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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독후감/문학

[공쿠르상수상작] 브리지트 지로의 《Vivre Vite》 리뷰

by suis libris 2023.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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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학상인 공쿠르상Prix Goncourt 120년 역사상 13번째로 여성 작가인 프랑스 작가 브리지트 지로Brigitte Giraud가 《Vivre Vite》으로 수상했다. 번역하면 빠르게 지나가는 인생(?) 정도가 될 것 같은데, 극히 개인적이지만 사랑하는 누군가의 상실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책은 작가의 인생을 변화시킨 경험에 대한 강력하고 감동적인 성찰로 시작한다. 1999년 6 22 남편의 목숨을 앗아간 오토바이 사고로 인해 그녀의 삶에 급격하고 강렬한 변화에서 고민은 시작된다. 작가는 남편의 장례식 이후의 이사 과정과 그 여파를 처리하는 과정을 글로 남겼다. 마치 드라마틱한 상승과 하락이 있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이 널뛰며 주체할 수 없는 감정과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자신의 처지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동. 장례식. 내 존재의 가장 미친 듯한 가속.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바구니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 나는 내가 착륙한 이 먼 곳에서 글을 쓴다. 그리고 내가 세상을 인식하는 곳에서. 나 없이 오랫동안 촬영한 약간 흐릿한 영화 클로드가 없는 내 삶의 증인이 된 집, 그 안에서 사는 법을 배워야 했던 시체, 그리고 큰 망치로 칸막이를 무너뜨린 시체 그 집은 약간 허름한 집이었는데, 땅을 개간해야 하고 정원으로 바꾸고 싶었습니다. 수리하는 대신에 나는 그것을 무너뜨리고, 약탈하고, 전쟁을 선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를 저항한 것, 회반죽, 돌, 나무, 누구도 나를 감옥에 가두지 않고 고문할 수 있었던 재료. 그것은 여닫이문의 판금을 차고, 가위로 자르는 운명에 맞서는 나의 작은 복수였다."
"Déménagement. Obsèques. L’accélération la plus folle de mon existence. L’impression d’un tour de grand huit, cheveux au vent, avec la nacelle qui se détache. J’écris depuis ce décor lointain où j’ai atterri, et d’où je perçois le monde comme un film un peu flou qui a longtemps été tourné sans moi. La maison était devenue le témoin de ma vie sans Claude. Une carcasse qu’il m’avait fallu apprendre à habiter. Et dans laquelle j’avais abattu des cloisons avec de grands coups de masse à la hauteur de ma colère. C’était une maison un peu bancale, avec son terrain à défricher que nous avions espéré transformer en jardin. Au lieu de rénover, j’avais eu l’impression de défoncer, de saccager, de déclarer la guerre à ce qui me résistait, le plâtre, la pierre, le bois, des matières que je pouvais martyriser sans que personne me jette en prison. C’était ma vengeance minuscule face au destin, mettre des coups de pied dans la tôle d’une porte battante, des coups de cisaille dans."

 
 
 
 

 
 
 
어찌 보면 개인적인 반성이 담긴 회고록 형식의 이 책은 상실이라는 주제를 신랄하게 탐구하고 있다. 이제는 옆에 없는 남편과의 기억, 남겨진 이의 공허함과 이를 극복하려는 고군분투, 상실에 대한 부인, 분노, 그리고 결국 수용의 단계를 거치면서 느끼는 슬픔을 처리하는 과정을 통렬하게 글로 표시한다. 하지만 책은 애도의 여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동시에 깊은 슬픔을 헤쳐나가는  필요한 회복력을 강조한다. 작가의 개인적인 삶을 통해서 상실의 비극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생존과 정서적 치유의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은 시작과 중간, 끝이 명확한 전통적인 줄거리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사고 전후의 지로의 삶의 그림을 형성하기 위해 함께 모여있는 기억, 생각, 감정의 콜라주이다. 이러한 구조는 개인적으로 부정과 분노, 점진적인 수용에 이르기까지 슬픔 등 죽음을 받아들이는 단계를 거쳐가는 그녀의 여정을 더 깊은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더욱이 책의 서정적이고 생생한 표현력은 매우 인상적이다. 작가는 경험과 기억을 생생하게 묘사할 뿐만 아니라, 시시때때 변화하는 혼란스러운 감정과 정서까지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이는 운명기억삶의 예측 불가능성과 같은 쉽지 않은 주제를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그녀가 남편을 기억하려고 애쓰면서 느끼는 감정 묘사가 인상적이다. 너무나 긴 시간이 흘러 이제는 희미해진 기억과 잊혀졌기에 느껴지는 역한 감정, 지울 수 없는 부재에 대한 고통까지... 상처를, 혹은 상실을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숙명을 받아들인 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듯 싶다. 
 
