녀의 깊은 애정을 확인할 수 있다.

루디는 나치 정권 아래에서 순수한 소년으로 남으려 했던 캐릭터처럼 보여진다. 유대인을 차별하는 세상 속에서도 친구들과 차이를 두지 않는다. 리젤과 함께 어릴 때부터 장난을 치고, 음식과 책을 나누고 전쟁 속에서도 삶을 즐기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리젤을 향한 사랑을 끝까지 표현하지 못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그녀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을 주제로한 일러스트

 

 

3. 죽음이 바라본 인간 세상

소설의 화자가 '죽음'이라는 점은 우리로 하여금 삶과 죽음, 인간의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 하도록 만든다. 죽음은 단순히 생명을 거두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로 묘사되는데, 인간이 가진 갖가지 모순을 보게 된다. 사랑과 희생을 실천하면서도, 전쟁과 학살을 일으키는 인간의 양면성을 관찰하는 존재인 것이다.

 

나는 인간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았고,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

 

설의 마지막 부분에, "나는 인간들이 무엇을 하는지 보았고, 나는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한다. 이러한 죽음의 고백은 전쟁 속에서 인간이 보여준 최악과 최고의 모습을 동시에 목격한 존재로서 죽음이 느낀 감정처럼 들린다. 죽음은 인간을 단순히 생명을 잃는 존재로 바라보지 않고,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남기는지를 고민하는 존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리젤은 모든 것을 잃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쓰며 자신의 이야기를 남긴다. 이 장면은 인간이 어떻게 기억되고, 죽음 이후에도 단어와 이야기로 존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소설은 삶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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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책 도둑(The Book Thief)》

 

문학적 특징과 서술 기법

일반적으로 소설의 화자는 주인공이거나 3인칭 전지적 시점으로 서술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비인간적인 존재인 ‘죽음’이 직접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는 작품의 분위기를 독특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기존의 전쟁 소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한다.

죽음은 인간들의 삶을 지켜보는 존재로, 감정을 가지지만 철저하게 객관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는 인간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로 여기며, 때때로 인간들로 인해 괴로워하기도 한다. 또한, 죽음은 이야기의 흐름을 순차적으로 따라가지 않는다.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기 전, 미리 암시하는 방식(foreshadowing)을 사용하기도 한다. 루디 슈타이너의 죽음을 먼저 언급하고, 이후에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설명하는데, 이러한 방식은 독자들에게 긴장감을 주면서도, 단순한 반전이 아니라, 과정 자체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전쟁 속에서 수많은 생명을 거두는 죽음이지만, 밑바탕에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단순한 숫자로 보지 않는 시선이 깔려 있다. 리젤이 책을 읽고 배우는 과정, 한스 허버만의 선한 행동, 맥스 반덴버그가 살아남으려 애쓰는 모습 등을 보며 인간들의 강인함을 인정하기도 한다. 더욱이 인간들이 가진 잔혹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지켜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모습이 인간보다 따뜻한 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설은 시간 흐름을 비선형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줄거리는 연대기적인 순서로 진행되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죽음이 미리 결말을 언급한 후, 다시 과거로 돌아가 사건을 설명하는 방식이 자주 사용되는데,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놀라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건의 결과보다 과정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라고 해석된다.  

 

 

소설을 주제로 한 일러스트

 

 

색채와 상징

죽음은 인간 세상을 바라볼 때, 색깔을 통해 상황과 감정을 설명하는 독특한 방식을 사용한다. 인간 세계를 감정이 아니라 색채(color)로 기억한다. 그는 사람들이 죽을 때마다 그 순간의 분위기와 감정을 특정한 색깔로 묘사한다. 이러한 색채 묘사는 전쟁의 잔혹함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시각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효과를 보여준다.

색채가 갖은 의미를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리젤의 동생이 죽었을 때, 눈 덮인 풍경과 함께 등장. 순수함, 상실, 공허함을 의미.
검은색(Black) 전쟁과 죽음을 상징하는 어두운 이미지. 하늘을 뒤덮은 폭격기의 그림자로 표현됨.
빨간색(Red) 불타는 책, 공습 경보, 전쟁의 폭력성을 상징. 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열정과 사랑도 담고 있음.
노란색/주황색(Yellow/Orange) 루디와 리젤이 함께 있던 따뜻한 순간들에서 등장. 희망과 우정을 상징.

 


또한 책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자유와 정체성을 상징으로 사용된다. 리젤이 책을 훔치는 행위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세상에서 주체적인 선택을 하려는 몸부림이기도 한 것이다. 특히 맥스가 만들어준 책 『입 속의 말들(The Word Shaker)』은 말과 단어가 어떻게 권력을 가지거나, 사람을 구할 수도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요소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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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둑》은 전쟁과 죽음이라는 어둠 속에서도 책과 단어가 가진 힘, 인간애, 희망의 의미를 조명한다. 리젤이 훔친 것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자유와 자기 정체성을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깊은 인상을 남긴다.

죽음이라는 독특한 화자의 시선을 통해, 독자들은 인간이 가진 잔혹함과 동시에 삶의 아름다움과 따뜻함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우리는 어떤 단어를 남길 것인가?”

이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전쟁과 억압 속에서도, 단어와 이야기, 그리고 인간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리젤이 남긴 이야기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쓰는 ‘단어’들이 결국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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