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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뉴스, 정보

애서가들이 사랑하는 서점 8곳 (세계 유명 서점 시리즈 - 유럽편)

by 장래희망 책방주인 2020.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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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상업 공간을 넘어, 문화가 살아 숨 쉬고, 시대의 숨결이 머무는 장소로 탈바꿈 중이다. 책을 대하는 태도나, 책이 갖는 의미는 변했지만, 서가 사이를 걷다 보면 어느새 한 도시의 정신을 들여다보고, 낯선 나라의 숨겨진 철학과 마주하게 된다.

세계 각국의 개성 넘치는 서점들을 중에 유럽의 유명한, 그리고 책 애호가들이 사랑하는 서점 8곳을 소개한다. 어떤 곳은 영화의 배경이 되었고, 어떤 곳은 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들의 아지트였으며, 어떤 곳은 물 위에 떠 있거나 교회였던 공간을 개조한 곳도 있다. 책과 여행, 그리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서점 여행을 함께하고 싶을 것이다.

 

 

렐루 서점 (Livraria Lello, 포르투갈 포르투)
렐루 서점 (Livraria Lello, 포르투갈 포르투)
렐루 서점 (Livraria Lello, 포르투갈 포르투)

 

1. 렐루 서점 (Livraria Lello)

마법의 세계를 꿈꿨다면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포르투갈 제2의 도시 포르투(Porto)의 중심부, 고딕 양식의 고풍스러운 거리에 자리한 렐루 서점은 단순한 책방이 아니다. 한 발짝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이곳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학적 성지로 변모한다.

 

해리 포터의 마법이 깃든 장소

렐루 서점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 중 하나는 J.K. 롤링과의 특별한 인연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집필하던 당시, 포르투에서 영어 교사로 일하던 롤링은 종종 이 서점에 들러 글을 쓰고 책을 읽었다. 사람들은 이곳의 곡선형 계단과 중세적인 장식, 고풍스러운 서가들에서 호그와트의 분위기를 떠올렸고, 일부 팬들은 호그와트의 도서관과 계단이 이곳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 아니냐며 열광한다. 실제로 롤링은 포르투에서의 시간이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의 세계관 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렐루 서점 (Livraria Lello, 포르투갈 포르투)

 

백 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한 건축미

렐루 서점은 1869년 '국제서점(Livraria Internacional de Ernesto Chardron)'으로 시작해, 1906년 렐루 형제(Lello brothers)에 의해 현재의 건물로 확장 이전되었다. 그들의 이름을 따 ‘Livraria Lello e Irmão(렐루 & 형제 서점)’으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오늘날에는 '렐루 서점'으로 통칭된다.

건축가 프란시스코 자비에르 에스테베스(Francisco Xavier Esteves)가 설계한 이 서점은 신고딕 양식과 아르누보(Art Nouveau)의 미적 요소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예술적 건축물로서도 가치를 지닌다. 내부 중앙의 붉은 곡선 계단은 흡사 연극 무대의 한 장면처럼 극적인 인상을 주고, 천장에는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들어진 거대한 천장이 공간 전체에 몽환적인 빛을 쏟아낸다.

서가와 기둥, 벽면까지 정교하게 조각된 목재 장식과 골동품 책들이 어우러져, 이 서점은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멈춘 듯한 예술 공간이자 문화유산 그 자체다.

 

 

렐루 서점 (Livraria Lello, 포르투갈 포르투)

 

 

현재 렐루 서점은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포르투의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다. 입장료는 5유로이며, 서점 내에서 책을 구매할 경우 해당 금액만큼 할인된다. 일부 인기 시간대에는 입장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하므로 온라인 사전 예약을 추천한다. 특히 오프닝 시간 직후가 비교적 한산한 관람이 가능하다.

서점 한편에는 ‘해리 포터 룸’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전 세계 언어로 번역된 해리 포터 시리즈가 전시되어 있으며, 희귀본도 일부 관람할 수 있다. 문학과 건축, 여행과 사진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곳은 그 자체로 ‘읽고, 보고, 느끼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방문 정보
입장료: €5 (책 구매 시 전액 할인)
운영시간: 월일 9:3019:00 (일요일 포함)
위치: Rua das Carmelitas 144, Porto, Portugal
예약: http://www.livrarialello.pt
사진 촬영: 가능. 단, 상업적 촬영은 제한되며 삼각대 사용은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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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Shakespeare and Company, 프랑스 파리)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Shakespeare and Company, 프랑스 파리)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Shakespeare and Company, 프랑스 파리)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Shakespeare and Company, 프랑스 파리)

