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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독후감/자기계발서

책 '룬샷' 리뷰

by suis libris 2020.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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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onshots - How nurturing crazy ideas can transform organisations

 

 

한때 일반 경영서적을 많이도 읽었다. 회사원으로서 몸담고 있는 조직을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소극적인 노력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의사 결정을 이해해보려는 시도였다. 팀장님과 그 이상 관리자들의 가치 판단의 기저에는 경영과 관리라는 이론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영 관련 서적을 찾아 읽을 때도 사례로 가득한 책들은 많았다. 사례를 저자가 정리한 아이디어를 설명하는데 사용했던 반면, 요즘에는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 일반물리학에서 이론을 차용해서 경영 이론을 설명하는 경우가 제법 많아졌다. 과연 과학의 시대가 아닐 수 없다. 

 

경영서뿐만이 아니라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많은 분야에서 과학 현상이나 이론을 기반으로 소통의 채널을 맞추고 있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전형적인 경영을 이야기하는 《룬샷》도 고체가 액체로, 액체가 기체로 물질의 상태가 변하는 상전이를 이용해서 갈등과 임계값, 한계치를 이야기한다. 

 

 

 

 

책의 대부분은 다양한 사례로 채워져 있다. 2차 세계 대전에서 이용했던 레이더 이야기, 3번의 실패 끝에 성공한 제약 회사, 미국 항공사의 흥망성쇠와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까지 개인과 기업과 산업과 국가에서 실행했던 크고 작은 프로젝트들의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에드윈 랜드의 폴라로이드사의 즉석카메라의 개발과 쇠락에 관한 이야기다. 폴라로이드사의 즉석카메라의 개발은 “왜 사진은 찍고 나서 바로 볼 수가 없을까?”하는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사진 인화에 필요한 네거티브 인화층과 포지티브 인화층을 카메라 안에 두고 현상액을 카메라 밖으로 빠져나오는 인화지에 묻혀주면 60초 정도 뒤에 사진이 인화지에 나타나는 형식이다. 1947년 뉴욕에서 열린 광학회 모임에서 즉석카메라를 선보인 이후에 1960년에는 자동 노출, 1963년에는 즉석 컬러사진, 1971년에는 종이 무리가 필요 없는 필름을 내놓았다. 이후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으로 필름 카메라 시장은 쇠퇴했고 결국 2001년에 파산을 신청했다. 

 

평범한 이야기의 시작은 그 뒤에 소개되어 있다. 최초 디지털카메라의 개발을 주도한 에드윈 랜드의 이야기다. 랜드는 디지털 이미지 센서를 이용한 카메라 개발 아이디어를 직접 제안했고, 심지어 프로젝트에 참가한 대다수의 사람의 반대를 무릅쓰고 프로젝트를 성공 시켰다. 물론 폴라로이드사가 아니라 미국방부에서의 일화이다. 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대에 랜드는 유인 정찰기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정찰 카메라가 장착된 인공위성을 띄울 것을 제안했다. 인공위성에 필름을 무한하게 실을 수가 없으니 필름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다. 다양한 기술이 제안되었지만 랜드는 CCD (디지털카메라에 들어가는 센서)를 이용한 디지털 촬영 기술을 제안했고, 1976년 12월 11일 첫 번째 디지털카메라가 장착된 인공위성 KH-11가 발사됐다.

 

 

1947년 당시 즉석 카메라를 시현한 사진 - 에드윈 랜드

 

 

 

상전이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엔트로피의 변화와 분자의 이동성 증가를 설명하면서 교통 체증 (부드러운 흐름과 꽉막힌 흐름), 결혼 한계값, 계란판의 구슬을 예로 설명한다. 특히 작은 세상 네트워크small-world network이론을 설명하면서 “귀뚜라미는 어떻게 화음을 맞출까?”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제법 눈길을 끓었다. 

 

조직 운영, 모티베이션 관리, 다양성 존중, 리더의 역할과 판단의 중요성, 실패와 가짜 실패와 같이 전통적인 경영 이론을 다루지만, 교과서에 나오는 딱딱한 이론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이해하기 쉽도록 난해한 설명 대신 그림이나 그래프로 설명을 대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간혹 그래프가 왜 이런 모양을 하고 있는지 궁극적인 물음이 떠오른다는 것은 나만의 아쉬움이다. 

 

 


언젠가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의 경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사업체를 경영하기도 하지만, 가정을 경영하고, 아이에게 동기를 찾아주기 위해 고민하고, 자신만의 문화가 있고 루틴이라는 시스템을 만들어 생활하는 것이 경영과 무척 닮아 보였다. 어쩌면 엉뚱한 아이디어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모두가 반대하는 의견을 현실화 시켰듯이, 개인에 있어서도 무모한 도전을 시도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무모하지만 실현해가면서 나만의 마이크로 경영서가 만들어 질 수도 있지 있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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