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기억은 다시 들추어내고 싶지 않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기억하고 싶은 아픔이 있다. 바로 아이에 대한 부재이다.
프랑스 작가 안도핀 쥘리앙(Anne-Dauphine Julliand)은 희귀병에 걸린 딸 탈리타(Talitha)와 함께했던 나날을 회상하며 쓴 평범한 엄마의 솔직한 에세이 《젖은 모래 위의 두 발》(Deux petits pas sur le sable mouillé)로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그녀의 첫 에세이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평범한 엄마
안도핀 쥘리앙
안도핀 쥘리앙은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가족 내에서 겪은 슬픔과 고통을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로 승화시킨 작가로 유명하다. 그녀의 첫 번째 에세이《젖은 모래 위의 두 발》은 딸 탈리타(Talitha)가 희귀 질환인 메타크로마틱 백질이영양증(Metachromatic Leukodystrophy)을 진단받은 후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그녀는 한 편의 에세이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솔한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녀의 에세이는 특히 삶의 고난과 역경을 견디는 시선이 남다르다. 슬픔을 이겨내는 특별한 통찰을 전한다.
그녀의 글은 사랑과 가족의 결속이 얼마나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녀의 후속 작품인 《특별한 날》(Une journée particulière)과 소개할 《일상에 인생을 더하다》(Ajouter de la vie aux jours)는 독자들에게 삶의 본질적인 가치와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일깨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쥘리앙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삶을 다시 생기 있게 만들 수 있는지 희망을 전한다.
작품 소개
그녀의 이번 신간은 아직 번역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소개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에 삶을 더하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에세이는 일상 속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고, 매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는 그녀만의 시선이 담겨 있다. 언제나 그렇듯 에세이는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부터 출발한다. 딸 탈리타와의 고통스러운 이별 후에도, 그녀는 슬픔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순간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노력한다. 그녀는 "아이와 함께 하는 날의 양보다, 아이와 함께한 날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녀는 아이와 함께 했던 작은 순간들을 떠올리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아내기 시작한다.
그녀의 글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쥘리앙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스스로를 치유하고 또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라고 말한다. 그녀는 삶이 항상 쉽지 않음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태도와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유한한 시간의 가치
쥘리앙은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슬픔과 상실의 순간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희망과 사랑에 주목한다. 그녀의 에세이에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힘겨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용기, 하지만 그것에 압도당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녀가 슬픔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하고 또 희망을 찾게 된다.
그녀에게 있어 가족의 사랑은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버팀목 같이 느껴진다. 가족 간의 유대감과 사랑이 어떻게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드는지, 또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녀의 글은 읽는 우리로 하여금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깊이 생각하고 느끼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되새기가 만든다. 그들과 함께하는 작은 순간들이야말로 삶의 진정한 기쁨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평범한 일상이 사실은 얼마나 특별하고 아름다운지 조용히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어쩌면 책은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찾는 시선"을 담고 있는 안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메시지들은 삶을 대하는 새로운 태도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삶을 재정비하는 시간
삶을 재정비하기 위해서 푸른 숲, 맑은 공기, 따스한 햇살과 같이 평화로운 장소를 찾는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곳에 다녀온다 하더라도, 삶은 재정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책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그리고 과거나 미래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는 태도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고통스러운 경험을 통해 배운 긍정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삶은 예기치 못한 어려움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말한다. 어쩌면 역경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용기이고, 암흑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끈기처럼.
흔히 지나치기 쉬운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마치 마법처럼 일상 속 사소한 순간들, 소중한 사람과의 대화, 그들의 웃음소리, 일상 속 잠깐의 평온함과 같이 일상의 진정한 의미를 찾으라고 말한다. 이제는 클리셰처럼 낡은 이야기처럼 들릴지 몰라도, 무엇보다도 사랑이 가진 치유의 힘은 되새겼으면 한다. 가족, 친구,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이 얼마나 큰 위로와 힘이 되는지,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오랜만에 독자의 마음 깊은 곳을 울리는 진솔한 이야기를 만났다. 비록 많은 독자들이 만나지 못하더라도, 책을 소개하는 글로라도 그녀의 따뜻하고도 섬세한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다시 한번, 나에게 허락된 날의 수를 늘리는데 집중하기보다, 그 남은 날들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 노력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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