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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독후감/에세이

김겨울님의 에세이 '책의 말들' 리뷰

by suis libris 2021.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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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책을 읽으면서 책과 함께 했던 순간들과 추억들과 생각들을 글로 엮어낸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권 쯤은 소장하고 싶은 그런 책. 이런 마음이 있었기에, 읽다가 멋대로 남깁니다나 ㅇㅁㅌ ㄷㅅ 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이 많이 담긴 형식으로 책에 대한 나만의 애정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요즘 같은 시대에 책에 대한 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실은 글을 어디에 쓰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읽다가 남기는 일은 잠시 멈추었다.

 

책에 대한 얘기가 재미가 없고,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북튜버이자 진성 책덕후(?) 김겨울님의 《책의 말들》을 보고 무참히 깨졌다. 책을 읽고 사유하는 일에도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과 그 추상적인 사유가 충분히 쓸모 있는 '쓸데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총 100권의 책, 100개의 문장, 100편의 사유가 기록되어 있는 책은 온통 책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책을 읽는 순간, 책에 관한 추억, 책과 관련된 일화,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 유학길에 책을 들고 갔던 이야기 등.

 

책은 들고 다니면서 읽기 불편하지 않게 작은 판형으로 가볍다. 마치 출퇴근길 사람들 손에 들린 휴대 전화를 가벼운 책으로 대체해버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처럼 한 호흡에 읽어버릴 수 있을 만큼 한 편의 사유는 짧다. 하지만 책에 대한 사유는 결과 얕지 않고, 그 깊이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책이 뭐든 다 줄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안다. 숨도 못 쉬고 책만 읽던 때에도 책을 읽다 말고 집어던진 날들이 있었다. 자다 말고 땀을 흘리며 깨어나고. 조용한 새벽 방 한가운데에 우두커니 서서 별 달빛 같지도 않은 희끄무레한 빛을 바라보면서 절망의 형태는 참 다양도 하구나 생각하고, 그렇게 뜬눈으로 해를 맞이하면 다시 세상이 쿵쾅쿵쾅 다가왔다. 도망가지도 못할 세상이 내 손목을 붙잡고 눈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럴 땐 이게 다 뭐람, 책도 절도 없이 나는 헤매는구나, 엉엉 울었다. 세상은 지치지도 않고 다가왔다.

정말로 세상은 지치지도 않고 다가왔다. 제발 그만 오게 해달라고 빌었지만 소원이 실현된 적은 없다. 나는 손목을 붙잡힌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면서, 무릎이 까지고 발목이 꺽이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므로 나의 증인이 되어 줄 사람들은 모두 자기 몫의 울음을 울러 갔다. 내 마음의 발은 아치가 모두 무너졌다. 책은 내가 간신히 얻은 것이다. 그것은 나에게 안정, 삶, 집 같은 단어이다.

 

 

 

 

 

 

애서가라면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 책. 지극히 개인적인 책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책 한 권이 만들어져서 다행이다.

 

 

 

 

 

겨우 종이 묶음에 불과한 물건이 뭐라고 이렇게 소중할까.

책은 어떻게 늘 '종이 묶음' 이상의 것을 해내는 걸까.

책이 단순한 종이 묶음 이상의 존재라고 믿는 사람들, 그래서 책을 소중히 만지고 읽고 소화하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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