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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독후감/에세이

[책리뷰] 토드 메이의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리뷰

by suis libris 2020.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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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진리를 실천하면서, 닮고 싶은 위인이나 멘토의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혹은 가까운 부모님이나 학교에서 배웠던 교육에 맞춰 살아간다.

 

더 나은 사람이란 어떤 모습일까? 조금 더 괜찮은 삶이란 어떤 삶을 의미하는가?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순간순간 명확하지도 않은, 그렇다고 어떤 종류의 답을 찾아야 하는지도 모르는 막막하기 짝이 없는 질문을 받는다. 특히 환경이나, 질병, 난민, 인권과 같은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때는 더욱 도전적으로 묻는다. 답을 내놓으라고. 

 

 

 

토드 메이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도덕적 생활의 한 가지 방식으로 ‘품위decency’라는 말을 사용했다. 내가 말한 품위는 의무, 옳음, 공리, 선과 같은 도덕철학의 전통적 개념들과 직접적 관련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덕적 횃불이 되는 삶을 살아가기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동시에 도덕적 품위를 지키는 사람이 되기를 원하고, 비록 뒤죽박죽이기는 하지만 품위를 지키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된다. 도덕적 품위의 틀을 잡아주는 방법이 없을까? 바로 그 품위의 틀을 알아내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토드 메이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품위 있는 삶이 만인에게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삶을 보거나, 겪거나, 혹은 삶에 대한 가치관을 듣고 이해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분명 적잖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토드 메이Todd May

 

 

 

최근 들어 두 권의 책이나 접하게 된 토드 메이는 미국 클렘슨 대학 철학과 교수이자 정치철학자다. 《부서지기 쉬운 삶》 《의미 있는 삶》 같은 대중 철학서들을 펴내고 있다. 

 

그가 교수이기 때문에 그의 삶에 대한 가치관에서 무엇을 배워야 한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서지기 쉬운 삶》을 제법 흥미롭게 읽었던 나로서는 21세기의 한 정치 철학자가 말하는 품위 있는 ‘삶’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비록 나와는 조금 다른 방향의 목표점을 지향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전반적인 그의 생각은 짧은 영상으로도 찾아볼 수 있다. 

 

 

 

A Decent Life (출처 :  https://youtu.be/KguMCVJSj6A)

 

 

책에서는 주변 동료와의 도덕적 품위, 육식과 동물들에게 가해지는 비윤리적 행태, 정치적 활동을 통한 실천 등이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더 멀리 떨어져 있는 타인들과의 윤리에 관한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기부하기로 결심했나요?” 

 

제법 오랜 기간 동안 해외 아동 후원을 유지하고 있는 나에게 언젠가 이런 질문을 한 사람이 있었다. 한 회사 면접관의 질문은 제법 정중했지만, 그의 어조는 다그치는 듯 나를 쏘아붙였다. 마치 '외화 유출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미가 문장 속에 숨어 있는 듯싶었다. 나의 판단이 잘못되었으니 내 나라, 우리 동네 사람들을 먼저 도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나는 그 면접관의 공세에 "아직 경제적 여건이 충분치 않아서 같은 금액으로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기에 해외 아동 후원을 결심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 최종 합격 통지를 받았지만 입사를 거부했다. 

 

 

 

우리는 앞으로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과 이 지구를 함께 나누어 쓰고 있고, 또 우리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 이 세상에 올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도덕의 원은 직접 만나는 사람들 너머로 확대된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우리는 남들과 유대관계를 맺게 되고, 가끔 우리의 일상적 활동범위를 넘어서는 것들에 대해서도 의무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만날 일이 없는 사람들, 더 나아가 결코 눈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과 도덕적 관계를 맺는다. 

 

토드 메이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더 나은 도덕적 선택이나 행동을 결정하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고려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눈앞에 있는 현실도 중요하지만, 최소한 ‘도덕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더 괜찮은 선택이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 타인들과 교감했는지로 가늠할 수 있다. 우리 동네의 편익보다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 더 낫고, 우리나라를 위한 이익보다 전 지구적인 실천이 더 품위 있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멀리 떨어져 있다는 의미는 단순히 물리적 거리만을 뜻하지 않는다. 시간상으로 멀리 떨어진 후세와의 교감도 이 기준에 해당한다. 우리가 요즘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할 때 우리의 아이들, 혹은 우리 자녀들의 세상을 상상하듯 말이다. 그 관계가 인간에게서 멈추면 좋고, 동물과 식물 혹은 그 이상의 존재를 고려할 수 있으면 더더욱 좋다. 

 

 

 

 

거창해 보이는 논제들을 우리 일상 속으로 끌어오면 사소하고 작아진다. 일회용품 쓰지 않기, 플라스틱 소비 줄이기, 자원 절약하기, 채식하기, 분리수거하기 등. 우리는 이미 범지구적 운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충분히 품위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에서 소개하는 아홉까지 규칙은 아래와 같다. 

 

 

 

예외 없이 철저하게 따라야 할 도덕적 품위의 아홉 가지 규칙 

 

1. 사람들의 얼굴을 자주 똑바로 쳐다보라. 특히 당신이 그들에게 화가 났을 때 더욱.

2. 동료가 잠시 자리를 비울 경우에 그들의 커피 컵을 냅킨으로 덮어 주라. 

3. 당신의 도덕적 행동을 최대한 즐겨라. 

4. 노숙자에게 동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면 그 돈을 노숙자 지원 단체에 보내라. 

5.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 

6. 고양이에게 인사하라. 가능하다면 고양이 고기를 먹지 말라. 

7. 인종차별주의자, 여성혐오자, 동성애혐오자로 가는 길에서 벗어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라. 

8. 정치적 활동을 해보라. 결국, 정치가 당신을 만든다. 

9. 철학책을 즐겨 읽도록 하라. 당신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라고 조언하는 책일지라도 말이다. 

 

토드 메이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철학》 

 

 

 

품위 있는 삶이 아홉까지로 정해 지거나 누군가가 정해준 규칙들을 실천한다고 자신의 삶이 품위 있게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규칙을 만드는데 참고할 수 있는 좋은 예시는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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