 
"때때로 당신의 특징을 재구성하기 위해 집중해야 합니다. 이런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세부 사항에 접근하려면. 당신의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아주 특별한 장면을 소환해야 합니다. 나는 당신의 눈에 대해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심장은 검은 벨벳의 강렬함이 아니라 당신의 시선입니다. 나는 정신을 집중해서 정신적으로 사진에 담았던 이 순간을 되살려야 합니다. 나는 그 순간에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

당신은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있었고, 싱크대 아래 캐비닛에서 물건을 찾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당신이 머리카락의 굵기를 길들인 이 젤 병(내가 좋아하는 냄새)이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아파트에 몇 군데 있었을 것입니다. 이사하기 몇 주 전. 내가 들어갔더니 당신이 뛰어내렸어요. 마치 당신이 갑자기 문을 밀었다고 화를 낸 것처럼, 그리고 나는 거기에 당신이 셔츠도 입지 않은 채 무장하지 않은 채 있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당신이 나를 올려다보니, 반쯤 열린 창문에서 빛이 당신의 등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당신의 눈에는 연약하고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마치 다른 곳에서 나타난 것처럼. 당신은 땅 근처에 있고 나는 그 위에 매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어깨, 거의 사춘기에 가까운 팔뚝. 문을 닫기 전, 나는 '미안하다'가 담긴 문장의 일부, 공모한 '용서'를 더듬었다. 당신이 재생한 이 거짓 겸손. 아는 미소의 힌트입니다. 나는 복도를 걸어가면서 그 표정, 그 의미를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나는 또한 마지막 순간에 당신이 물었을 때 당신의 억양을 유지했습니다. 괜찮으세요? 당신은 방금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으세요? 마치 그림자가 없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깊고 약간 긁힌 듯한 목소리로 말입니다. 나는 등을 돌렸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나는 안심했다. "
"Il me faut parfois me concentrer pour reconstituer tes traits. Cela, je ne l’aurais jamais imaginé. Pour accéder à tous les détails. Je dois convoquer une scène très particulière pour capter ton regard. Je ne parle pas de tes yeux, dont je sais par cœur l’intensité du velours noir, mais de ton regard. Je dois me concentrer et faire resurgir ce moment que j’avais photographié mentalement, je me souviens que je m’étais dit à cet instant : si jamais.
 
...
 
Tu étais accroupi dans la salle de bains, tu cherchais un objet dans le meuble sous le lavabo, sans doute ce flacon de gel (dont j’aimais l’odeur) avec lequel tu domptais l’épaisseur de tes cheveux, c’était dans l’appartement quelques semaines avant le déménagement. J’étais entrée et tu avais sursauté. Comme si tu m’en avais voulu de pousser la porte à l’improviste, et moi j’avais été surprise de te trouver là, torse nu, comme désarmé. Tu avais levé les yeux vers moi, la lumière arrivait dans ton dos, depuis la fenêtre entrouverte. Tu étais très beau.

Il y avait dans ton regard quelque chose de fragile et d’émouvant. Comme si tu surgissais d’ailleurs. Toi près du sol, moi debout en surplomb. Et ces épaules, ces biceps presque adolescents. Avant de refermer la porte, j’avais bafouillé un bout de phrase avec « pardon » dedans, un « pardon » de connivence. Cette fausse pudeur que tu avais jouée en retour. Cette esquisse de sourire complice. J’avais gardé ce regard, ce sous-entendu qui en disait long, en m’éloignant dans le couloir.

J’avais gardé aussi ton intonation quand tu avais demandé, in extremis : Ça va ? tu avais juste dit cela : Ça va ?, de cette voix grave et légèrement éraillée, comme si tu voulais être sûr qu’il n’y avait aucune ombre.

Je tournais le dos, quelque chose avait eu lieu. J’étais rassurée. 

 
 
 
그녀의 책을 두고 어느 사설에서는 '소중한 이의 죽음을 되돌아보면서 오늘날 그녀가 살고 있는 순간은 온화함과 향수로 가득 차 있다'고 표현했다. 국내에는 아직(?) 번역이 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상실을 가까이에 두고 살아가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어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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