 

2.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Shakespeare and Company)

센 강 옆, 노트르담 대성당을 마주한 채 세월을 견뎌온 서점 하나. 이곳은 단순한 책방이 아니라, 수많은 문인들의 숨결이 깃든 문학의 집이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파리라는 도시가 품은 낭만과 지성, 자유와 혁명의 정신을 가장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헤밍웨이와 ‘잃어버린 세대’의 성지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라는 이름의 첫 번째 서점은 미국 출신 실비아 비치(Sylvia Beach)가 1919년 파리의 오데옹 거리에 문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그녀의 서점은 단순한 영어 서적 전문점이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파리로 모여든 미국 작가들과 예술가들의 정신적 아지트가 되었다.

이 서점은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거트루드 스타인, 제임스 조이스, 에즈라 파운드 등의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 작가들이 모여 토론하고, 글을 쓰고, 꿈을 나누던 공간이었다. 특히 실비아 비치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초판을 출간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당시 검열로 출간이 어려웠던 조이스의 작품을 그녀는 자비를 들여 세상에 내놓았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파리 점령 당시 서점은 폐쇄되었고, 다시 열지 못했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Shakespeare and Company, 프랑스 파리)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Shakespeare and Company, 프랑스 파리)

 

 

새로운 시작, 조지 휘트먼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그 후 1951년, 미국 출신의 조지 휘트먼(George Whitman)이 파리 라탱 지구의 한 건물에서 새롭게 문을 연 영어 서점은 실비아 비치의 정신을 계승하며, 같은 이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죽기 전 이 이름을 그에게 정식으로 양도했다.

현재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는 조지 휘트먼의 딸 실비아 휘트먼(Sylvia Whitman)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아버지가 지켜온 ‘문학적 공동체’로서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의 철학은 단순하다.

“책을 사랑하는 이에게는 언제나 문이 열려 있다.”

 

3만 명의 작가가 머문 서점, ‘Tumbleweeds’ 제도

이 서점에서 가장 유명한 전통은 바로 무료 숙소 제공이다. 조지 휘트먼은 서점 내부의 작은 다락방이나 서가 틈 사이에 간이 침대를 놓고, 작가 지망생이나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며칠 혹은 몇 주간 지내며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곳을 거쳐 간 작가들은 ‘텀블위드(Tumbleweeds)’라고 불린다. 그들은 지붕 아래 하루 세 권의 책을 읽고, 하루 두 시간 서점을 돕는 일을 하며, ‘자기 인생의 이야기’를 적고 떠나는 전통을 지킨다.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약 3만 명 이상의 이방인이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며 책과 꿈을 나누었다.

그들 중에는 앨런 긴즈버그(Allen Ginsberg), 윌리엄 사로얀(William Saroyan), 윌리엄 버로스(William Burroughs),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 같은 유명 문인들도 포함되어 있다.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Shakespeare and Company, 프랑스 파리)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Shakespeare and Company, 프랑스 파리)

 

 

서점 내부는 좁고 복잡하지만, 그 안에는 빈티지 타자기, 손글씨 메모, 오래된 사진, 책들이 뒤엉킨 서가들이 질서 있는 무질서를 이루며 따뜻하게 얽혀 있다. 고양이들이 서가 사이를 누비고, 문을 열면 피아노 소리가 들리며, 시인이 낭독회를 열고, 아이들이 시집을 읽는다.

서점 2층에는 누구나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독서 공간이 있으며, 간혹 문학 토크나 낭독회가 열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카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Shakespeare and Company Café)도 함께 운영되며, 책과 커피의 조화로운 만남을 즐길 수 있다.

 

방문 정보
운영시간: 매일 10:00~20:00
위치: 37 rue de la Bûcherie, 75005 Paris, France (노트르담 성당 바로 앞)
웹사이트: shakespeareandcompany.com
인스타그램: #shakespeareandcoparis
주요 이벤트: 문학 낭독회, 작가와의 만남, 북클럽, 국제 작가 프로그램 등

 

 

 

 

아쿠아 알타 서점 (Libreria Acqua Alta,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쿠아 알타 서점 (Libreria Acqua Alta,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쿠아 알타 서점 (Libreria Acqua Alta,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쿠아 알타 서점 (Libreria Acqua Alta, 이탈리아 베네치아)

 

3. 아쿠아 알타 서점 (Libreria Acqua Alta)

책을 곤돌라에 담아 보관하는 서점이 있다면 믿겠는가?
베네치아의 물길을 닮은 이 독립서점은 단순한 기발함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과 운명을 함께 짊어진 장소다.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책과 물, 그리고 낭만의 도시가 만들어낸 절묘한 공존을 체험하게 된다.

