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리뷰, 독후감/에세이

[책리뷰] 과학 에세이 '칼 세이건의 말' 리뷰

by suis libris 2020. 12. 11.
728x90
반응형

열 살이 되도록 산타가 실존한다고 믿고 있는 순수 ‘소년은 산타는 없다’는 주변 친구들의 말에도 자신만의 주장을 이어나가기 위해 증거와 논리적 근거를 수집했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 명백하지는 않지만 여러 정황적 증거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논리를 이어갔다. 이를 옆에서 보고 있던 소년의 엄마는 아들이 굳게 믿고 있는 산타의 존재가 모두 자신들의 순수한 마음에서 만들어낸 거짓이었다는 사실을 알리기가 두려웠던 것일까? 아들의 희망을 꺾고 싶지 않아 이어온 자신들의 거짓말 때문에 덜컥 겁이 났던 게 틀림없다. 아니면 진짜로 산타가 나타나 주기를 바랐을지도.

이야기를 듣고 열 살 소년의 논리적 사고 능력이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산타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내고 싶은 그의 노력은 상상만으로 존재했던 우주의 비밀처럼 언젠가는 밝혀질지도 모를 일이다.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의 말》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너무나도 유명한 칼 세이건의 인터뷰 모음집에는 설명의 가벼움과는 달리 그가 바라본 우주와 과학, 그리고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이 잘 들어있다. 생각을 글로 표현한 방식이 책이라면, 질의와 응답으로 풀어놓은 방식이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터뷰를 다시 책으로 묶어 놨으니, 칼 세이건이 살아생전에 했던 신념이 조목조목 잘 요약되어 있다. 그것도 이해하기 쉽게.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책에 요약된 소개도 제법 길다. 간략하게 줄이면, ‘코스모스’라는 단어를 대중들에게 알린 장본인이고, 보이저호 같은 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했으며, 200편이 넘는 논문과 20권이 넘는 저서를 집필했다. 영화 각본과 다큐멘터리 제작을 빼더라도 너무 다양한 활동으로 유명한 20세기 말 인싸 정도로 소개를 마무리하자.

 

 


칼 세이건 Carl Sagan

미국 천문학자. 1934년 뉴욕 브루클린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넉넉하지 않은 유년이었지만 부모의 기대 속에서 과학적이며 회의적이 사고를 물려받았다.
1939년 뉴욕만국박람회에서 우주에 처음 매료되었고 도서관을 드나들며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와 하버트 조지 웰스 등의 과학소설을 탐독했다. 열여섯 살인 1951년 시카고대학교에 진학했고,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0년 학위논문에서 이미 외계 생명의 가능성과 그 존재 조건을 추론했다. 학부 시절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 화학자 헤럴드 유리와 교류했고, 대학원 시절 천문학자 제라드 카이퍼와 연구하며 영향을 받았다. 1961년 〈사이언스〉에 금성의 대기와 온실효과에 관한 논문을 게재하여 주목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1962년부터 하버드대학교 천문학과 조교수로 일했다. 이즈음 스미스소니언 연구소 상주 천체물리학자를 겸했다. 1968년 코넬대학교로 적을 옮겼고, 데이비드 덩컨 천문학 및 우주과학 교수로 죽는 날까지 재직했다.
1950년대 말 금성 탐사선 매리너호 계획에 발을 들이면서 NASA와 첫 인연을 맺었고 이후 바이킹호, 보이저호, 갈릴레오호 등 굵직한 우주탐사 계획에 참여했다. 평생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과학자지만 무엇보다도 1980년 PBS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를 만들어 과학을 대중의 영역에 자리매김한 것으로 유명하다. 1980년 세계 최대 우주과학 민간단체인 행성협회를 공동 창설했고, 외계 지적 생명 수색 프로젝트 SETI를 이어나갔다. “광활한 우주에 우리만이 존재한다면 엄청난 공간 낭비”라던 그의 아이디어는 그가 원작을 쓰고 각본에 참여한 영화 〈콘택트〉에도 그대로 담겼다. 지은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에덴의 용』(1977),  『지구의 속삭임』(1978),  『코스모스』(1980), 유일한 소설  『콘택트』(1985),  『창백한 푸른 점』(1994) 등이 있다.
1996년 12월 20일. 골수형성이상으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다.

- 책에 소개된 칼 세이건

 

 


16개의 인터뷰에는 그가 여러 저서들을 통해 소개한 다양한 시각들을 이야기한다. 아주 미비한 지구에서부터 우주 전쟁에 관한 이야기까지 현재 혹은 당시 시점에 밝혀진 과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우주라는 거시적인 입장에서 봤을 때 지구라는 작은 행성은 얼마나 미미한가, 외계 생명체는 과연 존재하는가, 우주 탐사에 대한 노력은 왜, 그리고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과학은 인간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가 등에 대한 그의 의견이 실려 있다.

