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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독후감/문학

[공쿠르수상작]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인간의 가장 은밀한 기억》 리뷰

by suis libris 202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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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라는 신비한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의 소설 《La plus secrète mémoire des hommes, 인간의 가장 은밀한 기억》은 난해한 서술 구조와 심오한 주제로 큰 주목을 받아온 프랑스 현대 소설이다. 2021년 공쿠르 수상작으로 현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었던 소설이다. 특히 미인간성의 미로라는 소설의 주제는 너무 지나치게 폭넓은 주제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아프리카 청년을 표현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았다. 처음에는 스타일이 다소 무거워서 책을 읽어 내려가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궁극적으로 성찰, 신비주의, 역사 및 다양한 인물로 가득 찬 시대와 대륙을 가로지르는 이야기의 여정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La plus secrète mémoire des hommes by Sarr, Mohamed Mbougar

 
 
 

소설은 짧은 이야기가 서로 얽혀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각 에피소드는 다양한 계층과 문화, 가치관을 표현하고 있다. 각각은 이야기는 소설 전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앞으로 알아볼 더 큰 주제의 하위 의미를 갖는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기억, 정체성, 과거와 현재, 개인 및 집단 역사 간의 복잡한 연결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소설은 파리에 거주하는 세네갈 작가 디에간 라티르 페이Diégane Latyr Faye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1930년대 수수께끼의 아프리카 작가 T.C. 엘리마네라는 인물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데, 엘리마네의 유일한 저서인 《Le labyrinthe de l'injustice인간의 미궁》라는 걸작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엘리마네의 작품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는 디에간의 여정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이 소설은 그의 여정을 통해 문학에 대한 집착, 예술의 힘, 자신의 정체성 정의라는 주제를 다루게 된다.
 
 

 


소설은 개인과 집단 모두의 기억이라는 주제를 탐구한다. 기억은 개인의 정체성과 역사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엘리마네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노력은 문화와 개인의 정체성을 이해하기 위한 여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 소설은 식민주의의 영향과 문화적, 정치적 자율성을 획득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쟁을 그리고 있다. 식민 시대 이후 아프리카 역사는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해졌다. 탈식민 과정을 겪으면서 개인과 집단의 기억은 분리되었다. 그 둘 사이의 정체성은 서로 다르게 형성되었고 소설은 이 부분을 예리하게 집어낸다. 이 심오한 주제는 주인공 디에간의 여정을 통해 기억과 망각의 복잡성,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자신과 역사에 대한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은 신비한 작가를 찾는 것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문화와 개인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치고 반영하는 문학의 힘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진실과 허구
그 중간 어디쯤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흥미롭게 느껴지는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메타픽션적 요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역사적 사실로 영화를 만들었던 것처럼, 소설은 허구와 진실 그 중간 어디쯤에서 이야기한다. 이는 등장인물과 그들의 이야기가 글쓰기 행위와 스토리텔링 자체의 본질에 대해 어떻게 논평하는지에서 볼 수 있다. 소설의 허구적 지위에 대한 자기 인식은 문학의 창작과 수용은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한층 더 가까워지게 만든다. 그리고 탐정물과 유사한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구성 또한 소설에 흥미를 한층 더했음이 분명하다. 신비의 작가 엘리마네와 그의 작품에 대한 진실을 찾아 헤매는 줄거리 자체가 주는 힘이 있다. 이야기는 대륙을 넘어 파리, 세네갈 및 기타 세계 지역의 삶을 다루며 다양하고 상호 연결된 글로벌 문화를 반영한다. 이는 소설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며 인물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게 만들었다.
 


 
유럽 문학, 특히 유럽의 현대 문학과 가깝게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문화적 배경이 너무 낯설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아프리카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정부주의 운동이나 탈식민지를 외치는 이들과 경제적, 정치적으로 친유럽을 외치는 이들 간에 끊임없는 이념 대립을 깊게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소설 하나로 복잡하게 얽힌 역사의 끈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최소한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정도는 어렴풋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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