‘Acqua Alta’, 물 위의 책방

아쿠아 알타(Acqua Alta)는 이탈리아어로 ‘높은 물’을 뜻한다. 이는 베네치아 특유의 자연 현상인 만조(밀물)로 인해 도시가 부분적으로 침수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서점은 바로 이 베네치아의 특성을 이름으로 삼았다.

2004년, 지역 예술가이자 책 애호가인 루이지 프라텔로(Luigi Frizzo)가 설립한 이곳은 도시의 숙명과 같은 물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기로 했다. 대신 침수에 대비해 책들을 배, 곤돌라, 욕조, 방수 상자, 심지어는 카누에 담아 보관하는 기발한 방법을 선택했다. 그래서 서점 안에 곤돌라가 ‘정박’해 있고, 고서들이 욕조 안에 가득 쌓여 있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이 독창적인 방식 덕분에 이곳은 전 세계 여행자와 책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생 서점’, ‘죽기 전에 가야 할 서점’으로 손꼽힌다.

 

아쿠아 알타 서점 (Libreria Acqua Alta, 이탈리아 베네치아)

 

책과 물, 고양이가 어우러진 기묘한 공간

서점은 겉에서 보기엔 매우 평범해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동화 속 공간이 펼쳐진다. 책들이 천장까지 가득 쌓여 있고, 손때 묻은 지도를 오려 벽을 장식하거나 책을 계단처럼 쌓아 올린 공간도 있다.

특히 후문으로 나 있는 작은 뒷마당에는 ‘책 계단’이 있다. 오래된 백과사전과 잡지들로 만든 이 계단은 물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대에 올라서면 운하와 수로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작은 전망대가 된다.

그리고 아쿠아 알타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서점의 고양이들이다. 이 서점에는 여러 마리의 고양이가 상주하며, 책 위나 곤돌라 위에서 유유히 낮잠을 자거나 책장을 넘기는 손을 구경한다. 이들은 이곳의 ‘비공식 마스코트’이자, 책과 고양이를 모두 사랑하는 방문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아쿠아 알타 서점 (Libreria Acqua Alta,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쿠아 알타 서점 (Libreria Acqua Alta, 이탈리아 베네치아)

 

자유롭고 뒤엉킨, 진정한 독립서점의 정체성

이곳은 특정 장르나 구획이 깔끔히 정리된 일반 서점과는 다르다. 어떤 책은 플라스틱 상자 안에, 어떤 책은 곤돌라 안에 무작위로 꽂혀 있다. 고서부터 현대문학, 관광 안내서, 지도, 만화, 잡지까지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책들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바로 그 무질서함 속에서 책이 ‘사물’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주인이 직접 만든 팻말, 벽에 붙은 문구, 독특한 설치물들은 이 공간을 단지 ‘서점’이 아니라 하나의 문학적 설치예술로 탈바꿈시킨다.

 

방문 정보
운영시간: 매일 9:00~20:00 (연중무휴)
주소: Calle Longa Santa Maria Formosa, 5176b, 30122 Venezia VE, Italy
페이스북: facebook.com/libreriaacquaalta
입장료: 없음 (자유롭게 관람 가능)

서점 공간이 좁고 방문객이 많기 때문에, 비교적 한산한 오전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책 구입보다는 사진 촬영, 분위기 체험, 고양이와의 교감을 위한 관광 성격이 강하므로, 독립서점에 예의 있게 머무르는 태도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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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처드 서점 (Hatchard’s, 영국 런던)
해처드 서점 (Hatchard’s, 영국 런던)
해처드 서점 (Hatchard’s, 영국 런던)
해처드 서점 (Hatchard’s, 영국 런던)

 

4. 해처드 서점 (Hatchard’s, 영국 런던)

"책을 고른다는 것은 취향을 고르는 것이고, 품격을 고르는 것이다."

런던 피카딜리 거리 중심에서 200년 넘는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해처드 서점은, 그 자체로 영국 문학의 살아 있는 역사라 할 수 있다. 화려하거나 화제성 넘치는 서점은 아니지만, 해처드는 영국 지식인들과 왕실, 그리고 오랜 독자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아온 조용한 명소다.

