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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독후감/문학

2020년 퓰리처상 수상작 《니클의 소년들》 리뷰

by suis libris 2021.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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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빠른 산업화에 따른 변화로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지만, 서구 사회, 특히 미국에서는 흑인의 인권 변화가 비슷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인간의 존엄성에 반하는 언행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하고, 민족, 피부색, 문화, 종교, 성별의 차별은 없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한 세기도 전의 상황은 무척이나 달랐다.

 

명백한 계급이 있던 시대. 차별과 멸시가 당연시되고, 삶 자체를, 어떨 때는 생명까지도 다른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있던 시대. 우리는 그런 시대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런 시대를 겪어온 이들이 아직 살아서 숨 쉬고 있다. 60년대와 70년대, 80년대를 살아온 이들은 그 당시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흑인 차별을 몸으로 겪었다. 《니클의 소년들》은 1960년대 그 실상을 품위 있게 그려낸 소설이다. 2020 퓰리처상 수상작이기도 한 소설은 "인간의 인내심과 존엄성 그리고 구원에 대한 강렬한 이야기"를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책을 읽었다면 크게 공감 가는 선정 사유임에 틀림없다.

 

 

 

 

 

이야기는 엘우드라는 소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1960년대 엘우드는 모범생이었다. 대학 추천을 받을 정도로 성실하고 똑똑했다.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에 빠져있었고 그의 인권 운동 사상에 심취되어 있었다. 그는 어느 날 학교에 가는 길에 한 흑인 남자의 차를 얻어 타게 된다. 그 차는 도난 차량이었고, 엘우드는 공범으로 몰려 플로리다의 니클 아카데미라고 불리는 소년원으로 보내지게 된다. 인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의 니클 아카데미는 강제 노동과 가혹행위가 수시로 행해지는 곳이었다. 어떤 소년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도 했다. 엘우드는 이런 곳에서 생활을 이어나가려 노력한다. 적응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곳에서의 생활을 대학에서의 희망과 마틴 루서 킹의 연설을 되뇌며 적응해 나간다. 엘우드에게 벌어지는 사건들, 니클 아카데미 안에서 보고 느꼈던 희망과 절망의 순간들이 책에 잘 묘사되어 있다.

 

 

 

 

소설은 111년 동안 수천 명 소년들의 삶을 파괴한 플로리다 주 소년원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Florida School for Boys"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야기는 그곳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증언들이 아직까지 전해진다. 나는 책을 읽고 그들의 실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는 웹사이트를 방문했다. 소설이 아닌 실제로 그 시기를 살아온 이들의 증언을 더 듣고 싶었다. 들어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제 이름은 Nathaniel Dowling입니다. 저는 68세입니다. 나는 1958년 11월 15살에 마리아나Mariana에서 FSB에 갔고, 다음 해 1959년 4월까지 그곳에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1959년 4월부터 10월까지는 Okeechoobee로 옮겨져 1959년에 소년원에서 나왔습니다. 저는 그저 도둑질한 남자와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FSB로 보내졌습니다. 법원은 나를 감옥에 보내고 싶어 했지만 저는 너무 어렸기에 소년 법원은 저를 FSB로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FSB에 있는 동안 저는 유지 관리팀에서 일했습니다. 저의 주된 일과는 학교의 시설물들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청소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동안 아이들이 백악관White House이라는 곳에서 채찍질 당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제가 지내던 기숙사에서 백악관으로 보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돌아온 아이들의 속옷에 많은 피가 묻어 있었습니다. 저와 같은 기숙사를 쓰던 한 아이는 그곳을 탈출했지만, 3일 뒤에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는 돌아와 경찰들의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이 그를 차고, 입을 때리고, 거꾸로 매달아 때리고, 백악관으로 데려가 채찍질하고, 60번 핥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도망친 아이는 (엉덩이 부위의) 고깃덩어리라는 의미인 슬라브slab라고 불렸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어떻게 아냐고요? 저와 그는 FSB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우받았는지에 대해 매일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한 번 채찍질을 당했습니다. 그곳의 관리인이었던 남자가 제가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의 아내를 불결한 눈길을 주었다는 이유였습니다. 저는 그 대가로 50번을 핥아야 했습니다. 

 

FSB에서 벗어났을 때 저는 법을 존중할 수 없었습니다. FSB의 사람들은 저를 비열한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2번 더 감옥에 갔는데, 한 번은 체포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구타를 당했습니다. 저는 제 손주들에게 FSB에 있었던 일을 알려주었습니다. 아이들은 “그곳의 사람들은 할아버지에게 비열했어요”라고 말합니다. 저는 손자들에게 "나뿐만이 아니라 거기에 있는 모든 아이에게 그렇게 대했단다."라고 알려주었습니다. 다른 어떤 아이도 제가 겪은 일을 겪지 않기를 바랍니다.

 

※ 출처 : https://theofficialwhitehouseboys.org

 

 

집 주변에 있는 학교 앞에는 마틴 루서 킹이 그려져 있다. 가끔 그곳을 지나칠 때, 프랑스 학교에서 굳이 미국 목사의 업적을 가르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민족적 갈등과 상처의 시기를 겪은 우리나라에서 수많은 독립 열사와 의사를 기억하듯,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 수호의 역사를 기억하는 사회에서 인권 운동가를 기억하고 그의 생각을 배우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하루는 TV에서 이슬람 테러로 숨진 희생자들의 가족이 초등학교 수업에 방문해 아이들과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뉴스를 보았다. 테러 집단을 악의 축이라고 비판하고, 국내 유색 인종에 대한 차별로 보복했던 행동과는 사뭇 다른 방법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까? 나는 더 많은 이들이 《니클의 소년들》과 같은 책을 읽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길 희망한다. 물론 이대로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보다 배척보다는 화합과 갈등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려본다.

 

 

'우리는 감옥에 가둬도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을 사랑할 겁니다. 우리 집에 폭탄을 던지고 우리 아이들을 위협해도, 조금 힘들기는 하겠지만,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을 사랑할 겁니다. 두건을 쓰고 폭력을 저지르는 자들을 한밤중에 우리 동네로 보내 우리를 길가로 끌어내서 때려 반죽음으로 만들게 해도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을 사랑할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히 알아두십시오. 우리는 고통을 견디는 능력으로 당신들을 지치게 해서 언젠가 자유를 얻어낼 겁니다.'

 

콜슨 화이트헤드 《니클의 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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