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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36

[고전 소설] 조지 오웰의 '1984' 리뷰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디스토피아는 어떤 세상일까? 지구 멸망보다도 더 끔찍한 디스토피아는 생각할 힘을 잃어버린 세계인 듯 싶다.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조차 없고, 옳다 그르다 판단할 수 없고, 스스로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세상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역사, 문화, 교육, 노동, 사랑과 쾌락마저 조종되는 사회가 있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1984Nineteen Eighty-Four》는 그런 세상을 책 한 권으로 집약해 놓았다. 생각하는 능력조차 없애버리는 세상을 보면서 오늘날 현대인들을 떠올렸다. 1949년에 출간된 조지 오웰의 《1984》는 그의 9번째 소설이자 마지막 소설이다.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라서 그런지 디스토피아를 전체주의와 국민 사찰, 억압과 통제가 보편화된.. 2020. 9. 7.
책 '인 콜드 블러드' 리뷰 ‘내 탓이오’운동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1990년 가톨릭에서 처음 시작된 ‘내 탓이오’운동은 말 그대로 갈등의 원인을 자신 내면에서 찾아 해결하자는 운동이다. 처음에는 평신도 신뢰 회복 운동으로 시작했지만,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아주 어릴 때 기억에는 동네 어른들이 한참 말다툼을 하다가는 “모두가 내 탓이지…”라며 싸움을 끝내기도 했다. 남 탓을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잘 되면 내 탓, 안 되면 네 탓’이라는 문화 때문이었을까? 각박해지는 사회적 환경에서 ‘내 탓이오’운동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금세 자취를 감추었다. 자신에게 당면한 문제의 원인을 남에게서 찾으려는 심리는 무섭고도 위험한 일이다. 남에게서 찾은 이유 때문에 남을 원망.. 2020. 9. 7.
책 '가재가 노래하는 곳' 리뷰 부모님들은 잘 알겠지만, 아이들에게는 대부분 엄마와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에 극도로 불안해하는 시기가 있다. 일정 나이가 되면 자연스럽게 엄마와 떨어지는 것에 익숙해지지만 일정 시기 동안은 엄마에게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 떼를 쓴다. 특히 출근하려는 어머니들에게는 서럽게 우는 아이를 놔두고 출근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매우 안타까워한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도 6살까지 어머니와 떨어지기 싫어 아침마다 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잠시 장난감이나 먹을 것에 한눈이 팔려 어머니가 집을 나가는 순간을 놓쳤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더욱 서럽게 울었단다. 목청도 커서 집안이 떠나가라고 족히 30분은 서럽게 울고는 우는 것에 지쳐 잠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당시 돌봐주시던 아주머니께서 하셨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이제 .. 2020. 8. 6.
튀르키예소설 '내 이름은 빨강' 리뷰, 이슬람과 무슬림의 차이를 궁금해하지 않을 만큼 중동의 문화에는 무심했다. 한때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던, 혹은 영화에서 봤던 그런 이미지뿐이다. 큰 그릇에 반찬과 밥을 넣고 오른손으로 주물주물하며 앞에 앉은 처음 보는 이들과 식사를 했음에도 나에게 중동은 여전히 낯선 땅처럼 느껴졌다. ‘형제의 나라’라는 수식어만 붙었지, 터키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라고는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런데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터키 문학을 손에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처음 접하는 터키 문학은 묵직했다. 전통을 지키려는 장인정신과 시대적 변화 사이에서 예술에 대한 순수성의 충돌은 깊은 흔적을 남겼다. 1998년에 쓰인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은 세밀화가들의 살인과 그 살인을 파헤치는 일화를 담고 있는 소.. 2020. 8. 6.
에세이 '게으름에 대한 찬양' 리뷰 즐겁고, 가치 있고, 재미있는 삶을 위한 게으름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거의 10년 동안 일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도 못한 채 일에 매어 생활했다. 일 중독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생활은 이미 일(학생 때는 공부)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하기 싫고, 지겹고, 지긋지긋하지만 사무실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자신이 한심스럽다가도, 하루를 알차고 성실하게 보냈다는 생각이 들 때면 뿌듯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중독 증상이 꼭 생활이 피폐해질 정도로 심각한 수준일 필요는 없다. 더욱이 중독이 반드시 절제할 수 없을 만큼 (게임이나 도박, 음주와 같은) 특정 행동을 반복하거나, 그만하고 싶지만 그만둘 수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정 행동을 하고 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달리 무엇을 해.. 2020. 8. 6.
책 '스토리노믹스' 리뷰 사람들이 TV를 보지 않는다고 난리다. TV는 바보상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TV 시청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뚜렷한데, 요즘에는 사람들이 TV를 안 본다고 위기라 말한다. TV를 보든 안 보든 뭐 그리 크게 대수겠냐마는 TV 시청 시간 감소에 따른 지상파나 방송 3사의 광고 수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여기저기에서 위기라고 떠들어대는 듯싶다. 광고 시장 판도의 변화는 제법 오래된 일이다. 전통적인 대중매체에 지출하는 마케팅 비용은 지속해서 줄어들었고, 모바일과 웹 환경에 지출하는 비용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벌써 몇 년 전에 모바일 광고 시장이 TV 광고 시장의 규모를 넘어섰고, 그에 따른 마케팅 환경도 급변했다. 제품의 장점들만 나열해 놓은 전통적인 상품 광고는 이제는 소비자들에게 먹히.. 2020. 8. 6.