 

 

해처드 서점 (Hatchard’s, 영국 런던)

 

1797년의 시작, 5세기에 걸친 문학의 시간

해처드 서점은 1797년 존 해처드(John Hatchard)에 의해 설립되었다.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만 해도 영국은 산업혁명의 한복판에 있었고, 대중 독서 문화가 본격적으로 꽃피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해처드는 단순한 책 판매상이 아니라 문화와 교양의 전파자로서의 역할을 자처했다.

1801년에는 현재의 위치인 피카딜리 거리 187번지(187 Piccadilly)로 이전하여 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런던 중심가의 복잡한 변화 속에서도 이곳만큼은 고전의 품격과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공간으로 남아 있다.

 

 

해처드 서점 (Hatchard’s, 영국 런던)

 

왕실 인증의 품격

해처드 서점은 단순히 오래된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국 왕실의 공식 납품 서점이라는 독보적인 지위를 지닌다. 현재까지도 여왕과 왕실 가족에게 책을 공급할 수 있는 ‘로열 워런트(Royal Warrant)’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왕실이 신뢰하는 고품격 브랜드에게만 주어지는 상징적인 명예다.

이러한 자격은 서점의 신뢰도와 전통을 상징할 뿐 아니라,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단순히 책을 사는 일’을 ‘품격 있는 문화적 행위’로 바꿔 놓는다.

 

시대를 초월한 책의 향연

해처드는 다섯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층은 장르별로 고전문학, 역사, 예술, 여행, 정치, 아동서, 희귀본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정치철학, 역사서, 영국 고전문학의 컬렉션은 런던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을 자랑한다.

1층: 최신 문학, 예술 서적
2층: 고전문학, 철학, 역사
3층: 아동서 및 그림책
지하층: 논픽션, 여행서, 희귀본
꼭대기 층: 조용한 독서 공간과 추천도서

내부는 고풍스러운 목제 선반과 깊은 파란색 융단, 부드러운 조명으로 꾸며져 있어 마치 19세기 영국 귀족의 서재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책을 고르는 행위 자체가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지는 이곳에서, 방문객들은 흔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머물게 된다.

 

 

해처드 서점 (Hatchard’s, 영국 런던)

 

해처드는 수많은 영국 작가와 지식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던 서점이다. 찰스 디킨스,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 오스카 와일드 등이 이 서점을 찾았으며, 현대에는 이언 맥큐언, 줄리언 반스, 힐러리 맨틀 등의 작가가 이곳에서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특히 찰스 디킨스는 자신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초기 사본을 이곳에 맡겼으며, 해처드에서 첫 독자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단골이 사랑하는 이유

해처드는 런던 시민들과 정기적으로 문학 행사를 열고 있으며, 직원들은 전문적인 독서 취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추천 도서와 상담이 매우 품격 있고 정확하다. 그들은 단순히 판매원이 아니라, 독자의 취향을 함께 찾아주는 ‘문학 큐레이터’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런던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는 영국 고전문학 원서나 기념 엽서, 북마크, 한정판 양장본 등을 찾는 보물창고로도 유명하다.

 

방문 정보
운영시간: 월토 9:3019:00, 일요일 11:30~18:00
주소: 187 Piccadilly, St. James's, London W1J 9LE, United Kingdom
웹사이트: http://www.hatchards.co.uk
인스타그램: #hatchardspiccadilly

유명 작가의 사인본이나 희귀본은 직원에게 문의하면 따로 찾아볼 수 있다.
서점 바로 옆에는 고급 백화점 ‘Fortnum & Mason’이 있어 함께 들러보기 좋은 코스다.

 

 

 

아틀란티스 북스 (Atlantis Books, 그리스 산토리니)
아틀란티스 북스 (Atlantis Books, 그리스 산토리니)
아틀란티스 북스 (Atlantis Books, 그리스 산토리니)
아틀란티스 북스 (Atlantis Books, 그리스 산토리니)
아틀란티스 북스 (Atlantis Books, 그리스 산토리니)

 

5. 아틀란티스 북스 (Atlantis Books)

그리스 산토리니, 눈부시게 푸른 바다와 하얗게 빛나는 건축물 사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서점 중 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바로 아틀란티스 북스(Atlantis Books). 이 서점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문학과 모험으로 태어난 이야기 그 자체다.

