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독후감/문학

윌리엄 포크너 《소리와 분노》 리뷰

by suis libris 2024. 4. 2.
728x90
반응형

 

《소리와 분노The Sound and the Fury》는 20세기 초반 미국 남부의 쇠퇴하는 귀족 가문, 콤프슨 가족의 몰락을 그린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의 대표작이다. 이 소설은 1929년에 처음 출간되어, 포크너의 실험적인 기법과 깊이 있는 인간 심리 묘사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포크너는 미시시피주의 가상 도시인 제퍼슨을 배경으로, 시간의 흐름을 비선형적으로 다루었고,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이러한 특징은 그의 소설을 처음 읽는 이들에게는 다소 난해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더 많은 해석과 탐구의 여지를 제공하는 작품이다.

 

 

윌리엄 포크너 《소리와 분노》, 문학동네

 

 

소설의 줄거리는 콤프슨 가족의 몰락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야기는 네 부분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인물의 관점에서 서술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독자로 하여금 같은 사건들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들 뿐만 아니라, 각 인물의 심리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한다.

 

1. 벤지의 관점 (1928년 4월 7일)

이야기는 콤프슨 가족의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막내아들, 벤지의 시점에서 시작한다. 벤지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이 다르며, 그의 기억은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지 않고 흘러간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 구성원들과 그들의 과거 사건들이 조각나게 소개가 된다. 벤지의 순수하지만 혼란스러운 의식 속에서 가족의 비극적인 순간들이 드러난다.

 

2. 쿠오딘의 관점 (1910년 6월 2일)

두 번째 파트는 콤프슨 가족의 다른 아들인 쿠오딘의 관점을 따라간다. 쿠오딘은 자신의 여동생, 캐디에 대한 집착적인 사랑과 가족의 명예에 대한 집착으로 고통받는 인물로 등장한다. 이 부분에서는 캐디의 결혼 전 성적 행위와 그로 인한 가족의 명예 손상, 그리고 쿠오딘의 내적 갈등에 집중되어 있다.

 

3. 제이슨의 관점 (1928년 4월 6일)

세 번째 부분은 가족의 또 다른 아들이자, 현재 가족의 경제적인 부담을 지고 있는 제이슨의 시점으로 옮겨간다. 제이슨은 비뚤어진 성격과 이기적인 행동으로 가족 구성원들과의 갈등을 겪는다. 그는 캐디의 딸인 퀸텐을 경멸하며, 그녀의 돈을 횡령하기에 이른다. 제이슨의 관점에서는 현대 사회와의 부조화, 그리고 개인적 야망과 가족의 쇠퇴 사이의 갈등이 드러낸다.

 

4. 딜시의 관점 (1928년 4월 8일)

네 번째 부분은 콤프슨 가족을 오랫동안 섬긴 흑인 하녀, 딜시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딜시의 시점은 가족의 몰락과 인물들의 비극을 한걸음 떨어져서 관찰한다. 하지만 그녀 또한 이 가족의 몰락에 깊은 연민과 이해를 가지고 바라본다. 딜시는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가족 구성원들에 대한 사랑과 헌신을 유지하며, 작품에 희망의 메시지를 더하는 인물로 존재한다.

 

 

소설은 2014년 영화로 만들어 졌다.

 

 

포크너는 작품 속 시간을 비선형적으로 다루면서 인물들의 기억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교차하는 구성을 취했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시간을 경험하는지, 그리고 기억이 개인의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소설의 구성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평가받는다.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현재의 자아를 이해하며, 때로는 과거에 매몰되어 현재를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를 발견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개성 있는 소설의 구성은 개인적인 성찰과 성장에 있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상기시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콤프슨 가족의 몰락은 전통적 가치의 상실과 현대화 과정에서의 갈등을 상징한다. 가족 구성원 각자의 비극과 갈등은 가족이라는 기본 사회 단위의 취약성을 드러내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관련성이 큰 주제로 다루어진다. 가족 내의 분열과 개인의 이기적인 욕망이 어떻게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주며,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가족의 중요성과 복원력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소리와 분노』

 

 

소설은 미국 남부의 계급제도와 인종 문제와 함께 콤프슨 가족의 개인적인 몰락뿐만 아니라 남부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딜시와 그녀의 가족은 인종차별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인간성과 희망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모습은 희망은 어디서 피어나는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 속에서 나타나는 딜시의 시선과 콤프슨 가족을 향한 연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계급과 인종 문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은 더 평등하고 포용적인 사회를 향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소설 속 각 인물의 내면적 고뇌와 그들이 처한 상황은 개인적 정체성의 탐구와 자기 인식의 중요성함을 표현하고 있는 듯하다. 쿠오딘과 제이슨, 벤지, 그리고 딜시 등 인물들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자아를 찾고 자신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러한 탐구는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윌리엄 포크너 《소리와 분노》

 

 

《소리와 분노》는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여러 면에서 다른 문학 작품들과 차별화된 점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만의 특징과 의미는 주로 그의 혁신적인 서술 기법, 테마의 깊이, 그리고 인간 조건에 대한 테마는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강조했듯이 소설의 비선형적 시간 구조는 이 소설을 즐기는 방법 중에 하나이다. 포크너는 《소리와 분노》에서 시간을 선형적으로 서술하는 대신, 인물들의 기억과 의식의 흐름에 따라 시간을 전개함으로써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넘어서, 인물들의 심리적 경험과 기억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었다. 또한 소설 속 서로 다른 네 명의 다른 관점을 통해 전개되는 이야기는 같은 사건을 여러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 만들어준다. 이러한 다중 관점은 각 인물의 심리와 가족 내의 복잡한 관계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인간 심리와 의식의 흐름 또한 주목할만하다. 포크너는 인간 의식의 복잡성과 기억의 역할을 고민한 결과 그는 인간의 내면세계와 정신적 고통을 섬세하게 묘사해 냈다. 또한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남부 사회의 계급, 인종, 가족의 몰락 등의 테마를 통해, 포크너는 개인의 삶이 어떻게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당시 사회의 문제를 넘어서 오늘날의 모습까지도 돌아볼 수 있게 만든다.

 

 

윌리엄 포크너

 

 

《소리와 분노》는 윌리엄 포크너가 탐구한 인간 조건의 복잡함을 깊이 있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남아 있다. 이 소설은 문학의 힘을 통해 인간 심리의 깊은 곳과 사회적 관계의 복잡성을 탐색하며, 독자에게 끊임없는 성찰과 이해의 기회를 제공한다. 비록 이 소설이 모든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는 작품은 아닐지라도,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와 문학적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것이라 믿는다. 포크너의 세계로의 여정은 도전적이지만, 그 여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과 경험은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귀중한 선물이 되길 희망한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