소설 '포르토벨로의 마녀' 리뷰 마녀사냥. 중세 유럽에서나 일어날 것 같은 일들이 21세기에도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마녀사냥이라는 행위 자체는 알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 '다수’가 ‘소수’에 대한 혐오와 비판, 그리고 기득권 집단에서 신생 혹은 위협 집단에 행해지는 무차별한 탄압이다. 실제 마녀가 있을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마녀가 있다면 슈퍼히어로가 지구를 수십번 구했어야 한다. 요즘의 마녀사냥이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물리적 살인 행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 뿐이다. 신체적 살인이 없다 뿐이지 소셜미디어나 각종 미디어와 지인들의 시선 등이 사회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죽음에 이르게 한다. 파울로 코엘료의 《포르토벨로의 마녀》는 21세기에 일어나는 마녀사냥을 주제로 한다. 자칫 여성이라는 지위와 평등에 관한 소설.. 2020. 7. 9.
책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 리뷰 이 책이 나올 무렵 젊음의 신록을 한창 즐기고 있었다. 서른도 아직 한 참 남았는데, 마흔이라니… 생각만 해도 현기증이 나는 것 같았다. 아마 그쯤부터, 혹은 그 이전부터 마흔은 왠지 젊음과 나이 듦을 구분하는 숫자처럼 느껴졌다. 나이가 들고, 늙고, 쇠약해지고, 시들어 간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무서웠다. 마흔이 되기를 온몸으로 거부했고, 사십 대가 되는 것이 죽기보다 더 싫었던 적도 있었다. 아직 꽃봉오리가 맺히기도 전이었기에 마흔이 활짝 핀 꽃인지, 이미 다 피어버린 꽃인지 구분할 수조차 없이 어리석었다. 마흔 이후의 삶은 모든 것이 틀에 박혀 돌아가는 일상,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일상,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기, 너무 안정적이라 심심해 보였다. 지금 돌아보면 참 어리.. 2020. 7. 9.
책 '룬샷' 리뷰 한때 일반 경영서적을 많이도 읽었다. 회사원으로서 몸담고 있는 조직을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소극적인 노력이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의사 결정을 이해해보려는 시도였다. 팀장님과 그 이상 관리자들의 가치 판단의 기저에는 경영과 관리라는 이론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경영 관련 서적을 찾아 읽을 때도 사례로 가득한 책들은 많았다. 사례를 저자가 정리한 아이디어를 설명하는데 사용했던 반면, 요즘에는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 일반물리학에서 이론을 차용해서 경영 이론을 설명하는 경우가 제법 많아졌다. 과연 과학의 시대가 아닐 수 없다. 경영서뿐만이 아니라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많은 분야에서 과학 현상이나 이론을 기반으로 소통의 채널을 맞추고 있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2020. 7. 9.
소설 '인간 실격' 리뷰 나의 부모님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출간된(1948년 5월 12일 출간) 지극히 유명한 소설 《인간 실격》이라는 소설을 나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 언제 알게 되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제목으로 통하는 그리고 그 소설 자체로 의미하는 소설들이 제법 많다. 책의 내용을 직접 읽어보지 않았어도 말이다. 《인간 실격》을 알게 된 건 아마도 중고등학생 때는 아니었을 것 같다. 미성년자에게 추천하기에는 내용도 그렇고, 여자와 마약(모르핀), 자살, 술집과 같은 이야기가 너무 많이 등장한다. 언제 알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소설을 얼마 전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는 ‘다시' 샀다. 막상 책을 사서 구매할 때는 ‘다시’ 샀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집에서 같은 출판사에서 출판한 영문판 책을 보고 다시 샀다는 사실을.. 2020. 7. 9.
헨리조지 '진보와 빈곤' 리뷰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나 세계사 시간에 토지 제도는 단골 시험 문제였다. 토지 문제가 어떻게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켰는지 교과서와 문제집에 제법 자주 등장했다. 신라 시대에는 관료전(관료에게 지급된 토지)을 지급하고 녹읍(토지의 세금을 녹봉으로 받는 일)을 허락함으로써 지방 호족들과의 정치적 대립을 초래했고, 고려 시대는 전시과(관료에게 토지를 나누어주던 제도)와 과전법(토지를 국유화하기 위해 실시했던 제도)이 토지의 국유화와 사유화가 갈등을 조장하기도 했다. 근대 서구 사회로 넘어오면서 제법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산업 혁명으로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노동 생산성은 날이 갈수록 향상되었다. 하지만 동일한 면적의 토지에서 더 많은 양의 생산물을 만들어 냈음에도 노동 계층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 2020. 7. 9.
책 '뉴타입의 시대' 리뷰 어쩌면 우리는 매 순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즘 같이 변곡점 같은 시련이 닥쳤을 경우 변화는 더욱 도드라진다.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이라는 VUCA가 오늘날 사회의 특징이라는 사실은 굳이 듣지 않아도 매일 체감하면서 누구나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물질적 풍요로움만을 좇는 가치관도 이미 구시대적인 전유물처럼 느껴진다. 잘먹고 잘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되었고, 대량 생산 대량 소비는 점점 사람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주지 못하게 되었다. 규모의 경제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양보다 항상 많았다. 그 끊임 없는 굴레 속에서 사람들은 지쳐.. 2020. 7. 9.