 

서점의 시작은 여행자의 필요에서

2002년 여름, 철학과 문학을 전공하던 두 미국인 대학생 크레이그 월저(Craig Walzer)와 올리버 와이즈(Oliver Wise)는 휴가를 맞아 산토리니를 찾았다. 여행 중 그들은 자신들이 읽을 책이 떨어졌고, 섬 어디에도 마음에 드는 책방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들은 충동적으로 선언했다.

“그럼 우리가 직접 서점을 열자.”

 

그 결심은 장난이 아니었다. 그들은 섬에 머물며 지하 공간을 빌렸고, 친구들을 불러모아 페인트칠부터 선반 조립까지 직접 서점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아틀란티스 북스는 우정과 이상, 책에 대한 사랑만으로 탄생한 전설적인 독립 서점이 되었다.

 

 

아틀란티스 북스 (Atlantis Books,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정취를 품은 문학 공간

아틀란티스 북스는 산토리니 북부의 마을 이아(Oia)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햇살이 드리우는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작은 표지판 하나가 서점으로 향하는 길을 알려준다. 서점은 전형적인 키클라데스 건축 양식의 건물 지하에 자리잡고 있으며, 아치형 천장과 곡선의 벽, 그리고 채광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벽과 천장, 계단과 바닥까지 온통 책으로 채워져 있으며, 그리스 문학, 고전 철학, 현대 소설, 시집, 예술서적, 희귀본, 그림책, 여행 에세이 등 장르와 언어를 넘나드는 책들이 어지럽게나마 조화롭게 배열되어 있다.

이곳에서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책과 예술이 결합된 공간 연출이다. 손글씨로 쓴 명언이 벽에 적혀 있고, 천장에는 고양이 모양의 인형이나 문학 인물의 초상화가 매달려 있으며, 작은 창틀에는 누군가 남긴 짧은 시가 종이에 붙어 있다.

 

 

아틀란티스 북스 (Atlantis Books, 그리스 산토리니)

 

책을 팔지 않아도 계속 살아가는 서점

아틀란티스 북스는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전파하고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실험적 공간이기도 하다. 서점 운영진은 “우리는 책을 파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책을 더 사랑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곳은 출판사 ‘Paravion Press’를 설립해 작은 시집과 단편소설을 자체 제작하고 있으며, 독립 영화 상영회, 시 낭독회, 철학 토론회, 작가 워크숍 등을 열며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참여하는 문학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서점은 주로 영어 도서가 중심이지만, 그리스어와 불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한국어(!) 도서까지 구비되어 있어 다양한 언어권의 독자들을 포용하는 다문화적 분위기를 자랑한다.

서점은 바다를 향해 열린 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 앉아 책을 펼치고 있으면, 푸른 에게해가 펼쳐진 풍경이 책과 함께 가슴 깊이 스며든다. 아틀란티스 북스는 이처럼 책을 ‘풍경 속에서 읽는 경험’으로 승화시킨다.

📸 포토스팟으로도 유명한 만큼, 전 세계 여행자들이 산토리니에 도착하면 먼저 서점을 찾아 인증샷을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진짜 독자들의 공간으로 남아 있기 위해, 이곳은 늘 조용하고 느린 분위기를 유지한다.

 

방문 정보
운영시간: 보통 11:00~19:00 (계절 및 날씨에 따라 유동적)
주소: Nomikos Street, Oía 847 02, Santorini, Greece
웹사이트: atlantisbooks.org
인스타그램: #atlantisbooks

여름철에는 사람이 많으므로, 오전 이른 시간에 방문하면 한적한 분위기에서 책을 고를 수 있다.
이아 마을은 일몰로 유명하므로, 서점 방문 후 마을 꼭대기에서 석양을 감상하는 루트도 추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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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렉시스 도미니카넌 서점 (Selexyz Dominicanen,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셀렉시스 도미니카넌 서점 (Selexyz Dominicanen,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셀렉시스 도미니카넌 서점 (Selexyz Dominicanen,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6. 셀렉시스 도미니카넌 서점 (Selexyz Dominicanen)

네덜란드 남부의 고도(古都) 마스트리흐트에는 수백 년의 세월을 지닌 성당이 하나 있다. 그런데 그 안에는 책이 가득한 서가와 커피 향, 속삭이는 독자들의 숨결이 머문다.
이곳은 바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중 하나로 손꼽히는 셀렉시스 도미니카넌(Selexyz Dominicanen)이다.

