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에세이15

책 '명랑한 은둔자' 리뷰 한 때 에세이라는 장르를 편독했던 시절 나는 책으로 사람, 콕 짚어 말하면 책의 저자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책에 한껏 심취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책 너머 그/녀와 실컷 수다를 떨고 돌아온 느낌이었다. 모든 종류의 글이 똑같겠지만 에세이는 특유의 멋이 있었다. 작가의 일기장 같기도 했고, 이따금씩 낙서장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가 한순간 느낀 감정과 생각을 몇 페이지로 되살려냈고, 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그 일을 겪은 주인공의 생각을 읽어 내려갔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는지 궁금했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지 알고 싶었다. 나는 그 궁금증을 에세이로 풀었다. 오랜만에 내가 에세이를 즐겨 읽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책 한 권을 읽었다. 책장을 덮고 겉면에.. 2020. 10. 24.
에세이 '죽은 자의 집 청소' 리뷰 중세 유럽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들이 즐비해 있다. 좁고 꼬불꼬불한 차도, 울퉁불퉁한 인도, 사람을 기다리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광장, 낡은 건물과 가스등 모양을 한 거리의 가로등까지 옛 풍경이 그대로다. 도시 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박물관 같다. 눈을 돌리면 볼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건물들은 나보다 훨씬 오래되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유럽의 일부 도시들은 몇백 년, 혹은 그 이상 현재와 같은 도심으로써의 기능과 지위를 지켜오고 있다. 나는 이방인이 되어 도시를 여행하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느껴보려 애써보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차도 위를 달리는 전기 자동차와 낡은 건물에 들어선 익숙한 햄버거 가게들 뿐이다. 처음 유럽을 여행할 때 기억을 떠올리면 이런.. 2020. 10. 6.
에세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 리뷰 즐겁고, 가치 있고, 재미있는 삶을 위한 게으름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거의 10년 동안 일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도 못한 채 일에 매어 생활했다. 일 중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생활은 이미 일(학생 때는 공부)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기 싫고, 지겹고, 지긋지긋하지만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이 한심스럽다가도, 하루를 알차고 성실하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뿌듯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중독 증상이 꼭 생활이 피폐해질 정도로 심각한 수준일 필요는 없다. 더욱이 중독이 반드시 절제할 수 없을 만큼 (게임이나 도박, 음주와 같은) 특정 행동을 반복하거나, 그만하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정 행동을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달리 무엇을 해.. 2020.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