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16 린다 개스크 '당신의 특별한 우울' 리뷰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너무나도 익숙한 그 이름 ‘우울증’. 가끔 기분이 몹시 가라앉거나 기분이 무척 안 좋을 때 ‘혹시 나도 우울증인가?’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렇지만 한 번도 나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이들을 이해하려고 시도해본 적이 없었다. 마치 다른 세상의 이야기처럼 혹시 나도 과거 한때 앓고 지나갔을지 모를 그 흔하디 흔한 우울을 나는 멀리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지하 깊숙이 가라앉은 것 같은 감정을 감히 어떻게 상상할 수 있겠냐고 겁을 집어먹고, 의례 포기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나는 우울에 대해서 무지했고, 그게 어떤 것인지 너무 몰랐다. 정신과 의사로서 우울증을 극복한 린다 개스크의 《당신의 특별한 우울》은 나에게 우울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었.. 2020. 10. 27. 책 '명랑한 은둔자' 리뷰 한 때 에세이라는 장르를 편독했던 시절 나는 책으로 사람, 콕 짚어 말하면 책의 저자와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책에 한껏 심취해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책 너머 그/녀와 실컷 수다를 떨고 돌아온 느낌이었다. 모든 종류의 글이 똑같겠지만 에세이는 특유의 멋이 있었다. 작가의 일기장 같기도 했고, 이따금씩 낙서장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가 한순간 느낀 감정과 생각을 몇 페이지로 되살려냈고, 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그 일을 겪은 주인공의 생각을 읽어 내려갔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생활하는지 궁금했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는지 알고 싶었다. 나는 그 궁금증을 에세이로 풀었다. 오랜만에 내가 에세이를 즐겨 읽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책 한 권을 읽었다. 책장을 덮고 겉면에.. 2020. 10. 24. 에세이 '죽은 자의 집 청소' 리뷰 중세 유럽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건물들이 즐비해 있다. 좁고 꼬불꼬불한 차도, 울퉁불퉁한 인도, 사람을 기다리고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광장, 낡은 건물과 가스등 모양을 한 거리의 가로등까지 옛 풍경이 그대로다. 도시 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박물관 같다. 눈을 돌리면 볼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건물들은 나보다 훨씬 오래되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유럽의 일부 도시들은 몇백 년, 혹은 그 이상 현재와 같은 도심으로써의 기능과 지위를 지켜오고 있다. 나는 이방인이 되어 도시를 여행하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느껴보려 애써보지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은 차도 위를 달리는 전기 자동차와 낡은 건물에 들어선 익숙한 햄버거 가게들 뿐이다. 처음 유럽을 여행할 때 기억을 떠올리면 이런.. 2020. 10. 6. 에세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 리뷰 즐겁고, 가치 있고, 재미있는 삶을 위한 게으름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거의 10년 동안 일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도 못한 채 일에 매어 생활했다. 일 중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생활은 이미 일(학생 때는 공부)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기 싫고, 지겹고, 지긋지긋하지만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이 한심스럽다가도, 하루를 알차고 성실하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뿌듯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중독 증상이 꼭 생활이 피폐해질 정도로 심각한 수준일 필요는 없다. 더욱이 중독이 반드시 절제할 수 없을 만큼 (게임이나 도박, 음주와 같은) 특정 행동을 반복하거나, 그만하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정 행동을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달리 무엇을 해.. 2020. 8. 6.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