 

"책을 읽는 일이 성스러운 예배가 된다면, 이곳은 가장 완벽한 예배당이다."

 

 

셀렉시스 도미니카넌 서점 (Selexyz Dominicanen,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성당에서 서점으로, 공간의 전환이 담은 철학

이 서점은 원래 13세기 도미니크 수도회의 고딕 양식 성당이었다. 1294년 완공되어 수 세기 동안 신자들의 예배 공간으로 사용되었지만, 1794년 프랑스를 이끈 나폴레옹의 침공으로 인해 종교적 기능을 잃었다. 이후 마차 보관소, 자전거 창고, 전시장 등으로 사용되며 방치되었고, 한때는 철거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 이 역사적인 건축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이들이 등장했다. 네덜란드의 대형 서점 체인 ‘셀렉시스’와 건축 디자인 그룹 ‘Merkx + Girod’는 이 성당을 지식과 문화를 위한 서점으로 탈바꿈시켰다.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종교적 경외심을 지적 탐구의 존엄성으로 바꿔낸 대담한 시도였다.

그 결과, ‘Selexyz Dominicanen’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이곳은 전 세계 여행자와 건축 애호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성지(聖地)가 되었다.

 

 

셀렉시스 도미니카넌 서점 (Selexyz Dominicanen,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셀렉시스 도미니카넌 서점 (Selexyz Dominicanen,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고딕 건축과 현대적 디자인의 극적인 조화

서점 내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검은 강철로 된 3층 높이의 서가 구조물이다. 성당 특유의 아치형 천장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석조 기둥은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현대적 서가와 천천히 섞여 들어가는 풍경은 한 편의 시각적 교향곡처럼 느껴진다.

1층에는 다양한 장르의 신간 서적과 커뮤니티 공간, 카페가 위치하고 있고
2~3층은 철제 계단으로 올라가는 플로팅 북쉘프 구조, 장르별 도서 구역이 마련되어 있다.

성당 제단이 있던 자리는 커피와 케이크를 즐길 수 있는 카페로 바뀌었으며, 원래 제단 위에 올라 책을 읽는 경험은 그 자체로 특별한 체험이 된다.

또한 천장 프레스코화와 종교 벽화는 대부분 복원되어, 마치 중세 시대의 숨결이 고스란히 책 위를 감싸는 듯한 인상을 준다.

 

셀렉시스 도미니카넌 서점 (Selexyz Dominicanen,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공간이 전하는 메시지

이 서점이 단순히 ‘예쁜’ 공간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공간의 전환이 담고 있는 깊은 메시지 때문이다.
한때 종교적 진리를 전하던 공간이, 이제는 인간 이성, 지식, 표현의 자유를 위한 장소로 변화했다는 사실은 우리 시대가 지향하는 열린 문화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의 말씀을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숙이던 성당이, 이제는 고전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거나, 소설을 고르며 친구와 웃음을 나누는 살아 있는 문화 공간이 된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닌, 존중하며 새롭게 쓰는 방식의 문화재 재생 모델로 평가받는다. 2007년에는 네덜란드 인테리어 디자인상(Lensvelt de Architect Interior Prize)을 수상하기도 했다.

 

방문 정보
운영시간: 월토 9:0018:00 / 일요일 12:00~17:00
주소: Dominicanerkerkstraat 1, 6211 CZ Maastricht, Netherlands
웹사이트: http://www.dominicanen.nl

카페에서는 마스트리흐트 지역의 전통 케이크 ‘림부르흐 플라’(Limburgse Vlaai)를 함께 맛볼 수 있다.
조용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삼각대 촬영이나 큰 소리 대화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책은 영어·네덜란드어 모두 구비되어 있으며, 예술서와 디자인북 코너는 특히 수준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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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티 북샵 (Honesty Bookshop, 영국 헤이 온 와이)
어니스티 북샵 (Honesty Bookshop, 영국 헤이 온 와이)

 

7. 어니스티 북샵 (Honesty Bookshop)

영국 웨일스 국경 근처의 작은 마을 헤이 온 와이(Hay-on-Wye)는 책을 화폐처럼 순환시키는 마법 같은 곳이다. 이 마을에는 ‘책을 믿는 사람들’이 있고, 그 믿음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서점이 있다. 바로 무인 책방 어니스티 북샵(Honesty Bookshop)이다.