대화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광활한 우주에서 지나치게 하찮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지나치게 큰 물음 때문일 수도 있고, 우주의 입장에서 설명하는 칼 세이건의 시야와 사고가 크기와 시간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늠할 수도 없는 지나치게 큰 시선에서 본다면 문뜩 정체 모를 허무함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마치 큰 굴레 속에서 옴짝달싹하는 세는 것조차 의미 없을 것 같은 생명체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몸을 이루는 물질은
원래 별의 중심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별의 물질로 이뤄진 존재들입니다.”

- 칼 세이건

 



한없이 미비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책에서는 끊임없이 우리의 존재에 대해 신비로움을 강조한다. 우리는 모두 별의 중심에서부터 온 존재들이라고.



여기 지구에서 청명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이 수천 개쯤 보입니다. 그 별에 모두 행성이 딸려 있고, 그 행성에서 어떤 존재가 자기가 우주에서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의 말》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주는 그의 말에는 은은한 경고가 들어있다. 그의 경고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만하지 말라.’ 정도가 될 것 같다. 지구에서 가장 우월하다는 착각이 끊임없는 파괴를 불러왔듯이, 어쩌면 우주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자만은 어쩌면 더 큰 재앙이 되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이 많은 대중들에게 인정을 받았던 이유는 그의 과학적인 성과 때문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와 소설, 그리고 영화같이 대중 친화적인 행보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그가 체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감성적인 사고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명백한 증거와 과학적 근거, 그리고 그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기반으로 사고하지만, 그의 말과 글에는 감성이 묻어난다. 특히 음악을 좋아했던 그는 보이저호에 다양한 언어의 말과 소리, 그리고 로큰롤 음악을 실었다고 한다. 만약 외계인이 있다면, 언어가 아니라 노래로 소통할 수 있을 거라는 소박한 믿음 때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세이건은 음악이 우주의 언어가 된다는 발상을 좋아한다. 그는 태양계를 벗어나서 우주로 날아갈 NASA의 보이저호를 위해서 ‘지구의 소리들’을 담은 LP판을 제작한 뒤 우주선에 길동무로 붙여 보냈다. 그 레코드판에는 60개 언어로 “안녕!” 하고 말한 인사말과 더불어 고래의 노랫소리, 화산이 우르릉거리는 소리,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동물들이 말하는 소리가 - 모두 ‘진화의 순서’대로 - 실렸고, 음악도 실렸다. 서양 고전음악도, 동양음악도, 심지어 로큰롤까지. 만에 하나 보이저호가 명왕성 너머에서 우주의 로커들을 만난다면 그들은 척 베리가  〈조니 비 구드Johnny B. Goode〉를 징징 연주하는 소리에 전율을 느낄지도 모른다.
”우리가 아는 지식을 소통할 방법은 많지만,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소통할 방법은 적습니다.” 세이건은 말한다. “음악은 감정을 소통하는 한 방법입니다.”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의 말》

 

 

태양계 끝에서 직은 지구 - 창백한 푸른 점

 




은하계 끝에서 보는 지구 - 창백한 푸른 점 - 를 보면서, 우리는 어떤 감정을 떠올려야 할까? 이렇게 하찮은 점에서 살고 있는 무의미한 존재라는 비참함에 빠질 필요는 없다. 더욱이 마치 사라질 것 같이 창백하게 빛나는 위태로운 존재라는 불안감에 휩싸일 이유도 없다. 수억만 년 그 자리에서 떠 있는 별들 틈바구니에 끼어 잠깐 빛나고 사라지는 존재라고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멀리서 우리 자신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혹시 있을 다른 세상을 보면서 우리에 대해 조금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우리는 다른 세상을 조사함으로써 우리 세상에 대해서 배웁니다.”는 칼 세이건의 말처럼 우리는 스스로에게 진지한 질문 하나를 던질 수 있으면 된다.

‘과연 산타가 있을까?’

 

 


”전 생명 수색이 과학에, 철학에, 나아가 우리 자신에 대한 인식에 너무나 중요한 문제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새로운 장소에 갈 때마다 그곳에 생명이 있는지 없는지를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한다고 믿습니다.” 세이건은 이렇게 응수한다. “하지만 가끔 사람들은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것과 사전에 어떤 대답에 투신하는 것을 헷갈려하죠.”
그래서 칼 세이건은 화성처럼 가망이 있는 곳뿐 아니라 가망이 없을 것 같은 곳에서도 기꺼이 생명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를테면 싸늘하게 흘러가는 목성의 구름 속에서도, 아니면 토성의 위성으로서 유일하게 대기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어쩌면 유기화합물도 있을지 모르는 신비로운 타이탄의 표면에서도.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의 말》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