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아렌트1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한,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리뷰 책을 읽은 후에 나름 눈으로 먹고 속으로 씹고 삼킨 감상들을 뱉어내고 싶은 책이 있다면 반대로 글들을 조용히 체화하고픈 책이 있다. 어쩌면 체화해야 하는 책이 있을지도 모른다.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로 더 잘 알려진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은 단순히 책이 역사적 오점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나로 하여금 말을 잊지 못하게 만든 것이 아니다. 한참을 읽어 내려가다가도 앞 장으로 돌아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광범위한 배경지식을 요하는 문장들로 도배되었기 때문도 아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기억해야 하는 아픔을 말하고 있기 때문도 아니고, 유대인 학살자를 유대인의 법정에 세움으로써 정의를 실현하고 싶었던 2년간의 행적이 충분히 만족할 만큼 폭넓게 논의되고 인류가 고심해 봐야.. 2020. 12.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