 

 

어니스티 북샵 (Honesty Bookshop, 영국 헤이 온 와이)

 

헤이 온 와이 – 책이 마을이 된 곳

헤이 온 와이는 인구 약 1,400명 규모의 작은 시골 마을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책마을(book town)’의 시초이자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마을에는 서점만 30여 곳, 책 관련 상점, 중고서점, 골동본 판매점 등이 즐비하며, 거리에 나서면 마치 한 권의 오래된 도서관을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이러한 마을의 변신은 리처드 부스(Richard Booth)라는 기인이자 책 애호가 덕분이다. 그는 1960~70년대 미국에서 폐기 예정이던 도서 수천 권을 영국으로 가져와 이 마을 곳곳에 책방을 열었고, 급기야 1977년 헤이 온 와이를 ‘독립 왕국’으로 선포하며 자신을 ‘왕’으로 지칭했다. 이 퍼포먼스는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헤이 온 와이는 유럽의 대표적인 문화 마을로 자리잡게 된다.

그의 철학은 단순했다.

“모두가 책을 읽게 한다면, 세상은 조금 더 정직해질 것이다.”

 

 

어니스티 북샵 (Honesty Bookshop, 영국 헤이 온 와이)

 

그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 바로 어니스티 북샵이다. 이곳은 어떤 점원이 책을 관리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 마을 성곽과 고성 터 근처에 설치된 실외 책장 몇 줄이 전부다.

이 책장에는 중고책이 무작위로 꽂혀 있고, 각 책에는 가격이 적혀 있지 않다. 대신 서가 한쪽에 “책 한 권당 £1, 5권 £4”라는 문구와 함께 작은 철제 저금통이 놓여 있다. 책을 고른 뒤, 그 가격만큼의 동전을 통에 넣고 가면 그만이다.
누가 감시하지도 않고, 영수증도 없다. 이 모든 운영은 오로지 방문객의 양심(honesty)에 맡겨져 있다.

이 서점은 무인으로 운영되며, 도난이나 분실은 있지만 예상보다 적다.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넣거나, 책을 가져가고 다음 날 다시 와서 값을 지불하기도 한다. 이 서점은 사람들의 신뢰와 선의를 바탕으로 20년 넘게 운영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폐점 위기를 겪은 적이 없다.

 

 

어니스티 북샵 (Honesty Bookshop, 영국 헤이 온 와이)

 

마을 전체가 하나의 도서관인 곳

어니스티 북샵 외에도 헤이 온 와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책 관련 공간이 존재한다. 일부 서점은 특정 주제만 다루는 테마 서점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예를 들어 시 전문 서점, 철학 서점, 예술서 서점 등이 있다. 어떤 서점은 천장이 없는 고서 서가 형태로 운영되고, 어떤 곳은 책을 교환만 하는 책방도 존재한다.

이 마을은 책이 팔리는 장소를 넘어서서, 책이 ‘삶의 방식’이 되는 장소다. 마치 책이 통화처럼 쓰이고, 가게들 간에도 책을 주고받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매년 열리는 ‘헤이 페스티벌(Hay Festival)’

헤이 온 와이의 매력을 가장 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은 매년 5월 말에서 6월 초에 열리는 헤이 문학 페스티벌(Hay Festival of Literature & Arts)이다. 1988년 처음 시작된 이 축제는 이제 세계적 규모로 성장해, 빌 클린턴이 이를 “사고하는 사람들의 우드스탁”이라 표현했을 정도로 명성을 자랑한다.

이 축제 기간 동안 전 세계의 저명한 작가, 시인, 철학자, 과학자들이 모여 강연과 토론, 낭독회를 펼친다. 마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책 무대가 되며, 방문객은 25만 명을 넘는다. 무엇보다 작가와 독자가 진정한 대화를 나누는 문화적 광장이 된다.

 

방문 정보
운영형태: 연중무휴 무인 운영
주소: The Castle, Hay-on-Wye, Hereford HR3 5DG, United Kingdom
헤이 페스티벌 웹사이트: http://www.hayfestival.com

비 오는 날에는 방문이 어렵거나 책이 비에 젖을 수 있으니 맑은 날 오후가 가장 좋다.
마을 전역의 다른 독립 서점과 함께 서점 스탬프 랠리를 즐기는 프로그램도 있어 책 여행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
헤이 페스티벌 기간에는 숙박이 매우 빠르게 마감되므로 사전 예약 필수!

 

 

 

스카신 북스 (Scarthin Books, 영국 크롬포드)
스카신 북스 (Scarthin Books, 영국 크롬포드)
스카신 북스 (Scarthin Books, 영국 크롬포드)

 

8. 스카신 북스 (Scarthin Books, 영국 크롬포드)

 

“책은 삶이다.”

 

이 문장이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곳이 있다면 영국의 스카신 북스(Scarthin Books)일 것이다. 영국 잉글랜드 더비셔(Derbyshire)의 작은 마을 크롬포드(Cromford)에 위치한 이 독립 서점은, 관광지도, 대형 프랜차이즈도 아닌 곳에서 ‘책과 사람, 그리고 공동체’가 어떻게 조용히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스카신 북스 (Scarthin Books, 영국 크롬포드)

 

1974년, 방 한 칸에서 시작된 책 이야기

스카신 북스는 1974년, 책을 사랑한 젊은 이상주의자 데이비드 미첼(David Mitchell)이 자신의 집 일부를 개조하면서 시작되었다. 처음엔 단 한 칸의 방에 중고 책을 진열해 놓고 판매하던 서점이었지만, 점차 방문객이 늘고, 이곳을 찾아오는 이들이 단골이 되어가면서 서점은 건물 전체로 확장된다.

이후 현재까지 5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방 하나였던 서점은 12개의 서로 다른 성격의 방으로 진화했다. 오늘날 이곳은 7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운영하는 ‘작지만 거대한’ 독립 서점이다.

 

 

스카신 북스 (Scarthin Books, 영국 크롬포드)

 

미로 같은 구조, 이야기로 가득한 공간

스카신 북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서점의 물리적 구조다. 오래된 영국식 주택을 개조한 이 서점은 복도와 계단, 방과 방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마치 책 속 세계를 실제로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동서적, 철학, 환경, 사회과학, 자연과학, 시, 예술, 여행, 요리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각 방마다 테마별로 배치되어 있으며 벽에는 고서와 문학 인용구, 지역 예술가들의 그림, 독자들이 남긴 쪽지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어 서점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북 아트 설치물처럼 느껴진다.

독자들은 책을 고르다가 자기도 모르게 창가에 앉아 읽고 있고, 고양이나 동네 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도 흔하다. 이곳은 책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생활의 장이다.

 

 

스카신 북스 (Scarthin Books, 영국 크롬포드)

 

커피 한 잔과 책, 서점 속 작은 카페

서점 내부에는 작은 카페가 딸려 있다. 이 카페는 단순한 부속 공간이 아니라, 직접 만든 홍차와 홈메이드 케이크로 지역 주민과 여행자에게도 인기가 높다. 특히 식물성 재료만 사용하는 비건 메뉴로도 알려져 있어, 친환경과 건강을 중시하는 방문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책을 읽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사람들, 친구와 문학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에 모인다. 이 카페는 ‘책방 안의 부엌’처럼, 스카신 북스의 친근하고 다정한 분위기를 완성시킨다.

 

지역과 함께 숨 쉬는 서점

스카신 북스는 단순히 독립 서점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문화적 허브 역할도 한다. 서점에서는 지역 작가와 예술가를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소규모 낭독회, 글쓰기 워크숍, 음악 공연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한다. 또한, 방문객이 직접 책을 기증하거나, 서로 추천 도서를 붙여 놓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책을 함께 나누는 삶’의 철학이 자연스럽게 실현된다.

특히 이곳 직원들은 책 추천에 남다른 애정을 쏟는다. 당신이 서점에 들어서기만 해도, 곧 책에 미친 사람들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책을 들고 달려올 준비가 되어 있다. 그들의 추천은 알고리즘이 아닌 진짜 독서 경험에서 비롯되며, 서점의 정체성과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다.

 

방문 정보
운영시간: 매일 9:30 ~ 17:30 (연중무휴에 가까움)
주소: The Promenade, Scarthin, Cromford, Matlock DE4 3QF, United Kingdom
웹사이트: http://www.scarthinbooks.com
페이스북: facebook.com/ScarthinBooks

서점의 규모가 크지 않지만 공간 구성이 복잡하므로, 전체를 찬찬히 돌아보려면 최소 1시간 이상 여유 있게 방문하는 것이 좋다.
지역 하이킹 코스와도 연결되어 있어, 자연과 책을 함께 즐기는 코스로도 추천된다.
서점에서 기념 엽서, 북마크, 지역 작가의 소책자 등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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